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파견노동을 전면 확대하는
'비정규직 개선안'을 즉각 철회하라!
-비정규보호입법, 비정규 고용 남용방지와 차별해소 원칙에 충실해야-
지난 2월 24일 노동부는 비정규직 개선안으로 파견근로를 26개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 등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핵심 내용은 현재 건물청소원·전화교환원·경비원 등 26개 직종으로 제한해 온 파견직을 건설·선원·산업안전 등 몇 개 특수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고, 대신 이들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파견업체에만 업종 제한을 푸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개선안은 전 업종에 파견노동을 허용케 함으로써 파견노동자를 전면적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1998년 파견법은 불법파견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와 전문인력에 대한 일시적 수요대처라는 목적으로 제정되었음에도, 오히려 파견근로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재 합법적인 파견노동자수는 10만명 안쪽이지만, 불법 파견은 20∼4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는 불법 파견을 규제하는 등의 파견 노동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업종에서 '파견 상용직'을 법제화하고 파견대상 업무를 전면 확대하는 이번 개선안은 파견노동자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양산하는 결과만을 낳게 될 것이다.
특히 지난 98년 파견법이 제정되면서 전화교환, 일반사무업무 등 주로 여성집중직종을 중심으로 파견이 이루어져왔고, 이는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촉진 등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최근 판매·서비스직의 불법 파견이 급증하고 있고,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직종이 판매·서비스직(68.6%)인 현실로 볼 때 본 개선안은 여성노동자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본 개선안에 따라 파견 업종이 전면 확대되면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파견노동자로 전환되어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 저임금화, 비정규직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파견법은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나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파견근로를 일부 업종만을 제외하고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노동부의 Negative list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선안은 파견법의 본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2003년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의 51.6%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비정규직 남용 억제'와 '차별 금지'라는 원칙 속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노동부가 추진 중인 개선안은 파견근로자를 양산하고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급속히 추진하게 되어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여성의 빈곤화라는 악영향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여성노동계는 노동부가 이제부터라도 비정규 고용 남용 규제와 차별 해소라는 일관된 원칙에서 비정규보호입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특히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키는 현재의 개선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004년 2월 27일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전국여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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