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12년 5*6월호 [9개의 시선] 새로운 공간, 새로운 꿈
▣9개의 시선
새로운 공간 새로운 꿈
김인자 ‧ 군포여성민우회 대표
이전 사무실을 5년 전에 계약할때만 해도 임대료가 굉장히 쌌다.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사무실답게 변모되면서 가치가 올라가게 되었다. 매년 임대료를 20-30 퍼센트씩 올려달라고 하는데 당할 재간이 없었다. 올해 4월이 되면 또다시 올려달라고 할 텐데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작년 운영위원들과 활동가들이 워크샵을 하여 얻은 결론은, 사무실을 옮기고 아름답게 꾸며 누구나 와서 재미있게 놀다 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곳을 찾기 시작하였으나, 적은 예산으로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얻는다는 것이 무척어려웠다. 공간이 크면 위치가 나쁘고, 위치가 좋으면 공간이 좁고. 시간은 흘러 3월이 다가오는데. 그러던 중 부동산 중개업체 지인의 도움으로 좋은 조건의 건물을 소개 받았다. 공교롭게도 원래 군포민우회가 있던 빌딩의 8층이었다. 사실 우리는 이 빌딩의 외부 환경이나 빌딩 내의 업종들이 못마땅하여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8층이 괜찮은 조건에 나온 것이다.
공간 면적이 아주 흡족하지는 않으나 그런대로 괜찮은데다, 옥상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운영위원들이나 활동가들도 모두 좋다고 하여 이전 하기로 결정 하였다. 또 3층에서 8층으로 옮겨 가므로 이사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일용노동자 두 분의 도움으로 이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물론, 활동가들의 노고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이사를 하고 나니, 우리가 가진 적은 돈으로 사무실을 꾸며야 하는데 견적이 만만치 않았다. 북카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난감하였다. 사무실을 알아봤던 때처럼, 이번에도 좋은 이웃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 시작할 수 있었다. 정말 군포 활동가들은 복덩이들만 모였음을 다시 실감했다. 활동가들의 인품을 보면서 이웃들이 어찌나 도우려고 하던지.
처음 북카페를 생각했을 때는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문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잘 모이지 않는 회원들과 동네 사람들이 와서 모임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서로 삶의 정보도 나눌 있는 장소. 토론의 장소면서 나눔의 장소이기도 하고, 작은 규모의 공연장으로 특기를 발표할 수 있는 문화의 장소도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재미있고 즐거운 장소로 누구나 자주 찾아오고 싶은 친근한 곳이 되기를 바랬다.
이와 더불어 맛있으면서도 저렴한 원두커피를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장소를 만들자는 취지도 함께였다.
인테리어의 방점은 사무실 공간보다는 소통을 위한 카페의 공간이 중심이 되면서도 두 공간이 잘 어우러져 사무국과 까페 운영이 조화로운 실내구조를 꾸미고자 하였다. 작은 소모임 방을 3칸으로 나눠 그 중 한 칸을 사무실로 쓰게 되어 공간 문제를 해결했다. 커다란 책장으로 꾸며진 벽에는 쉽게 읽으면서 교양을 얻을 수 있는 책들과 판매할 수 있는 회원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다른 한 면은 갤러리로 그림을 걸 수 있게 하였다. (전시품이 팔릴 때는 일정 수익을 민우회에 후원하기로 하였다)
공사가 시작되고 나니 생각지도 않은 돈이 계속 들어간다. 북카페를 만드는 데는 공간뿐만 아니라 실내장식과 카페 기구까지도 구비해야 해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할 수 없이 운영위원들 중심으로 회원 누구나 자발적으로 출자하도록 권유하여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로 하였다. (출자금은 2년 안에 원금만 갚는다는 조건으로.) 다행히 많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공사를 잘 끝낼 수 있었다. 북카페를 만들고 나니 당장 바리스타 없이 운영하는 것이 문제였다. 당분간은 임금을 주는 바리스타를 둘 수 있을 만큼 수입이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활동가들과 원하는 회원들이 매일 자유롭게 봉사 시간을 정하여 카페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모두들 시간나는대로 바리스타 공부를 해서 이제는 우리가 정한 메뉴들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또, 까페 영업 시간이 문제 되기도 했다. 평일에는 오후 8시까지로 하고, 주말은 토요일만 열기로 정하고 한 번 시도하였으나 우리 힘만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지금은 카페가 정상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될 때까지는 주말 영업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여유를 갖고 즐겁게 해나가는게 더 중요한 일이니까.
소모임 방까지 갖춘 넉넉한 카페 공간이 만들어지다 보니 수익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기만 하면 회원 확보도 쉽고, 재정에도 큰 도움 될테니 말이다. 그런데 위치가 8층이라는 점이 우려 되었다. 그래서 주변이 입소문을 내서 모임이 가능한 공간들이 있는 카페라고, 거기다 커피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고, 정겨운 활동가들이 서비스를 하는 등의 장점을 살려 홍보하기로 하였다. 뽕도 따고 임도 보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석이조!
사실 카페운영에 관하여 충분한 정보 없이 ‘무식하고 용감하게 저돌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에 부딪쳤던 것이다. 한편으론, 오히려 철저히 준비 했더라면 지례 겁먹고 엄두도 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냥 저질러서 잘 하고 있는지도. ^^
아직은 시작 단계라 어려움이 많아 모두가 힘들지만 빠른 시일안에 안정이 되고 카페 운영이 잘 되어 군포 지부가 자급자족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많은 회원과 지역민들이 북카페에 모여 서로 토론하고 배우면서 여성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때가 오리라 믿는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