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대한제분 결혼퇴직관행으로 인한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에 대한 민주노총 의견서
대한제분 결혼퇴직관행으로 인한 의원면직처분무효확인에 대한 민주노총 의견서
1. 결혼퇴직의 위법성
여성에 대해서만 결혼을 퇴직조건으로 채용하거나 결혼시 사직서를 제출케 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 및 해고에 관하여 남성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제1항과 "사업주는 근로여성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 동법 제8조 제2항에 위반됩니다.
위법한 결혼퇴직관행에 기반한 원고의 사직서 제출과 피고의 사직서 수리는 근로계약의 합의 해지가 아니며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금지하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2. 피고 회사에는 결혼퇴직의 관행이 존재한다고 할 것입니다.
원심법원은 피고 회사에 결혼퇴직 관행이 존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는 채증 법칙을 위반한 위법한 판단이라고 보여집니다.
가. 피고 회사는 1953. 11. 창립 이후 이 사건 재심판정 당시인 1999. 6. 까지 약 46년간 결혼 후에도 계속 근무하였던 여직원은 1명도 없었고, 재심판정 당시인 1999. 6. 피고 회사의 근로자 중 정규 사무직 여직원은 56명 가량이었는데 전원이 미혼 여성이며, 1996.부터 2000. 7.까지 피고 회사 여직원 중 퇴직자는 78명 가량으로 그 중 결혼을 퇴직사유로 한 여직원은 원고를 포함하여 18명 가량 되었습니다.
피고회사의 위와 같은 고용실태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없으며 오히려 피고 회사에 결혼퇴직제가 적어도 암묵적 내지 관례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원고도 이러한 관행을 따라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는 채용시 사무직 고졸 남자는 5급으로 채용하는 반면 사무직 고졸 여성은 6급 사원으로 채용하였고, 고졸 여자 노동자에 대하여는 인사고과도 실시하지 아니하였으며 일반적으로 승진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 또한 피고회사의 고졸 여성 노동자들이 일정한 기간만 근무한 후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나. 법원은 원고가 피고회사에 결혼퇴직 관행이 있음을 모두 입증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있음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증거를 채택하고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관행의 존재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될 여직원계약서(일명 결혼퇴직제)는 피고가 가지고 있고, 여직원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음을 증언할 증인들은 또한 피고회사 근로자들로서 소속회사 이익에 배치되는 진술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대로 증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원고는 피고회사에 결혼퇴직 관행이 존재함을 입증하기에 매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증거선택과 사실인정에 좀더 신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3. 강요된 사직서 제출
가. 원고의 사직서 제출은 피고회사에 존재하는 결혼퇴직제 관행에 의한 것으로 원고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강요된 것입니다. 즉 결혼을 하면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규정이 피고회사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비록 명문으로 정하여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고를 비롯한 피고회사 고졸여성 노동자들에게 결혼퇴직 관행은 피고회사 창립이래 굳어진 것으로 당연히 따라야하는 불문의 인사규정이었던 것입니다. 원고는 결혼을 앞두고 당시 근무지 소장에게 결혼해도 근무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영업소장은 회사 관행상 불가능하다고 하며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고, 원고도 결혼퇴직 관행은 깰 수 없는 인사규정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나. 원고의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것은 피고회사에 존재하는 결혼퇴직관행 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 만연한 사용자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별을 이유로 하는 고용 차별이 고용개시 시점부터 종료시점까지 여러 단계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즉 채용 당시부터 임금, 승진, 조직 내에서의 결정권 감독권 등의 권한 부여 직업훈련 정년 해고 등 고용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중 해고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1) IMF 금융위기 이후 인력 감축 중심으로 강행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혼 여성은 남편이 있다는 이유로 미혼 여성은 생계부양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우선적 퇴출 대상이 되는 등 해고에서 성차별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1999. 1. 실시된 농협중앙회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762쌍의 사내 부부가 1차적인 명예퇴직 대상이 되어 집중적인 퇴직강요를 받아 이중 10쌍을 제외한 752쌍 부부 중 한 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하였고, 그 가운데 688명이 여성이었습니다. 1998. 4. 경부터 실시된 제일생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88쌍의 사내부부 중 단 2쌍을 제외한 86쌍 부부 중 한 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하였고, 그 가운데 84명이 여성이었습니다.
위 사례들은 현행법에 규정한 성차별 금지 조항을 교묘히 피해 나가기 위해 직접적으로 성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맞벌이 부부 중 1인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퇴직한다고 할 때 그 한 사람은 남성이 아닌 여성일 개연성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임금이나 승진 해고에서 성차별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부 중 여성이 이직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는 명백하게 의도된 성차별이라고 할 것입니다.
(2) 2003.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 분석에 의하면 226건의 성차별상담 사례중 143건이 차별해고에 대한 것이며 그 중 111건이 결혼,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해고 상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여성노동자들이 결혼을 하거나 임신을 하게 되면 원격지로 발령을 하여 스스로 퇴직하게 하거나 계약직으로 전환시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하고 결국에는 해고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생명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은 1989. 이전까지는 결혼하면 무조건 퇴직을 해야 했고, 1989. 이후에는 결혼을 하면 1년 계약직으로 전환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면 사측은 결혼을 한 여성 노동자들의 임신여부를 수시로 파악하고 임신사실이 밝혀지면 사직을 종용하였습니다.
1998. 이루어진 정리해고에서 사측은 1,700여명을 해고하였으며 그 중 1,200여명이 여성노동자였습니다. 장기근속여사원과 기혼여사원, 사내결혼 여사원, 임신한 여사원, 학교 다니는 여사원이 고용조정의 1순위가 되었습니다.
우리사회에서는 위와 같이 고용에서의 성차별이 만연해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원고로 하여금 피고회사의 결혼퇴직제를 깰 수 없는 사회질서로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는 결혼 후에도 계속 회사에 다니고 싶었지만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4. 결론
여성노동자의 실업률은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취업 중인 여성 노동자의 75%가 비정규직입니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은 취업을 한 경우에도 결혼과 임신이라는 이유로 퇴직을 종용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명백하게 무효인 결혼퇴직제가 암묵적으로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비록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명시적으로 결혼퇴직제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이 사회가 여성노동자의 노동력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인식 수준과 그간에 발생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의 실태 및 피고 회사에 창립이래 50년 가까이 기혼여성이 근무한 사실이 없는 사실 그리고 원고가 결혼을 즈음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들을 모두 종합한다면 피고회사에 결혼퇴직관행이 존재함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이번 원고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암묵적인 형태로 잔존하고 있는 결혼퇴직제의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세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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