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하반기호 [나의노동이야기] 경력단절후 다시 일하기까지
경력단절후 다시 일하기까지
김영진(햇살)| 여는 민우회 회원
경력단절이라는 네 글자
출산과 동시에 나의 직업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7년이 흐르면서 난 일을 다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가끔 구직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나의 조건에 부합하는 구인정보가 있는지 찾을 때 마다 실의에 빠지곤 했다. 겨우 신입을 면한 상황에서 퇴직한 터라 경력직을 하기 에는 부족하고 신입이라 하기 에는 나이에서 번번이 걸렸다. 결국 이전 직업에서 미련을 버려야 했다. 대학 4년, 직장 6년 동안 배우고 익혔던 전문지식과 경력을 버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하는 내 처지가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 때 말로만 듣던 ‘경력 단절’이라는 단어가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림책의 매력
나는 육아를 7년 정도 하면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자주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나도 이렇게 놀았는데’, ‘나도 이런 경험 했었는데’ 라며 추억에 빠지기도 하고, 멋진 그림들을 보면서 감탄도 했다. 심지어 책속에서 나의 아픈 상처가 보여 눈물을 감춘 적도 있었다.
독서수업을 하다
어느 날 자주 방문하던 도서관에서 ‘독서수업’이라는 것을 추천받았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는, 한마디로 책과 함께 노는 것이 목적인 수업이었다. 예를 들면 동짓날이 다가오면 ‘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읽고 팥죽을 쑤어먹는 수업을 해보기도 하고, 호랑이 가면을 만들어서 연극을 해보기도 한다. 책을 읽고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는 것을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이다. 처음엔 얼떨결에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공부의 필요성을 알게 되면서 ‘독서지도사과정’ 수업을 본격적으로 듣게 되었다. 최근 독서가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과정이다. 수업 내용은 교육이론부터 책 서평 쓰기, 수업계획서 작성 등 실습과 함께 마지막에는 자격증시험을 친다.
오전에는 수업준비를 위해 기본적으로 신문을 보고 스크랩을 하면서, 각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책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져줄지, 무엇을 주제로 다룰 것인지 생각하며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씩 독서수업을 위해 스터디도 하고 있다. 스터디에서는 각자의 노하우와 자료를 공유하고, 힘든 수업이 있을 때는 서로 위로와 격려를 나눈다.
도서관에서 벗어난 수업들
지금까지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었지만, 최근에 개인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은 책 읽는 것에 적극적이고 스스로 즐기고 논다. 하지만 개인 수업을 하면서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릴수록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학년 높은 아이에겐 쉽게 권할 수 없는 것이 책이 다. 고학년 학생들이 책을 멀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가만히 듣다보면, ‘일주일에 한번 만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책을 읽고 내용을 분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중심이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선다.
독서수업은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바른 가치관을 세우며 나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수업이다. 제대로 된 독서수업이 가능한 시기는 중학생인 듯하다. 책을 통해 학교의 문제들, 환경, 인권, 사회 이슈들을 다루며 각자의 생각을 적고 토론을 한다.
독서는 평생 해야 하는 몫임에도 독서에 대한 인식 이 ‘대학을 잘 가기 위해’일 때가 있다. 즐거운 독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가치관을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과정이 ‘성적’, ‘대학’이라는 목표아래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볼 때는 안타깝다. 그래도 독서수업을 통해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아이들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나의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이 편견 없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수업을 준비한다.
경력단절로 괴로워하던 내가 어느새 새로운 직업에 발을 담그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이 즐겁기도 하지만,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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