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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호 [민우ing] 그날의 마음과 다짐을 잊지 말아요
■ 민우ing
그날의 마음과 다짐을 잊지 말아요
이윤소(윤소) ■ 미디어 운동본부
12월은 바쁘다. 「초등학생 대상 미디어 모니터링 대회」와 「푸른미디어賞」시상식을동시에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홍보에서 원고, 작품 접수, 3차에 걸친 심사까지…. 11, 12월은 미디어 운동본부 전체가 비상이다. 하지만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들의 소감을 듣고, 열심히 박수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이다.
특히 올해는 가슴을 뜨겁게 하는 수상 소감들이 많았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에게 감동을 전하고자 한 달이나 지난 기억을 끄집어내어 몇 자 적어 본다.
# 2011 초등학생 대상 미디어 모니터링 대회
「초등학생 대상 미디어 모니터링 대회」는 2009년 파일럿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3회째를 맞이하는 대회이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대회이어서 인지, 아니면 미디어 속 성평등, 성차별이라는 주제가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인지, 참가 접수를 받는 것이 솔직히 참 어렵다. 하지만 최종 심사까지 마치고 팸플릿에 실린 아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어려움 속에서도 이 대회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올해의 수상작들 모두 훌륭한 비평문들이었다. <남자 아이가 핑크색, 여자 아이가 파란색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색은 파랑색이야>, <운동하는 여자도 있어요!>, <성차별 문제점>, <개그, 언제까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를 웃음거리로 삼을 것인가?> 수상작의 제목이다. 지면이 짧아 모든 작품을 소개할 수는 없었지만, 제목이라도 소개해 이 대회의 높은 수준을 알리고 싶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언제든 연락주시라.
그런데 모니터링 대회에 접수된 원고들을 보면 초등학생들의 글에서 어른들의 흔적이 느껴져 의심스러움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초등학생이 쓰기엔 너무나 높은 수준의 글들이어서 상을 주어도 될지 고민이 될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앞으로도 비판적인 눈으로 미디어를 바라보겠습니다.”라는 한 아이의 수상소감을 듣고 나니 그 마음들이 모두 사라지는 듯 했다. 앞으로는 어떤 글들이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할 지 기대가 된다.
# 작년에 왔던 그 PD
「푸른미디어賞」은 언어상, 어린이상, 청소년상, 가족상, 특별상 이렇게 5개의 분야가 있다. 다른 분야들은 출품작이 늘 넘쳐나는데 어린이상, 청소년상은 출품작 수가 현저히 적다. 어린이상의 경우 청소년상의 상황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정말 드물다는 것을 매년 느끼곤 한다.
올해 어린이상 수상작은 EBS의 <TV로 보는 원작 동화>였다. 상패를 만들면서 연출자의 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수상 소감을 들어보니 작년에 어린이상을 수상한 그 PD가 맞았다. 이은정 PD는“작년에도 <사이언스 드라마 미래를 보는 소년>으로 상을 받았는데 올해에도 또 받게 되어서 좋긴 하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상을 받아 무척 기쁘지만 이 프로그램이 사실 시청률이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모든 방송사들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소위‘잘 먹히는’프로그램을 만들기에 급급해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고, 폭력성과 선정성이 도를 지나친 수준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범람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의지를 가진 제작자들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제 역할을 다해주는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은정 PD에게는 미안하지만 2012년에는 상을 받지 못했으면 좋겠다. 어린이상 부문에 더 많은 양질의 작품이 출품돼 어떤 작품에 상을 줄지 몰라 즐거운 고민을 할수 있길 바란다. 올해에 선정작이 없었던 청소년상 부문도 마찬가지로…….
# 애정할 수 밖에 없는 무한도전 그리고 김태호 PD
평소에 무한대로 애정하는 무한도전(가족상 수상) 김태호PD의 수상소감은 그가 왜 천재PD로 불리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어쩌다 한 번 잘 한 것을 가지고 상을 받게되니 부끄럽다. 그리고 팸플릿에 실린 초등학생들의 미디어 비평문을 보니 저한테 하는 이야기 같아 찔리기도 한다. 앞으로 계속 좋은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사실 똑똑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성격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군.’(나 혼자만의 편견 일수도 있겠지만 ^^;) 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만나고 보니 겸손함까지 갖춘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최종 심사를 할 때 무한도전은 만장일치로 통과 했었다. 2011년 한 해 동안 무한도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얼마나 많은 괴롭힘을 당했는지 회원들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 모두 무한도전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기죽지 않도록, 그리고 더 좋은 방송을 만들도록 우리 시청자들이 나서서 상을 주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적인 소감까지 밝혀주니, 앞으로도 무한도전을 본방 사수할 수 밖에!
# 진심을 느끼게 만들었던 눈물
두 편의 특별상 수상작 중 한 편인 <해방되지 못한 영혼,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잊어서는 안 될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광주 지역민방인 KBC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어서 더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PD와 카메라 감독 두 분이 시상식에 참석해 주셨는데, 카메라 감독님은 카메라로 연신 시상식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에게 수상 소감을 물었더니 “그분들을 잊지 말자”는 말씀을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개인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은, 특히 다큐멘터리는 진심이 담긴 프로그램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감독님의 눈물은 그 프로그램에 담긴 진심을 내게 전해주었다. 프로그램과 카메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기억이 잘 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쓰면 쓸 수록 할 말이 많아 부탁받은 분량을 금새 채웠다. 현장의 분위기와 감동이 조금이나마 전달이 되었을까? 부족하시다면 2012년 시상식에 여러분을 초대하니 꼭 참석하시어 함께 환호성도 지르고 박수도 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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