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12월호 [민우ing] 바야흐로 다시, 몸? 몸! 몸.
바야흐로 다시, 몸? 몸! 몸.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꼬깜(김희영)*
회원․건강팀 활동가
세상이 여자들에게 말하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2012년은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과 관련되어 꽤 h.o.t한 해였습니다. 피임약 재분류 논쟁(‘응급 피임약, 경구 피임을 약국에서 팔 것인가? vs 의사 처방을 받게 할 것인가?’), 낙태죄에 대한 합헌 판결(‘낙태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현재의 형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등 민우회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단체가 꽤 바빴던 한 해 이기도 했지요. 한편, 피임약 재분류 논쟁은 종교, 여성, 의료계, 정부 등 각자가 바라보는 여성의 몸에 대한 초점과 중심이 어디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장이기도 했는데요. 누군가는 애 낳는 기계로 본다든지, 성적인 존재가 되는 걸 두려워한다든지, 돈 나오는 자판기로 보기도 하구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아예 모른다던지, 아님 너무 잘 안다고 확신한다거나 등등 여러 입장과 논리, 관점과 느낌의 교차점에, 다시 여성의 몸이라는 화두가 있었습니다.
혹시, 산부인과 가봤어?
올 해 여성건강팀의 주요한 키워드와 아이디어는 ‘산부인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067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부인과 이용 경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0/11(목)에 성미산 극장에서 토론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결혼 여부, 의사의 설명 만족도, 태반주사와 같은 상업적 진료 행위를 제안하는지 여부가 산부인과의 접근성을 막는 세 가지 요인으로 도출되었습니다.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가기 꺼려하거나 어려운 이유가 개개인들의 민감함이나 단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승인’된 성관계, 즉 결혼 여부와 같이 사회 문화적 요인이나 의료 상업화의 가속화 속에 더 이상 병원을 믿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 의사들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진료 태도라는 선명한 원인이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디 가서 묻기도 어렵고 껄끄러웠던 여성질환에 대한 각종 질문을 모아낸 소책자, ‘혹시 산부인과 가봤어?’는 많은 분들의 호응과 공감이 있었습니다. 재인쇄를 위한 모금함은 벌써 3천 5백명 넘게 기부해주셨고, 여전히 소책자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많은 여성들이 겪지만 공식적이고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되지 못했던 산부인과 접근성이라는 주제를 사회적으로 던진 이슈였습니다.
“여러분은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중에 어떤 몸이신가요?”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의 부제는 ‘여자, 몸, 춤추다’였습니다. 가끔은 각론에서 총론을 찾기도 하는데요. 산부인과 넘어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 한 판도 벌려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임신 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와 “2012 세상이 여자들이게 말하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말하기 대회”를 공동 주최했습니다. 11/21(수)에 홍대 클럽 크랙에서 저녁 7시 반, 몸몸몸 말하기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난소 질환에 대해 불임 가능성 때문에 친척들에게 쉬쉬 하는 엄마의 모습에 서글펐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었다, 생리대 달라고 했더니 주변에서 들으면 어쩔 거냐고 놀라는 친구를 보며 내가 잘못한건가? 당혹스러웠다, 임신중절 경험 있는 여성들을 인터뷰 하며 그들의 외로움에 너무 답답했다, 나의 몸에 요구하는 정숙함이나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로 폭식을 경험했다” 등등
총 8개의 팀이 10분 내외로 자신의 경험을 ppt로 발표도 하고, 언니네트워크의 소모임인 ‘묻지마 중창단’은 재기발랄한 노래로 속풀이를 하기도 했는데요. 몸몸몸 말하기 대회로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가 남긴 몸의 자욱을 속 시원히 말하면서 연결된 서로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청결하고 조신하고 마르고 젊고 하지만 건강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미션이 거의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구나 다시금 체감한 시간이었어요.
올 해 여성건강 활동은 산부인과로 시작되어 피임약, 피임, 낙태, 그리고 여성의 몸에 대해 안 잡힐 듯 잡힐 듯 어렵지만 흥미로운 점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세요.
다시, 조금 다르게 몸이라는 주제를 함께 만들어 보아요. 마치 퍼즐처럼^^
*꼬깜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헛된 고민들 회오리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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