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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호 [人터뷰] 다큐멘터리 '하얀정글'의 감독 송윤희를 만나다
■人터뷰
작년 12월 의사가 직접 찍은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하얀정글]. 의사의 하얀 가운을 닮은 흰색이지만, 상업화된 의료 산업이 의사들에게 강요하는 경쟁 속에서 약자인 환자들의 건강이 희생되고 있는 정글인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감독은 의료 생협 의사인 남편에게서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환자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병원 밖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카메라를 들고 의사들을 만났다. 상업화 경쟁 속에서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고, 의사들은 환자의 병보다 치료비를 먼저 요구한다. 이제 현직 의사도 아니고 고발 다큐멘터리 감독도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송윤희 감독과 마주 앉아 [하얀정글]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Q [하얀정글]에는 실제 환자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인터뷰이 섭외가 어렵지 않았나?
다른 인터뷰에서 얘기했지만 인터뷰이 섭외를 성공적으로 하진 못했다. 다큐에서 흔히 소외계층 이라 하는 사람들이 주된 인터뷰이가 됐는데 그걸 원치 않았고 가장 기피하고 싶었다. 한 중산층이 이를테면 얘들 유학도 보낼 수 있고 해외 여행도 갈수 있는 정도의 탄탄한 한 가정이 심한 병원비 때문에 어떻게 점점 안 좋아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 하나만 보여줘도 병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중산층 섭외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인터뷰는 섭외 되는대로 했다. 질문은 치료나 의료사고를 떠나서, 병원 가서 힘들었던 점, 섭섭했던 점을 듣고 다 모아서 추렸다.
Q이번 다큐멘터리가 첫 작품이다.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명확하게 구분 짓는 건 힘들다. 이전부터 의료제도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현재의 의료시스템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동영상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남편에게서 당뇨병이 심각한데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한 환자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때부터 진짜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다.
Q대중들에게 의료 산업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꼭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이유가 있었나?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해서 포석은 다 깔려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약점, 취약점 조목모족 얘기 한다. 칼럼, 논문, 보고서도 많다. 그리고 모든 보고서의 엔딩이 대중이 얼마나 아는 지로 끝난다. 최종적인 힘은 대중이 얼마나 같이 가느냐다. 대중이 자각을 하고 움직일 때 힘이 나오는 거다.
Q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다큐에서 여러 계층을 담지는 못했다.
사실 더 좋은 다큐가 되려면, 중산층이 얼마나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힘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끝나버린다. 실제 병원비 때문에 몰락하는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걸 못 담은 것은 [하얀정글]의 가장 큰 단점이다. 근데 내가 뭔가를 하고자 했을 때 목적이란 게 있다. 완성도를 위해서 6개월 정도 더 작업했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 모든 임시국회에서 의료 민영화, 영리법인이 항상 도마 위에 있었다. 시급성이 있었다. 뭐라도 하나 나오면 주춤하지 않나. 빨리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서 인터뷰가 부재한 상황에서 끝을 내고 발표했다.
Q개봉 당시 한국판 ‘식콕’이란 수식어로 매체에 많이 소개 됐었다.
상영회에서 만난 관객들은 어떤 질문을 했나?
일단은 흥행하지 못했다. 보건, 진보단체 관련자들들 외에 관객은 적은 수였다.그래서 질문은 오히려 전문적이고 지엽적였다. 하나 느꼈던 게 이 다큐를 정말 정해진 사람만 봤구나 였다. 사실 이 정도 볼 줄 알았으면 굳이 개봉까지 하지 않았다. 개봉을 한 이유는 관련자들 보다 대중이 많이 보길 바랐다. 왜냐면, 딴 얘기일 수 있는데. 남편이 우연히 어르신들의 병원 치료 경험담을 듣게 됐다. 듣다 보니 [하얀정글](에 나왔던 사례) 이야기를 하시더란다. 영화를 보셨나? 싶어서 계속 듣다 보니 [하얀정글] 이야기는 아니더란다. 결론은 뭐냐면, 모든 사람이 ([하얀정글]의 사례들을) 한 번씩 경험해 본다는 거다.
Q병원에서 실제로 부당함을 느끼는 환자들도 문제를 파헤치고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 그런데 의사가 직접 다큐를 찍는다는 것, 더 힘들고 두렵기도 했을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별난 짓을 한 거다. 만약에 누가 했다면 굳이 안 했다. 그런데 정말 전무했다. 하다못해 방송국에서 만든 게 있다면 이걸로 학생들 가르치면 되겠다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건강보험제도에 대해서 살짝 다루거나 지엽적으로만 보여줬다. 병원에서 내시경을 많이 시술한다는 정도로만 보여준다. 환자들은 병원에 가서 ‘이렇게 진료하는 게 맞나?’ ‘병원비가 이상한 거 같다’ 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궁금해지면 검색도 해본다. 그럴 때, 15분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참고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의료 시스템에 이런 취약점이 있구나, 의사들이 나쁘기도 하지만 이런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구나 알 수 있게 말이다.
Q어떤 목표가 생겨도 뭘 해야할 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만들었다는 게 흥미롭다.
만약에 그림을 그렸다면 웹툰에 연재를 했을 거다. 작곡 능력이 있었으면 패러디 곡을 만들었을 거다. 학생 때 영화 만든 경험이 있으니까 다큐를 찍었다. 계속 창작을 하고 싶기도 해서 접목을 잘 했던 거 같다.
Q[하얀정글]은 흔히 말하는 고발 다큐멘터리다. 첫 작품이 고발 다큐라니 걱정되는 건 없었나?
몰매 맞을 짓이라고 생각 안 했다. 의사들도 보면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고쳐져야 할 텐데 동감하면서 의사들에겐 (다큐가)유하게 다가간다. 기본적인 성향이 세상이 무서워서 한 발자국 못 나오고 이러지 않았다. 남들 하는 대로 하는 성격이라면 의사를 그만두고 다른 길로 가지 못 했을 거다.
Q성향 이야기를 하니까, 영화 말고 좋아하는 게 뭔지 궁금해졌다.
완전 다른 얘긴데.(웃음) 강아지 키우는 걸 정말 좋아한다. 이런(의료 관련) 활동 아니면 카라(동물보호 시민단체) 활동을 했을 거다. 다큐 찍을 때 혼자 하지 않았다. 한겨레 문화센터에 다큐멘터리 창작 반에 있었는데 현직 다큐 감독의 조언을 듣고 작업할 수 있었다. 다큐 기획서를 하나는 ‘의료제도’ 하나는 ‘유기견’을 냈는데 사람들이 의료제도를 뽑더라. 그래서 팀이 꾸려지고 만들어졌다.
Q다큐를 만들고 상영까지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거 같다. 궁금해지는 게 의사로 환자들을 만나기도 했고, 다큐 감독으로도 만났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helplessness(무력감) 같은 거. 병원 안에서도 의사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다큐를 찍으면서도 그분들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나쁘게 말하면 그분들 삶을 이용한 거다. 다큐 감독들은 누구나 이런 딜레마에 봉착한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었다.
Q마지막으로 송윤희라는 사람의 인터뷰에 꼭 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뻔한 말이 될 거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쫒은 일을 하면 좋겠다. 물질적 보상은 적어지지만. 정말 원하는 거라면 쌓아온 게 아까워서, 경력에 쓰면 안 좋을 거 같아서 라는 생각으로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정으로 일하는 사람, 마음을 쫒아서 선택하는 사람들로 사회가 채워지면 조금이라도 변할 거다. 나도 계속 그렇게 뛰쳐나가고 싶다. 민우회 회원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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