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대한제분 결혼퇴직관행으로 인한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에 대한 의견서
대한제분 소송 경과
대한제분은 입사시 여성노동자들에게 결혼퇴직 각서를 받았고, 46년간 결혼퇴직관행이 있었다. 이로 인해 김00가 소송을 하기 전까지 대한제분에는 결혼 후 근무하는 여성노동자가 46년간 단 한 명도 없었고,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는 모두 미혼이었다.
- 이에 1998년 12월 9일 대한제분의 여성노동자 김00이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승소)
- 회사가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심(1999. 3. 3), 1999. 5. 15.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청구 기각
- 회사가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1999. 6. 18.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을 제기
- 2000. 2. 15. 서울행정법원에서 회사가 패소
- 2000. 8. 30. 서울고등법원에서 원고(김00)가 자발적으로 사직서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패소
- 2001. 12. 27. 대법원에서 2심을 확정
- 이에 원고(김00)는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의원면직처분무효소송을제기
- 2002. 10. 11 서울지방법원에서 패소
- 2003. 11. 5.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
- 현재 상고심 계류중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는 대한제분의 여성노동자 김00에 대한 의원면직처분 무효확인사건은 회사에 의해 형성된 결혼퇴직관행이 성차별적이고, 위법한 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의견서를 밝힌다.
대한제분 결혼퇴직관행으로 인한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에 대한
한국여성민우회 의견서
2002년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7%로 OECD국가의 평균인 69%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대졸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국가 중 최하위(한국 : 56.6%, OECD 평균 : 78.4%)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를 연령별로 보게되면, 선진국의 경우 (종형)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24∼35세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히 낮은 M자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적인 관행과 제도로 인하여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냅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상의 지위를 살펴보면,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며, 2003년 현재 정규직 여성은 정규직 남성임금의 66.7%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비정규직 여성은 정규직 남성의 36.9%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으로 매우 열악한 지위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고용상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차별적인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 및 사회각계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와 평등한 노동권확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과거 명시적이고 직접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에는 기업내의 누적되어 온 고용상의 성차별과 묵시적이고, 비가시적인 형태의 성차별적인 관행으로 인한 것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러한 간접차별을 규제하기 위하여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에 간접차별 조항을 99년 신설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 대한제분의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본 대한제분의 사건은 그동안 암묵적인 형태로 지속되어 왔던 성차별적인 고용관행의 전형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결혼퇴직관행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여성노동자의 고용지위 향상과 성평등한 노동시장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본 단체는 이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입니다.
대한제분의 결혼퇴직관행은 회사에 의해 형성된 성차별적인 관행으로 위법한 행위입니다.
대한제분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 소송의 원고는 입사시 결혼퇴직각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대한제분은 1953년 11월 창사 이후 1999년 6월까지 약 46년간 단 한 명의 기혼여성도 근무한 사실이 없으며 전국 영업소에 흩어져 근무하는 정규사무직 여직원 56명 전원이 미혼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원고가 피고 회사에 입사할 당시 결혼퇴직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에 결혼퇴직관행이 있어 피고회사가 원고에게 퇴직을 명시적, 묵시적으로 강요 또는 기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가 스스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대한제분의 성차별적인 퇴직관행인 결혼퇴직관행이 개별 여성노동자에게는 퇴직강요와 다름없이 미치는 효력을 간과한 판단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 2003년 고용평등상담실로 접수된 성차별적인 해고 상담 가운데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인한 퇴직관행 혹은 퇴직강요 상담이 가장 높은 비율(51%)을 차지하였습니다. 여성노동자에게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결혼퇴직, 출산퇴직 등의 성차별적인 관행으로 퇴직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그러한 관행자체가 퇴직강요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성차별적인 퇴직관행으로 인하여 더 이상은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감, 암묵적인 퇴직강요를 느껴 사직서를 제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차별적인 관행이 기업문화 자체를 형성하여 묵시적인 고용·인사기준으로 개별근로자에게 적용될 때 개별근로자는 그 관행의 차별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입니다. 오히려 그러한 관행을 수용해야 할 기업의 고용조치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특히 대한제분처럼 수십년간 단 한 명의 기혼여성이 근무한 사실이 없고, 미혼 여직원만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더욱이 입사시 결혼하면 퇴직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여성노동자 개인이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결혼퇴직관행 자체를 거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입사시 여성노동자에게 '결혼퇴직각서'를 작성하게 하였다는 것은 회사측이 '결혼한 여성은 대한제분에서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과 다름없기에 그러한 회사측의 결혼퇴직관행은 결혼을 앞둔, 결혼을 예정하고 있는 개별 여성노동자에게 '퇴직강요조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묵시적인 형태의 결혼퇴직 관행은 개별노동자에게 그 무엇보다도 공고한 고용인사기준이 되어 결국은 노동권에 대한 포기로 드러나는 현실입니다.
