2011년 11*12월호 [9개의 시선]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확대'를위한 토론회를 마치고
▣ 9 개 의 시 선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마치고
이정아 ● 고양여성민우회
시간을 거슬러, 2009년 어느 날
본부 교육실에 김인숙 대표 주변으로 몇몇의 활동가들이 둘러 앉았습니다. 칠판에는「가난 프로젝트 1차 기획회의」라고 큼지막하게 써 놓았습니다. ‘가난’을 경제적 결핍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인식전환을 통해 사회적 낙인과 배제 효과를 극복하고 가난이 여러 사회구성 요소들에 체화되는 방식의 차이를 드러내어 사회 담론화를 시도해 보고자 했던 것이지요. 인사가 오가고 약 30여분, 아니 근 한 시간 가까이 서로 얼굴만 마주보고 난감해 했습니다. 막상 들춰 놓고는 우리가 감당이나 하겠나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났습니다. 많은 여성들, 특히 전업주부, 저학력 중장년 여성들로부터 선택(?)되어지는 식당노동을 말입니다. 본부를 중심으로 각 지부들이 형편에 맞게 활동을 시작했던 지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시에서는 ‘식당여성노동환경 개선 프로젝트’로 명명되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이어진 2011년 10월 20일
고양시 식당여성노동자들과 식당 영업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과 노동권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환경 개선책을 모색 해보고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회원들을 중심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담당 공무원, 의회 내 해당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의원 및 도의원, 그리고 여성들의 일자리에 관심을 갖고 책을 낸 전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식당여성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위해 발로 뛴 현황조사원들이 60여 좌석을 가득 채워 함께 했습니다. 처음 발제자로 나선 여성학 협동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김원정 선생님은 지자체 중점 과제로 노동환경 우수업소 지원과 모법업소 인증 기준에 노동권과 안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며 음식업 관련 통합조례 제정 운동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왕성옥 시의원은 별도의 조례가 필요하지만 조례가 상위법을 규정하거나 예외일 수는 없으므로 먼저 본 사안과 관련된 상위법 등에 대한 검토를 함께 해 나가자며 힘을 보태겠다고 하셨습니다.
「고양시 식당여성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서는 과거의 일한 경험이 어떠했건 오랜 시간 임노동 경력단절 상태에 놓여있는 고양시 거주 40, 50대의 여성들이 택하는 주요 일자리는‘식당 일’이었습니다. 전업주부가 어찌하다 찾은 일자리이다 보니, 내가 아쉬워 찾아들어간 곳인데… 더구나 ‘식구처럼 지내며 일하자’하는 고용주와의 껄끄러움을 감수하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이 계약서 작성률 16.5%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75.6%는 월 단위 급여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는 별도의 휴게시간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노동시간이 파트타임보다 상대적으로 길어 고용주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한 고용조건이 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소득노출을 꺼리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들의 경우 언제까지 자신이 임노동 종사자로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정 금액의 수입이 있을 경우 탈락하게 되는 수급권에 대한 불안이 사회보험가입을 꺼리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과 이로 인해 이 여성들의 경우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학교 급식실은 일반 식당 노동 보다 나은 조건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일찍끝나지, 방학있지, 그리고 학교잖아’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성노동자1인이 150여명의 학생들의 밥을 담당하고 있으며, 냉∙난방 전혀 안 되는 계단 밑 빈 공간을 막아 만든 휴게공간, 사고를 당해 병원치료를 한다 한들 분명히 존재하는 산재보험 쉬쉬하며 쓰지 못하게 하는 기막힌 현실, 아이 졸업식 때문에 미리 휴가신청을 했어도 대체 해 줄 인력이 없을 때 한 사람 빈 상태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 동료들이 힘들어 알기에 포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학생 수가 줄면서 고령자, 근무평점, 화합을 저해하는 사람 등등의 해고 기준으로 줄줄이 해고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윤행연 민노총 학교비정규직 단일노조 고양지회장의 울분에 가까운 지정토론은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이렇게 발제와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간간이 들려오는 안타까움의 한숨 소리와 공감의 박수들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토론회 장소를 마련하고 회원들에게 공지하는 내내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까 마음 졸였으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 지키고 앉아 함께 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애써 동의자들을 구하고자 했던 활동의 한 축을 세운 기분 이었습니다.
이제 2012년을 준비하며
고양시만의 모범식당 기준을 만들어 정책제안을 해보려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많은 일들은 올해 함께한 회원들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식당여성노동자를 부르던‘아줌마’‘여기요’가 아닌 새로운 호칭 확산 운동에 본부, 지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지역 내 여성들의 주요 일자리로서 좀 더 진전된 식당노동 환경이 만들어지는 현장에 있으렵니다.
회원 여러분 ~~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더욱 기대되는 새해가 되길 빕니다. 그리고 함께해서 행복한 민우 활동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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