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상담]중이 없는 절은 절이 아니다?!
중이 없는 절은 절이 아니다?! 부장이 일상적으로 화가 나면 의자를 친다거나 여직원들한테만 "병신이다" 등의 욕설을 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외부 손님들도 있는데, "어떤 씨발년이냐"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복사를 맡긴 여직원이 회의 중이어서 복사를 못했는데, "왜 복사를 안 하냐?"면서 서류를 찢어 던지고, 욕설을 하였다. 더 이상은 부장의 일상적인 욕설과 폭행을 참을 수가 없어서 여직원 전부가 회사측에 부장의 공개사과와 각서를 요구하였다. 만약 해결되지 않으면 여직원 전부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함께 밝혔다. 사직서 제출은 최후의 선택 부장의 폭행에 대해 여성노동자들은 아주 훌륭하게도 회사측에게 폭행행위에 대한 정당한 징계 조치를 요구하였다. 해결이 되지 않으면 사직서를 내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이처럼 여성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종종 '협박성'으로 사직서 제출을 이야기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해 버린다. 또 한편으로는 회사측의 부당한 퇴직압력에 분에 겨워서 혹은 강요를 견디다 못해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4월 30일까지 출산휴가 기간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전화와 공문(우편물)이 왔는데, 출산휴가가 60일로 정해졌으니까 나오라는 것이다. 사장이 출산휴가 90일로 결재한 서류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출산휴가 90일을 다 써야겠다고 하니 회사측에서는 출산휴가 90일 쓰는 대신 나오지 말라고 한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고, 황당하고, 억울했다. 이제는 나 필요 없다는 회사에 더 다닐 용기도, 다니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긴다. 내가 출산휴가 후 복직해서 회사를 어떻게 다닐 수 있겠는가? 두렵고 걱정이 되어서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노동력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노동자에게 사직서 제출은 단순히 '하고 있던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물론 자유로운 이직의 경우는 위의 풀이가 액면 그대로 적용되겠지만, 적어도 부당한 차별과 대우를 겪고 있는 노동자의 경우는 다르다. 부당대우나 차별로 인하여 더 이상은 노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사직서 제출'로 표현하는 것이다. 노동력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노동자는 그 자신의 노동력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이고, 사용자와 협상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존수단을 포기할 정도로 절박하고 심각하다는 것이 사직서 제출에 숨겨진 의미임을 알아차리길 바라는 것이다. 사실혼관계에서 임신을 하였다는 이유로 '품행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하면서 퇴직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래서 절대로 사직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그 와중에 유산이 되었고 회사측에서는 계속 사직을 요구해왔다. 몸 상태가 계속 안 좋아지고 너무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회사측에 권고사직으로 하고 실업급여라도 받게 해 달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회사측에서는 "네가 알아서 그만 두는 것인데, 왜 권고사직으로 해 달라고 하냐?" 등의 말을 하며, 이직 확인서를 작성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계속 퇴직을 요구해 와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것인데, 실업급여도 못 받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직서 속에 감춰진 현실 부당한 퇴직압력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사직서 제출이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라 사용자의 '퇴직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본인에게 남겨진 선택은 '언제' 사직서를 쓸 것인가의 문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것이 권고사직이 아니고, 자발적 사직이냐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원고가 피고 회사에 입사할 당시 결혼퇴직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에 결혼퇴직관행이 있어 피고회사가 원고에게 퇴직을 명시적, 묵시적으로 강요 또는 기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가 스스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법원의 판단 회사 창립이후 46년간 단 한 명의 기혼 여성노동자도 없었고, 근무하고 있던 여성노동자 전원이 미혼이었던 회사. 여성이 입사하면 결혼퇴직각서를 받았던 회사. 회사의 결혼퇴직관행으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였던 여성노동자에 대해 법원은 사직서 제출을 이유로 자발적인 사직이니 부당해고가 아니며, 결혼퇴직 관행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였다. 평등한 일터를 위해 옛말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중이 떠난 절은 절이 아니다. 부당한 차별이 있는 회사가 싫다고 모든 사람이 회사를 떠난다면 바뀌는 것은 없다. 또한 일하는 노동자가 없는 곳이 일터는 아닐 것이다.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일구어 갈 수 있는 사람은 노동자밖에 없다. 따라서 부당한 차별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는 사직서를 쓰지 않고 끝까지 버티어 내는 것, 부당한 퇴직압력에 처해 있는 여성노동자에게 사직서를 쓰지 않도록 힘을 주는 것, 그래서 그 일터가 조금씩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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