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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활동참여기] 아주 특별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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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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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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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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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13
아주 특별한 저녁 김종숙 : 여성노동센터 회원 지난 13일 3시 민우회 5층 송년회 장소에 도착했다. 귤과 커피를 먹으며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는 회원들이 보인다. 3시 30분, 첫 순서인 영상물 상영을 시작하였다. 제목은 "선택은 없다: 일과 양육", "세상의 엄마들은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는 영상물은 양육에 파묻혀 세상과 분리되고 자기를 잃어 가는 전업주부들, 직장일과 양육, 가사의 3중고에 허리가 휘는 "일하는 엄마" 모두의 힘들고 외로운 삶을 잘 보여주었다. 나 또한 경험자로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있구나 싶었다.영상물 상영이 끝난 후 인사 및 자기소개를 했다. "남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답변들을 하였다. 대부분 남이 보는 이미지와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 상반된다는 얘기들을 하였다. 예를 들어 파스텔과 원색, 깜찍함과 우아함, 부지런함과 게으름 등. 회원들의 자기소개를 들으며 한 두 가지 단어로 규정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오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노동센터 활동보고는 퀴즈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평등다지기를 성실히 읽어본 사람이나 평소 상근자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잘 풀 수 있는 수준 높은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1등은 놀랍게도 나와 올해 신입회원 동기인 따우가 차지하였다. 이제부터 따우를 좀 달리 봐야겠다. 그리고 위원회 활동보고가 이어졌는데 먼저 인권위의 연극발표가 있었다. 평소 우리가 흔히 쓰는 군사주의적 언어(사단, 따까리, 군기), 인종차별적 언어(살색), 남녀차별적 언어(여의사, 처녀작)를 꼬집는 코믹한 연극으로 모두 엔돌핀을 한 바가지씩 뒤집어쓰며 즐거워했다. 여신은 "언저리 뉴스" 형식으로 "남자는 해도 되고 여자는 해서는 안 되는 일들", 일상 속의 차별사례 등에 관한 보고를 하였다. 여전사는 퀴즈형식으로 "근로기준법"에 대한 회원들의 평소지식을 테스트해 보았다. 영자는 회원들의 유창한 영어로 영어회화 실력을 뽐낸(?) 다음 회원들에게 문제를 내는 형식으로 연간활동을 발표하였다.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친 후 공동체 놀이를 하였다. 노/동/센/터 4팀으로 나누어 스피드퀴즈, 몸으로 표현하기, 오답 맞추기 등을 하였는데, 잘 모르는 회원끼리도 저절로 가까워지게 만드는 정감 어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수회원("잘하고 볼일이다"상)과 10년 활동회원("오래되고 볼일이다"상)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이어서 모두가 기다리던 선물 교환시간, 아기자기하고 예쁜 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함께 들어 있는 카드에는 2003년 노고에 대한 진심 어린 격려와 다가오는 2004년에 대한 따스한 축복들이 깃들어 있었다. 송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조금 묘하였다. 여자들만 몇 십명이 참여하는 이벤트에 와본 것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이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것도 같고, 몇 년 동안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제정신이 든 것도 같았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좋은 사람들, 아니 좋은 여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서만 가질 수 있는 따뜻함, 자연스러움. 참 오랜만에 낯설고도, 낯익은 감정을 느끼는 아주 특별한 저녁이었다. 내년에는 이 감정이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한 인간, 한 여성으로서 더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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