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여름 [활동가 다이어리] 난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난 좋은 사람이 아니야!
김미경(짱이) 여는 민우회 활동가
봄이다! 절기상 봄이 아니라 햇빛과 바람에서 느껴지는 진짜 봄 말이다. 한동안 닉네임을 ‘봄날’로 정했을 정도로 봄을 좋아한다.
봄엔 왠지 몸이 근질근질해져서 관절이 좋지 않은데도(1시간이상 걸으면 쩔뚝거린다 ㅠㅠ) 길 걷기 모임에 참여하여 여기저기 마구 걸어 다닌다. 봄, 가을엔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놓고 대 여섯 명이 모여 서울지역을 탐방한다. 아차산, 서대문구 안산, 성곽길, 창경궁, 박물관, 미술관, 경교장 등등, 기분이 땡기는 날엔 경춘선을 타고 제법 멀리 나가 산도 타고, 마을도 걷고,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연한 미나리 전에 막걸리도 한잔 하고...
참, 텃밭도 시작한다. 각종 엽채류 모종과 호박, 오이, 토마토 모종도 심고, 씨앗도 뿌려놓으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물론 작황은 시원치 않다. 앞마당에서 재배하는 것이 아니니 익으면 바로 따서 먹을 수가 없다.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번 씩 밭에 가면 방울토마토는 너무 익어 바닥에 떨어져 터져있고, 초록오이는 늙은 오이로 노랗게 변하여 가슴을 아프게 한다. 모종 구입비도 만만치 않아 생협에서 사다 먹는 비용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밭이 멀다보니 이동시 기름사용도 만만치 않아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친구에게 가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올해도 작년과 똑같이 집나온 강아지처럼 절뚝거리며 여기저기 걸어 다니고, 텃밭에 씨고 뿌리고 모종도 가득 심어났는데 이상하다. 작년처럼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는 느낌이 적다. 흐드러진 벚꽃도, 알록달록 봄꽃도, 막 목욕하고 나오는 애기 엉덩이 같은 연한 초록잎사귀를 봐도 심드렁하다. 잘 질리는 성격이라 벌써 싫증내나 하고 무심한척 넘겨버린다.
2~3년 전만해도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자기 계발서나 동기유발 관련 상품에 관심이 많았다. (한동안 보라색 팔찌를 착용하고 다녔다. 팔찌를 끼고 있다가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팔찌를 들었다 놓아 약간의 아픔이 느껴지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효과 없다.) 자기계발서의 특징 중의 하나인 ‘맘먹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긍정의 힘에 대해서도 의심치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전환해보려 노력했었다.
우리 사회에선 ‘긍정적’이라는 단어와 ‘좋은’ 이라는 단어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항상 밝은 면을 보고, 예스맨이 되어야 하고, 대화나 회의할 때 불편한 얘기나 비판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부정적인 사람이나 껄끄러운 사람으로 규정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스우먼이 되려 노력하였고, 스마트해진다고 유혹하는 디지털 속도를 버거워하면서도 그 속도에 끌려 다녔다.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고쳐나가고, 투덜대지도 않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척 노력하는 것들이 점점 피곤해지고, 빠른 속도에 고단함을 느꼈다. 지금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은 벗어던지고(사실 내 것이 아니면 오래가지도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현재 상황을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한다. 무엇을 하면 편한지, 행복한지 알아내기 위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그중에 하나가 길 걷기다. 요즘은 걷기에 좋은 길도 많아져서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실행하기가 수월하다. 여럿이 함께 해서 더욱더 좋다. 그림이나 요리 등 더 배우고 싶은 것도 있지만 무리하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추어 이리저리 시간 계산도 해보고 천천히 실행에 옮길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모든 게 잘될 거라고, 당신이 마음에 소원을 품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속삭인다. 누군가 가난하고 불행하다면 그가 부정적인 탓이지,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문제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화가 나 자기계발서 내용의 부정적인 면을 나름 비판해본다.
뭐 난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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