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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6월호 [민우칼럼] 영화 <하모니>를 보고나서 드는 생각
▣민우칼럼
영화 <하모니>를 보고나서 드는 생각
조 인 섭 ‧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얼마 전 <하모니>란 영화를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볼만한 프로가 없던 차에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던 중 텔레비전에서 하고 있기에 보게 되었다. 영화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너무 많이 울게 된다고 하여 보지 않았었다. 이미 본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줄거리는 청주여자교도소의 재소자들이 합창대회에 나간다는 것이었다. 줄거리도 훌륭하거니와 합창대회를 통해 그들의 상처가 치유받는 모습도 좋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후 한동안 나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들은, 그녀들이 왜 그곳에 가게 됐는지 였다.
영화에서 한 여인은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의 극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방어하기 위하여 남편을 밀게된다. 남편과 함께 유리탁자 위로 넘어지게 되고 우연히 남편은 죽게 된다. 다른 한 여인은 의붓아버지로부터 오랜 기간 강간을 당해오다 저항하는 과정에서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변호사인 나로서는, 그 사람들이 저지른 죄에 비하여 그곳에 있어야 하는 기간이 너무 긴 것처럼 보였고, ‘정당방위가 아닌가? 과연 유죄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이 아닌, 현실 사건에선, 이런 사건에 대하여 정당방위를 주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사람을 죽였는데...” 라고 말하거나 “그럼 남편을 죽여도 된다는 말이냐”는 반응을 먼저 보인다. 1)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도 큰 사건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성폭행을 해 놓고 그 정도 형밖에 안받냐”, “형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여러 차례 법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실제 사건에 들어가면 "그 정도 죄를 진 걸로 그렇게 오랫동안 감옥에 있으라는 거냐?“ 혹은 ”그럼 (가해자의 인생)은 어떻게 되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러한 반응은 일반인 뿐만 아니라 법조인에게서도 나오곤 한다.
텔레비전을 보면 알파걸이니, 딸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느니, 여인천하라느니 등의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자의 몫이고 명절 때마다 며느리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직장 여성들은 일과 육아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등 가부장적인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사회가 많이 변했고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났고 남녀평등이 많이 이루어졌다지만 아직 저 깊은 곳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 세상에 한 가지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일테니, 우리가 꿈꾸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아직 민우회가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1)지난 5월 16일에는 한국여성의전화의 주최로 ‘여성폭력 피해자의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정폭력에 대한 사법절차, 시민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어난 가해자 공격은 높은 수준으로 방어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며 “정당방위냐, 살인이냐의 이분법으로 보면 안 된다. 이들은 가정폭력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의 감각과는 다른 ‘피해자 감각’을 갖고 있다. 피학대여성증후군이란 병적 증세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생존의 의지와 트라우마의 결합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사발췌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news/53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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