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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호 [민우ing] 2011년 여성노동 상담경향
■ 민우ing
2011년 여성노동 상담경향
내 삶, 나의 노동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바람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요즘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
이곳저곳에 취업원서를 내고 있지만 상황이 마음 같지 않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서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날이 태반이라고 한다. 밤 10시에 회의를 하자는 팀장, 아무리 일을 해도 쉬는 날은 돌아오지 않고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둘까 싶다가도‘지금 그만두면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취직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꾸역꾸역 출근을 한다고 한다.
2012년 그녀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1년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되어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죄인가요?
왜 내게 임신과 출산∙양육을 주홍글씨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여전히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불이익 상담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업종도 하는 일도 근무 경력도 제각각이지만 임신과 출산, 양육을 경험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똑같았다.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회사에서 처음으로 사용한다는 몇몇의 그녀들은 법에 버젓이 명시되어 있는 그 제도들은 내 것이 아니었다고, 산전후휴가를 사용하기까지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까지 험난했던 시간을 말하고 있었다. 또한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종료 후에도 만만치 않은 난관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그녀들은 호소하였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전혀 다른 일로 복직시키거나, 집에서 출퇴근을 상상할 수 없는 먼 곳으로 발령을 낸다거나, 의도적으로 일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책상조차 주지 않는 사례들이 판화를 찍어내듯 반복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는 쉽지는 않지만 그나마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러한 제도를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계약유지가 어려워 질 것이 뻔하기에 임신 사실을 숨기고 악착같이 일을 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기간을 근속기간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은 육아휴직을 근무경력에서 제외하는 요지경 세상 얼마 전 법제처에서는 육아휴직을 근무경력에서 제외한다는 유권해석을 하여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육아휴직 기간은 업무 숙련도를 요구함에 있어서 그 조건을 충족하는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근무 경력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법제처의 논리였다. 이러한 육아휴직을 근무 경력에서 제외함으로서 불이익을 겪는 여성 노동자들을 상담을 통해서 만나기도 하였다. A직렬에서 몇 년 일해 온 한 노동자는 B직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B직렬로 전환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직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험을 볼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역량을 더 넓은 공간에서 펼치고 싶은 마음에 B직렬 전환 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그녀가 B직렬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A직렬에서의 근무 경력 3년)을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B직렬로 전환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녀가 A직렬에서 일한 기간은 육아휴직기간을 포함하여 3년 11개월, 3년을 채우고도 훨씬 넘는 기간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육아휴직제도는 남녀 노동자가 일정기간 자녀의 양육을 위해 직무에 종사하지 않고 휴직하는 제도로 본질적으로 육아휴직자에게 승진과 임금 등 인사 상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아동 양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근무경력에서 제외한다 함은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휴직 기간을 근무 경력에서 제외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며 육아휴직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당신은 지금 건강하십니까?
여성노동자의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한 ‘국가경쟁력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국가 33개국 중 가장 길었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 되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사업장이 확대되고, 서비스직의 확대 등에 따른 과도한 감정노동 등으로 여성 노동자의 건강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형태가 많은 까닭에 건강에 대한 사회적 보장에는 더욱이 배제되어 있었다. 2011년 한 해도 2010년 이어 식당 여성 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식당 여성 노동자 인권 실태조사와 상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식당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급을 받으며 12시간씩 일하지만 휴가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건강을 돌볼 시간이 없고, 건강을 챙길 돈과 정보를 가지지 못해 병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는 직장내 성희롱과 폭언∙폭행 상담을 통해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장내 성희롱과 폭언∙폭행을 겪은 노동자들은 상담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심리적 압박과 두려움을 말하고 있었다. 직장내 성희롱 상담은 2011년 전체 상담 중 33.3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담 사례를 통해 몇몇 노동자들은 성희롱 사건 이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추행 장면이 회상되거나 쉽게 놀라고 불면, 우울,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폭언∙폭행은 괴롭힘과 왕따 등이 동반되어 노동자의 정신 건강을 압박하고 있었다. 수직적 관계에서 오는 인격적 무시, 어리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듣게 되는 비하 발언,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비난 등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밤에 잠이 오지 않고, 우울한 감정에 빠진다. 마치 정글 같은 공간에 홀로 있는 것같다며 평생 받아야 할 상처를 일터에서 다 받는다며 건강할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하였다.
내 삶은, 나의 노동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나는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자본은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돈 버는 것’외의 모든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다. 자본은 노동자를 멈추지 않는 기계 같은 노동력으로 철저히 환산하며 노동자의‘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한다. 장시간 노동을 해야지만 한 달 벌어먹고 살 수 있거나, 아이를 낳지 않아야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거나, 여행이나 여타의 충전을 위해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자만이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원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아이를 돌보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내 몸을 돌볼 수 있어야 하고,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열심히 일한 만큼 충분히 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쓰고 버리듯 노동력을 착취하는 편협하고 위험한 문화와 제도 속에서 최소한 삶의 온전함을 되찾고 싶다고 상담을 통해 사람들은 말하고 있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권리를 요구하며 “이것은 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동료들의 삶의 조건과 우리 회사에 들어 올 누군가의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라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말한다. 요지경 세상 내가 겪는 문제는 당신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은 올해도, 우리의 사회적 권리를 사회적으로 요구하며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이 손 잡아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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