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4월호 [기획] 총선을 품은 수다
▣기획
총선을 품은 수다
총선에 대해 말문 터진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4인, 수다로 뭉치다
오영식(수풀)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다가오는 총선,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은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까?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7일(수) 저녁,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퇴근한 야심한 시간에 민우회 회의실에서는 ‘회원 수다회’가 진행됐다. 출판계, 복지계 등 저마다의 직장에서 고된 노동을 마치고 모인 회원들이었지만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하게” 만들어주는 유쾌한 자리였다.
주제는 총선. 수다회 주제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다들 초대받지 않았다면 섭섭했을 정도로 수다들을 풀어냈다. 지난 선거에 대한 기억들로 슬슬 발동이 걸리더니 어느새 거침이 없다. 이 날 주고받았던 내용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다소 두서없을 수는 있으나 수다의 큰 흐름만 정리하여 글로 담아보았다.
※ 편집자 주 : 본 기획 글은 회원들의 자유로운 수다회 풍경으로 한국여성민우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 왜 중요한가?
회원A : 4월 11일(수), 제19대 총선이 치러지잖아. 이런저런 정책들부터 정당 통합 논의와 공천까지 그 준비과정 중에 빵빵 터지는 사건도 많고 이슈도 많았던 것 같아. 이번 총선,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야.
회원B :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잖아. 총선 결과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고 그래서 각 정당들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
회원C : 이번 총선 결과가 여야 박빙 또는 야당 완승으로 많이 얘기되더라. 여당 위주의 18대 국회가 워낙 충격적인 사건들을 많이 터트려주신 덕분에(?) 만약 야당 완승으로 끝나더라도 국민들은 야대여소 현상에 대한 견제심리로 대선 때는 여당 후보로 몰릴 가능성도 있단 말이지. 그래서 총선에서 누가 이기고 지느냐도 중요하지만 대선을 염두했을 때 국민들의 목소리에 누가 가장 가까이 다가가느냐, 누가 민심을 얻느냐가 더 중요한 총선인 것 같아.
회원D : 나 개인으로도 이번 총선이 다르게 다가와. 우리 모두 MB정부를 거치면서 한 사람 잘못 뽑은 결과가 이렇게까지 처참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봤잖아. 국민들이 선거제도에서 내 표 한 장이 갖는 무게를 극적으로 실감하게 되었달까?
사표(死票)를 고민하다.
회원B : 난 사실 사표(死票)에 대한 고민이 있어.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사표지만 정권교체라는 명분에서 본다면 통합되지 않은 소수정당에 표를 주는 것도 사표일 수 있잖아.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나로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통합정당에 표를 줘야 하는 건지 아직도 고민이야. 정권 교체도 중요하지만 더 길게 보고 소수정당을 위한 토양을 키울 필요가 있어.
회원A : 나도 야당 통합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이번 총선 과정에서 야당들이 통합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대선은 물론 이후 정치판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험으로 작용할꺼야.
회원D : 나는 반대로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통합당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가끔 통합 논의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지도부들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날 때도 있어.
회원C : 맞아! 국민들이 현 정권에 대해 이렇게 크게 실망해 있잖아. 조금만 노력해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텐데 그걸 살리지 못하니...
선거, 감동을 줄 수는 없는가?
회원D : 민주통합당 공천에도 논란이 많았잖아.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문제가 있는 인물들을 공천에 올리다니! 국민들은 선거과정에서 실망이 아니라 감동을 원한다고! 요즘은 볼펜 한 자루를 팔아도 고객감동을 외치는 시대인데 말야.
회원A : 감동이라… 정치에서 감동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회원D : 소통하려는 노력이지. 오바마, 노무현, 룰라 등의 지도자들에게서 국민들이 감동을 받았던 건 그들의 소통하려는 노력이 국민들에게 와 닿았기 때문 아닐까?
회원C : 이번에 시도됐던 청년비례대표는 제법 신선했어. 다만 준비가 워낙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되다보니 성공하지 못한 진행 과정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 정치적 이벤트로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고리타분한 기성 정치풍토를 뒤흔드는 획기적이면서 다소 골 때리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으면 좋겠어.
회원A : 진보 정당들이 선거전략을 세울 때 많이 겪는 딜레마가 있어. 정책보다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기성 선거유세 방식을 탈피하고 진정성과 내용으로 승부하고 싶지만 이미지에 집중하는 선거전략이 사실 당선에는 효과적인 것도 사실이거든. 그래서 또 기성 선거전략을 따라가게 되는 점도 있는 것 같아. 기존의 틀을 뒤엎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진보적인 선거전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 같아.
여성 후보와 여성 이슈
회원D : 비례대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성비례대표 또는 여성 후보에 대해서는 생각들이 어때?
회원A : 여성 정치인들을 보면 보육, 가족 등 소위 “여성스러운” 분야에 집중해서 이미지화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 아니면 아예 반대로 “여장부”, “철의 여인” 등 “여성이지만 남성적이다”는 식의 자신의 여성을 부정하는 이미지를 강조하던지 말이야.
회원B : 여성 후보의 이미지도 성별화된 거네. 예를 들어 경제전문가인 여성 후보도 있지만 사람들은 경제전문가로 보기 이전에 여성으로 보지. 왜 사람들은 여성 후보에게는 “여성스러운” 전문성만을 요구할까?
회원C : 여성이라는 일부의 정체성이 후보 전체를 대변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여성 이슈는 왜 꼭 여성 후보에게만 강요되어야 하는 거야? 여성 후보라고 모두 여성 이슈에 민감한 것도 아니야. 그러다 보니 오히려 남성 후보는 여성 이슈에 대해서 고민도 하지 않잖아. 이제는 남성 후보도 여성 이슈를 고민해야 해! 여성 이슈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복지와 포퓰리즘
회원A : 좀 다른 얘기인데, 최근에 무상급식을 비롯해 다양한 복지정책들이 수립되고 있는데 나는 복지계 종사자로서 일련의 복지정책들이 포퓰리즘이라는 이름으로 공격받고 있는 요즘 상황이 불편해.
회원B : 복지는 생존과 평등의 이슈야. 왜 포퓰리즘이라고 공격받는 거지? 아직도 전반적으로 복지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잖아.
회원D : 그냥 복지정책은 해주면 다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현장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정치계가 복지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복지정책들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받은 것 같아. 사실 지금 여야의 복지정책만 놓고 보면 정치적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어.
회원A : 그런가하면 정책의 실행가능성과는 별개로 포퓰리즘 자체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예전에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하면 도로를 놓거나 뉴타운을 유치하는 토목산업과 관련한 정책들이 많았지. 이제는 복지야. 다시 말해 토목에서 복지로 국민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아.
회원B : 복지 이후의 이슈는 아마 녹색 ․ 생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녹색당 창당은 눈여겨볼만한 지점인 것 같아.
수다는 끝을 모르고 밤늦도록 이어졌다. 각자 평소에 생각하던 총선에 대한 단편적인 고민들을 풀어내고 보니 총선을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도 보다 풍성해지고 선명해지는가 하면 놓치고 있었던 새로운 고민 지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 글을 읽은 함여 독자 여러분들도 오늘 지인들과 총선에 대해 수다 한판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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