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걸렸어!] '부부의 날'이 아닌 '다양한 가정 이해의 날'을 만들자
'부부의 날'이 아닌 '다양한 가정 이해의 날'을 만들자! 황은영 : 여성노동센터 회원, 여성주의영어자료읽기위원회 새로운 법정기념일이 생겼다. 5월 21일 부부의 날로서 둘(2)이 하나(1)가 되자는 의미란다. 부부의 날을 만든 이유는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인 만큼 부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하며, 가정폭력이나 이혼율의 증가로 인해 가정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하루만이라도 부부의 참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념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의도대로 부부의 날이 부부의 참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서로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날이 될까? 그러면 '부부의 날'에 다짐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정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속상한 하루를 보내야 하나? 이러한 판단은 '남녀부부로 이루어진 가정'만이 '정상가정'이자 바람직한 가정, 일반적 가정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편견에 근거한 발상이며, 가정폭력과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근본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발상이다. '부부의 날' 제정은 우리 사회가 가정형성의 토대를 남자와 여자의 혼인을 매개로 형성된 부부라는 관계에만 두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는 현재 실존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 소외를 낳게 한다. 그리고 가정폭력과 이혼이 증가하는 원인과 책임을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돌리게 한다.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가부장적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 비합리적인 고정관념, 나와 다른 선택을 인정하고 수용치 않으려는 편협한 의식이 폭력과 소외를 낳은 것이지 부부의 날이 없어서 가정해체가 가속화된단 말인가? 가정이탈이나 해체란 말도 적절치 않다. 부부중심의 가족을 정상으로 설정해 두었기에 또 다른 형태의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개인의 선택을 이탈로 규정짓는 것이다. '부부의 날'을 누릴 요건을 갖춘 가정을 보자. 많은 여성들이 폭력과 학대로 고통받으면서도 이혼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자녀가 결혼할 때 이혼한 집안의 자식이라고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라고 한다. 소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어떠한가? 사고에 의해서든 선택에 의해서든 그들에게는 '비정상'이라는 그늘이 깊게 드리우며 가슴에는 멍울이 진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한부모가정, 독신가정, 외국인배우자 가정, 동성가정 등을 이룬 사람들은 '정상가족'이라는 고정관념이 만든 벽을 넘으려다 뾰족뾰족 철조망에 상처를 입고, 실제적인 불이익 앞에 좌절하게 된다. 부부의 날 제정이 "모든 부부는 공동운명체로서 책임과 의무에 다 해야 하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어느 기사에 쓰여 있다. 부부만이 공동운명체가 아니다. 이 사회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동운명체의 일원이다. 껴안아야 하는 존재는 부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인 것이다. '공동체의 다른 한쪽'을 소외시키는 날이 아닌 '다양한 가정 이해의 날'을 만들어서 축제를 벌이자.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존재를 알고,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날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이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에 맞는 것이며, 사회라는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우리들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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