그러하기에 대한제분의 김영미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 사건에서 원고의 사직서 제출의 진의여부에 대한 판단 이전에, 대한제분에 결혼퇴직관행이 존재하였는가의 여부와 그 관행의 차별성과 위법성이 일차적으로 판단되어져야 합니다.
대한제분은 원고가 입사할 당시 결혼퇴직각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 11조〔정년·퇴직 및 해고〕 ②항 '사업주는 근로여성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규정을 위반한 행위였습니다.
더욱이 대한제분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모두 미혼이었다라는 사실은 '결혼하면 퇴직하여야 한다'라는 대한제분의 성차별적인 결혼퇴직관행이 46년간 지속되어오면서 결혼퇴직 관행이 확고한 고용관행으로 자리잡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암묵적이고, 묵시적인 결혼퇴직관행이 없었다면 대한제분 창립이후 근 반세기 동안 결혼 후 계속 근무하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대한제분의 고용관행은 남녀고용평등법 제 2조〔정의〕'차별이라 함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또는 가족상의 지위, 임신,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달리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말한다’의 규정을 위반하여 기혼여성의 정당한 노동권을 암묵적으로 배제해 왔다고 판단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제분의 결혼퇴직각서와 결혼퇴직관행은 헌법 제 10조, 근로기준법 제 5조,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11조를 위반한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법한 결혼퇴직관행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원고의 사직서는 무효입니다.
성차별적인 결혼퇴직관행이 금지될 수 있는 선례가 되는 판단을 내려 주십시오.
기업의 암묵적이고, 묵시적인 성차별적인 관행으로 인하여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부당하게 퇴직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한제분 사건은 무수히 존재하고 있는 성차별적 관행이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로 판단되어질 수 있는 사건입니다. 본 대법원에서 대한제분의 결혼퇴직관행 자체가 차별임을 인정한다면 이는 곧바로, 성차별적 관행을 규제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최저의 출산율 1.17을 불러온 원인 중의 하나가 여성노동자에 대한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인한 차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하기에 더 이상은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이 결혼, 임신, 출산으로 인해 박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노동시장의 차별을 심화시켜왔던 기업의 성차별적인 관행이 규제되고, 시정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는 판결로,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법원은 전화교환원에 대한 차별적인 정년퇴직제가 성차별임을 인정한 판결로 노동시장에서 뿌리 깊게 존재하였던 차별정년제 해소의 커다란 역할을 하였으며, 지난해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인정하는 판결로 동일가치의 노동을 판단하고, 여성과 남성의 불합리한 임금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번 대한제분의 결혼퇴직관행으로 인한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 사건은 그동안 암묵적인 형태로 잔존하고 있었던 결혼퇴직관행에 대해 법원의 입장을 밝히는 매우 중요한 판결입니다. 법원이 결혼퇴직관행의 위법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결혼퇴직관행의 금지 기준이 사회적으로 명확히 확립되어 여성의 평등한 노동권 확보에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상희, 정강자, 윤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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