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10월호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신치의 모의비행
신치의 모의비행
신치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내가 고등학생일 때엔, 한창 세이클럽 개인 라디오가 유행했다. 지금의 팟캐스트처럼 윈엠프로 개인 라디오를 만들 수 있었다. 나도 라디오를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라디오 진행을 해보았다. 아는 사람 몇 명에게 들어보라 얘기를 했더니, 1-2명 정도 들어주었다. 하지만 방송분량 10회도 채우지 못하고 “수능을 앞두고 있으니 공부나 하라는 엄마”에게 걸린 뒤 방송은 접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광화문에서 <2막>이란 책을 발견했다.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2막을 찾는 방법을 매우 상세하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책에 나온 내용을 정리해서 같이 할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엑셀로 저자가 알려준 방법들을 정리했다. 당시 활동하던 두 개의 커뮤니티에 “함께 꾸는 꿈너머 꿈”이란 모임의 모집공고를 올렸다. 두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좋았지만, 한 곳은흐지부지 끝나 버렸고, 또 다른 한 곳에서는 1년여의 시간동안 꾸준히 모임이 진행되었다. 그 모임 멤버들은 지금까지도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다.
실험의 연속
이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과거의 추억들을 따라가다가 찾은 단어가 바로 '실험'이었다. '해볼까?'란 생각이 들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본다. 물론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은 제외하고 말이다. 결국, 올해 3월에 “실험하는 아이디어 컴퍼니”라는 회사 이름이 태어났다. 5월에는 의뢰인이 생겼다. “곧 나올 내 책의 홍보 기획안을 한 번 써보지 않겠니?” 라는 제안을 받았다. 난생 처음 '책 기획안'이라는 걸 쓰기 시작했고, 회사 이름을 내걸고 사람들을 만나야 되자, '명함'이 필요했다. 명함을 만들려고 보니, 회사를 알릴만한 온라인 공간 하나쯤은 필요할 것같아 playideacompany.com이란 도메인을 사서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리고 병행하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러브 매칭 프로젝트
가끔 주변 이들에게 소개팅을 해 주는데 남자들의 경우 열이면 열 이렇게 물어본다.
"예뻐?"
“소개팅 해 달라고 난리를 치더니, 그건 왜 물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올해 6월의 어느 날, "직업, 가정환경, 나이, 사회적 지위와 명예, 외모, 종교가 아닌, '그 사람'만을 보고 누군가를 만날 수 없을까?"를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뼛속 깊이 외로운 영혼들을 위한 러브 매칭 프로젝트”'라 이름을 붙이고, 블로그에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 진행 방법 등을 작성해 올린 뒤, 페이스북과 평소 메일링을 하던 사람들에게 홍보를 했다. 대상은 “이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나를 오프라인에서 3회 이상 만난 사람” 이다. 신청자 중 여자 여섯명과 남자 여섯 명을 각각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뒤에 정리한 프로필을 나눠주었다.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3명씩 정하라고 했다. 프로젝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진행과정에서 기분이 상하기도 했지만, 러브매칭 프로젝트는 애프터 파티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현재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준 참가자 중 한 명과, 애프터 파티를 기획 중에 만난 한 쉐프와 함께 2차 러브매칭 프로젝트 기획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고, 대답하기 가장 곤란한 질문이기도 하다. 여느 프리랜서들처럼 하는 일이 뚜렷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을 실험하고 있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당장 그럴 수는 없으니 혼자서 해 볼 수 있는 것부터 실험 중이다.
요즘엔 '실험하는 아이디어컴퍼니'로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카드값을 막기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실험하기 좋아해서인지, 인생에도 끊임없이 변화가 밀려든다. 다가오는 10월에는 아는 분들과 함께 홍대에 카페를 오픈해서 일할 예정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나는 또 다른 '실험'할 거리를 찾고, 함께 할 사람들을 계속 찾을 것이다. 무엇을 실험하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분명한 건 명함에서 쓴 문구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생각과 시선을 발견'하고픈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욕망에서 실험이 시작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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