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일] 내 잘못이라는 편견을 버려!
내 잘못이라는 편견을 버려! 김현정 : 여성노동센터 회원, 여성주의인권위원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은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일'이라는 것을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저 막연하게 유능함과 진취적인 이미지로서의 '자아를 실현하는' 일하는 여성상만 그려왔었지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의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개념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필요'라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사람이 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얻으려고 애쓰고 발전하는 것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7개월 된 내 아들을 볼 때도 같은 생각을 하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몸을 뒤집는 것이 너무나 더디었다. 이런 신체적인 성장차는 어느 정도 아이가 필요를 느끼느냐에 기인된다고 생각한다.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어 애써 옆에 있는 장난감을 끌어오려고 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나 할머니가 오시니까 수고롭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엇이 나는 일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일이 절실해지자 닥친 문제는 필요함에 구속되어보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어떻게 내 필요를 충족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신통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아이를 부양하고 나의 집을 장만하고 그리고 노년을 위한 여유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대다수의 가장이 혼자 벌이로 빠듯하지만 가능하게 하는 일들을 나도 해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나의 시작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지금 나는 감히 내 개인의 게으름과 안이함을 교육의 탓이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오히려 신입모임에서 맛본 그보다 더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지 않는 나는 얼마나 겸손한지 모르겠다). 살아갈 준비를 하지 않고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더 이상 삶을 준비하고 생활인이 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유로 필요와 절실함마저도 구별되지 않길 바란다. |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