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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름 [결혼과 비혼 사이] 행복한 홀로 서기
행복한 홀로서기
노은아(좋은나무) 여는 민우회 회원
비혼이란 주제를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옵션이 주르륵 딸려 나온다
. 젠더, 직업, 나이, 학벌, 돈 문제 등등. 한국사회 속에서 40대에 비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국가의 혜택 없이 살아가는 거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홀로서기”의 정점이 아니겠는가?
비혼 여성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면서도 비루하지 않을 만큼의 돈과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정신상태 혹은 마음 챙김은 필수품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속에서 이 두 가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살아왔는지 짤막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물론 아주 주관적 입장과 상황이겠다.
일과 자유로움을 적당히 조율하며 살아 볼까나?
나의 직업은 치위생사다. 아시다시피 좁디좁은 사람들의 구강은 얼마나 사람을 예민하게 만드는지 병원 안엔 온갖 예민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 사람들을 언제나 친절한 돌봄 서비스로 응대하려면 나는 언제나 세심하지만 편안한(?) 상태여야만 한다. 6~7년 진료실 업무가 능숙해지고 경력이 차면 상담실의 업무로 전환하게 되는 게 이 바닥의 흔한 코스이다. 돌봄 서비스에서 이제는 감정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20년차 경력자이므로 얼마 전까지 상담업무를 맡아 일 해 왔다. 사람을 대하다 보니 사람이 싫어질 때가 많은 직업이다. 상담업무를 하루 종일 하고 나면 퇴근 후엔 사람을 마주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말도 하기 싫어지므로 조용히 혼자 있어줘야 했다. 2년 전 오래 다니던 직장이 폐쇄된 후 실업급여로 7개월을 백수로 지낸 적이 있다. 혼자 모든 걸 해결하며 살아야 하는 나는 집과 생활비, 이곳저곳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겨우겨우 지냈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는 또 다른 삶의 패턴을 가능하게 한 시간이 되었다. “흠.. 좀 자유롭게 파트타임으로 일해 볼까? 돈이야 적게 쓰면 되지~. 물론 전셋집 주인이 집값 올려달라고 하면 대책이 없지만.ㅋㅋ”
그래서 난 지금 파트타임 알바로 다시 진료업무를 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니 그다지 과중한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과 정규직 때보다 반으로 줄어든 수입 때문에 좀 불편한 단점이 있다. 그러나 난 아직까지는 자유로움을 택하며 살고 싶다. 그러나 가끔 이런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어디 기댈 데도 없는 비혼인데 이렇게 대책 없이 살아도 되는 걸까?^^::’
결혼? 일단 자신의 마음 챙기기가 먼저라구~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내가 40대에 비혼으로 살아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오랫동안 연애를 하던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하고 싶던 노래를 하기 위해 늦은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일상은 바빴고 의욕도 있었다. 그러나 내 안의 나는 항상 불행했었던 것 같다.
5녀 2남 중 넷째로 자랐고 여느 농촌 가정이 그렇듯 집안의 중심은 남자들이었다. 가난한 살림이라 공부대신 농사일과 집안일을 많이 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집안 남자들의 밥상은 항상 차려줘야 했고, 언니와 나는 오빠의 진로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차별이 서럽고 화가나 여러 가지 반항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투덜대는 년”이란 타박뿐이었다. 부모님의 사랑보다는 독립심을 더 먼저 키워야 했기에 어리광 한 번 부리지 못했던 것 같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곧 나의 허술한 자존감만 키워줬고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그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애를 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해도 가슴이 행복감으로 채워지지 않고 항상 허허로웠다. 그 와중에 결혼도 결심했지만 이내 깨지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나의 존재를 흔드는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으로부터 타박만 받아 힘들었던 내가 어느새 나 스스로를 타박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내 자신에게 연민이 생겼고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리고 나를 소중히 여기면 다른 사람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일상에서 매순간 노력하고 눈물 흘리고 연습하기를 반복했다. 난 괜찮은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 부단한 노력은 내게 혼자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기쁨을 안겨 주었고 더불어 타인을 더욱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돌이켜 보면 결혼을 결심했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보다 항상 불행하고 불안한 나를 채우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지위획득으로 그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훗날 결혼을 선택하는 날이 올지 모르지만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 사는 게 여전히 녹록치 않지만 세상에 주눅 들지 않고 나와 타인을 의지하며 튼튼하게 ‘홀로서기’하고 있는 내가 참 기특하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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