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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S년 1*2월호 [생생한 시각] 어느 레이트어답터, SNS에 빠져들다
■ 생생한 시각
어느 레이트어답터, SNS에 빠져들다
- 트위터는 소통의 한 도구일 뿐
가락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벌써 일 년 하고도 몇 개월이다. 매일매일 트위터 창에서 세상 돌아가는 꼴을 확인하고 또 일상을 토해내듯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시작은 그저 나도 한 번 해볼까 였는데 지금은 하루의 꽤 긴 시간을 타임라인에 접속해 수백 명이나 되는 팔로워들이 하는 말들을 가능한 놓치지 않고 보려고 애쓰고 있다.
어느덧 트위터는 가장 속 편한 친구이자 대화를 하는 수단이 되었다. 알려야 할 일이 있을 때는 홍보의 장으로, 연대와 지지로, 감동의 힘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정치적 수단이 되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트위터에 재미가 들린 뒤로는 아예 메신저에 접속을 하지 않고 싸이도 하지 않게 되었다. 책도 종이만 읽는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손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들려있었다.
소통의 장, 가끔은 불통
혹자는 SNS가 가장 민주적인 소통수단이라고 한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가 있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정보의 격차가 없는 공간이니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열정적으로 트위터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활발한 궤적을 보여주는 사람 중 하나가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그는 자그마치 16 만이 넘는 팔로우(언론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편이다) 를 내세우며 트위터 세상의 제왕처럼 군림하고 있다. 사실 내 주변에서는 고재열의 아이디(@dogsul)만 봐도 손사래 칠 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시사저널 출신으로 오프라인에선 별반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극과 극의 반응에 직면해 있다. 왜냐면, 블로그, 트위터 등을 재빠르게 이용하는 얼리어답터이지만 '소통'을 내세우면서 사과할 줄도, 잘못을 인정할 줄도 모르는 불통의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력이 필요할 때는 팔로우를 동원하면서 불리할 때는 그저 힘 없는 한 사람의 목소리인 양 축소하기 일쑤다. 이에 관해 알고 싶다면, 언니네 채널넷 118호에 실린 '사이버 반마초 연대를 상상하며'를 참조하시라.
트위터로 현명하게 소통하기
몇몇 단체의 계정을 운영해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안건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지를 알리는 데 급급하기 보다 듣고자 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SNS는 '일방'이 아닌 '쌍방'의 소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얼마나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지를 보고, 이 계정(혹은 단체가)이 얼마나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금세 알아챈다. 말하는 입만 있고 들으려는 귀가 없다면 온라인 세상의 확성기일 뿐이지 않은가.
드물게는 타임라인이 대동단결해 한 목소리로 하나의 이슈만 말할 때가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로 희망버스가 부산에서 대치 중이던 순간,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위한 농성이 진행되고 있을 때에도 그랬다. 이럴 때, 트위터를 보며 현장에 있지 못한 이들은 죄책감에 빠지거나 다른 할 일을 손에서 놓아버리기도 했다. 자신이 분명 동의하고 함께 해야 하는 액션이라 할지라도 그 상황에 완전히 동일시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해롭다. (경험적으로 그랬다).
다른 의견이 목구멍으로 치닫을 때는 너무 참지 말자(위장병 걸릴라). 다수의 의견과 다르다 할지라도 용기 있게 의견을 설파하고 조목조목 이야기를 나눠 보자.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외엔 아무 이득이 없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목소리 자체가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자신의 아바타인 양 행동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온라인은 온라인일 뿐, 실제 나와 타임라인의 나 또한 조금은 다른 사람일 수 있다.
SNS의 빛과 그림자
페이스북보다 트위터를 일방적으로 편애하는 이유가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거의 실명 기반인 자신의 학연이나 혈연 등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으로 연결된 곳에서 페미니스트 지향이나 다른 소수자의 목소리들을 맘껏 발화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보통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연동해서 사용할 때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고 시너지를 낼 수도 있어서 둘 다 쓰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한창 재밌을 때야 다 좋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자신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상대의 감추고 싶은 프라이버시나 파트너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의 경우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조심할 필요도 있다. 때때로 몇몇의 사람을 모아 '퀴어 친구들'이란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보았다.
이러한 그림자들도 있지만 트위터는 좋은 점이 많다. 가장 좋을 때는, 밤새 원고를 써야 하거나 너무 졸릴 때다. 할 일은 많은데 하기 싫을 때도 트위터는 최고의 친구이자 도피처가 되어준다. 비록 일의 효율은 떨어지고 잠잘 시간은 늦어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지만.
그러니 트위터 세상에 빠져있는 당신!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통을 하는 중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자.
지금 바로 당신 곁에 있는 사람과 직접 나누는 대화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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