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하반기호 [기획3] 기타예찬 Thank You For The Music
기타예찬 Thank You For The Music
김나현(용가리)|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Thank You For The Music (ABBA)
(후렴)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 m singing
Thanks for all the joy they re bringing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What would life be
Without a song or a dance
What are we
나는 음악과 노래에 감사해요.
음악이 가져온 기쁨에 감사해요.
음악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묻고 싶어요.
음악과 춤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요?
삶이 어떻게 될까요?
내 주제곡이다. 뭔가 힘들고 버거운 일이 있을 때, 아바의 이 노래를 수십, 수백번을 계속 들으면서 따라 부른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울컥 눈물이 난다. 노래는 ‘나는 별 볼일 없고 따분한 사람이에요.’ 라고 시작한다. 그러나 곧,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크게 소리 내어 노래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음악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위로와 기쁨이 없었다면 내 삶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 것 같다
기타는 정말 매력적인 악기다. 나는 피아노를 꽤 치는 데(확인할 방법이 없을 테니까 자신 있게 말하겠다ㅋ), 피아노는 이동이 불가능하고 음량이 너무 커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상당히 크다. 그에 반해 기타는 어디든 휴대가 가능하고, 음량이 적은 편이라 조심스럽게 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칠 수 있다. 소박한 소리가 어느 자리에서든 잘 어울리고, 조금 서툴러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즐기기에 크게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도 내가 기타를 좋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롱하고 아름다운 사운드 때문이다. 현과 바디를 이용해 다양한 화음과 리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통기타를 아주 쉬운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리 만만한 악기가 아니다. 실력이 일정 수준 이상 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초보들이 도중에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이 손가락 통증이다. 줄이 장력이 강한 금속 줄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금세 손가락 끝이 빨갛게 부어오르기 마련이다. 몹시 아프기도 하고 짜증이 나서 오래 연습하기가 힘들다. 나도 기타를 잡기 시작한 건 꽤 오래 되었지만 조금 하다 시들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구석 어디쯤에 놓인 가구마냥 존재감 없이 방치했다.
그러다 언젠가, 마음속에 폭풍우(?)가 일었던 때, 문득 산울림의 <회상>이라는 곡이 떠올랐다. 무조건 지금 당장, 그 곡을 부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기타를 잡고 울면서 밤새도록 노래를 불렀다. 며칠 동안 내내 한 곡만 쳤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났다. 손끝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지, 괴로워서 눈물이 나는 건지 헷갈렸다. 아프면 아플수록 이상하게 더 시원한(응?) 느낌이 들었다. 마치 손가락의 통증으로 마음의 고통이 잊히는 것 같았다. 잠깐의 고통이 지나가고 굳은살이 생겼다. 신기
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기타를 오래 쳐도 손가락이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래 연습할 수 있게 되자, 다양한 곡을 연주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그 다음엔 실력이 느는 재미에 더 신이 났다. 아무리 피곤해도 거의 매일 한 시간 이상씩 꼭 연습을 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보니, 언빌리버블! 기타 연주실력이 놀랍게 급상승해 있었다.
‘기타를 멋지게 연주하고 싶어.’ 라는 마음으로는 되지 않더라. ‘지금 기타를 잡아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너무 불행할 것 같아.’라는 절실한 마음이었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지금 민우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다.’ 라는 마음이었을 때, 민우회 활동가가 될 기회가 찾아왔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 마음껏 기타를 치고 싶다.’ 는 마음이 간절해지자, 거짓말처럼 생애 첫 홀로서기를 하게 되었다. 물론 원인과 결과 따위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주 수많은 원인과 과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으니까. 그렇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마음이라는 것이 어떤 힘이 있어서 내 인생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더라는 것이다. 이제 또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이상은의 <삶은 여행>을 연주해야겠다.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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