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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6월호 [생협이야기] 행복 중심 생협, 새로운 발돋움에 박수를
행복 중심 생협, 새로운 발돋움에 박수를
김인숙(멍군)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89년 출산 직후 육아의 문제로 심신이 피로함과 동시에 몹시 인생이 무료하던 시기, 생협이라는 단어와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이 세상을 전달해준 이는 평범한 주부로, 잡지에 소개되는 생협 설명을 보고 내게 공동체를 꾸리자 제안해 온 것이었고 이에 응했던 것이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참 특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5명 이상의 공동체 구성이 필수며, 일주일에 한 번 나눔모임 참석과 토론, 복잡한 생활재 대금 계산 과정의 분담 등. 참 강도 높은 참여활동이었지만 모두들 정말로 열성이었고, 재미있어 했다. 거기다 품질 수준이 표준화되어있지 않은 관계로 불합리해 보이는 생활재를 기꺼이 소비해주는 자세는 기본인 점까지, 지나고 생각하니 참으로 훌륭했고 새삼 그 참여의 동인은, 그 열정의 숨은 욕구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생협설립 초기와 비교해서 조합원 규모나 총사업고 등 통계적 수치만 보아도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다. 이런 성장으로 인해 다양한 사업들의 구상이 가능해졌으니 참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협의 성장은 단순 사업고의 수치를 넘어 농촌환경의 변화와 유통시장에서의 대안, 부엌에서의 다른 선택과 일상에서의 다른 가치. 그리고 철학을 만드는 과정을 수반하는 것이기도 하니, 성장수치는 곧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일구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여 기쁘고, 칭찬 ‘듬뿍‘을 요청해도 되는 일임은 강조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러나 생협 23년 세월의 종합성적표가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농촌은 더욱 피폐해졌으며, 환경오염은 더욱 광대해지고 있고, 생협 경영환경은 여성리더십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넘기 힘든 도전들일 때, 자신에 차있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더욱 성장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되기도 하는데, 규모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경영환경의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되었건 조직의 규모와 구조의 복잡함은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의 생협활동은 한국여성민우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생협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었다. 그 틀을 가지면서 여성들이 꾸리는 생협만의 독특함과 리더십과 가치가 만들어지고 유포되며 생협의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여성들의 세계관을 넓히는 역할을 해올 수 있었다. 한편으론 대중여성운동체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한 여성민우회는 생협이란 공간을 우리의 중요한 운동 현장으로 여기고 있었고, 그곳을 통해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환경문제, 먹거리 문제 그리고 대안적 경제체계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갈 수 있었으니, 무엇이 우리운동에 우선이요, 누가 더 주체였는가를 따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생협 23년, 민우회 25년 역사를 통해 조직의 규모나 조직의 형태가 엄청 복잡해져 버리고 말았다. 성폭력상담소, 미디어운동본부, 생협으로 부설과 지부들까지, 운영의 주체들이 다양해졌고 그 다중심체로서의 복잡함이 생기게 되었다. 각 중심들의 주체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이를 조화롭게 소통하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일에의 에너지 투여도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확인하게 된다. 하나의 조직 안에서 조직운영과 정체성 통합에 운동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보다는 생협을 인큐베이팅 해냄으로써 각자의 조직이 자생력을 높이고 특색을 강화함으로써 전체운동의 역량과 대중적 영향력을 높여갈 수 있다고 판단되는 때가 온 것이다. 민우회생협 또한 ‘여성단체’ 생협이라는 무거운 틀보다 생협운동의 흐름과 방향에 맞게 가볍게 변신하고 전환할 수 있는 조직적 틀거리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번 총회에서 한국여성민우회는 ‘행복중심한국여성민우회생활협동조합’의 분리를 회원들게 공유하였다. 이사회, 중앙위원회를 거쳐 여성민우회생협의 독자적 운영이 한국사회에서 여성생협으로서 새로운 주체들을 모으고 새로운 운영 원리로 발전전망을 만들고, 성취하며 그래서 한국사회 생협의 롤모델이 되는 일이 한국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겠다는 결정과, 훌륭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지난 역사 속에서 축적되었다는 믿음으로 기쁘게 분리를 공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아직 진행 중이며 몇 단계의 경로를 거치게 될 것이다. 민우회생협연합회와 행복중심생협, 남서생협이 각각 한국여성민우회와 지부 조직에서 분리했으니, 그 외 각 지부 부설로서 존재하는 단위 생협들의 분리도 주체들의 합의와 준비여부에 따라 다소 시차는 있을 예정이나, 그 경로의 변경을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새로운 조직 명칭이 만들어질 것이고 새로운 가치, 철학을 담은 비전과 이를 이룰 사업들이 구상되고 발표되는 일만 남지 않았을까?
며칠 전 한 일간지 기사에서 영국의 생협‘허브’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그 기사에 의하면 도산하는 마을 기업들을 하나, 하나 인수하며, 동네 술집(PUB)부터 노인돌봄기관까지 바꾸어 운영한다고 한다. 그후, 마을 주민을 위한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서비스도 중단됨 없이 제공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새로운 마을공동체적 삶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생협‘허브’의 역할이 있다고 한다. 생협을 시작한 89년에 가졌던 나의 바람은 농촌에서 마을 노인들을 돌보며 우리 옛 마을의 상부상조 삶을 복원해보고 싶은 바램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허브’와 같은 상상이 쉽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생협활동의 경험이, 공동으로 뭔가를 만들어 본 경험이 나를 이렇게 희망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안다. 현실 가능성이 어떻든, 나에게 희망이 만들어지듯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한 가득 안겨주는 일이야말로 한국사회에서 지금,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민우회’로부터 분리‧독립하여 또다른 생협으로의 새로운 모색과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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