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회원 인터뷰]민우회, 나를 키워 준 모태
민우회, 나를 키워 준 모태 오성민 : 여성노동센터 회원 이번 호에는 '회원의 노동생각'을 대신하여 노동센터 회원이 만난 노동센터 회원의 인터뷰를 싣는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16차년 회원으로 한때 민우회 상근자로 일했고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이수연 회원이다. 역시 오래된 회원인 오성민 회원(이하 오)이 온라인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해 주었다. -편집자주 오 : 민우회와 만난 역사가 좀 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우회와의 인연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민우회는 나를 키워 준 모태이자 친정과 같은 곳이다. 대학 졸업 전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여성운동으로 방향을 정하고 당시 여성단체 중 선택한 곳이 여성민우회이다. 88년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89년부터 사무국에서 일하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민우회 창립'을 알리는 대자보를 우연히 보게 되어 친구와 함께 창립기념식에 참석하였다. 나중에 민우회에서 일하면서 기념식장 한 구석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찍혀있는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역시 민우회와의 만남에 '우연과 필연의 동시성'이 작용하였음을 확신(?)하였다고나 할까. 신입회원교육을 받기 위해 가슴 설레며 충정로사무실을 처음 찾아갔던 88년 3월 어느 날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오 : 민우회에서 일하면서 남편을 만났다면서요? 평소 독신주의자는 아니었고 열심히 일하며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낙관을 가지고 있었다. 93년에 '서울대 교수에 의한 조교 성희롱 사건'이 터졌고 <서울대조교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 활동을 수년 동안 하였는데 '공대위'가 탄생시킨 커플이 모두 3쌍이다. 그 중 우리부부는 전에 민우회 상근자였던 후배 최옥주씨를 통해 만나게 되었는데 옥주씨네는 우조교가 소개하여 우리보다 먼저 맺어졌고 옥주씨 남편은 내 남편의 선배이다. 두 부부가 서로 선후배관계인 셈이다. (나머지 한 커플은 민우회 회원인 김수진과 그의 남편이다.) 민우회 일을 통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으니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좀 유치하지만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였다. 당시 나는 최초의 성희롱 소송 사건을 지원하는 일을 열과 성을 다해 신명나게 하였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남편을 만났으므로 나에게 종교는 없지만 '신의 선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오 : 그 당시 함께 활동했던 민우회 회원들 중에서 생각나거나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공대위' 일을 하던 시기가 내 인생 중 가장 열정적으로 일을 하였던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나에게도 가슴 뜨거운 20대가 있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그립다. 우선 우리부부를 만나게 해 준 최옥주의 근황이 궁금하고 보고 싶다. '공대위' 멤버였던 김수진, 전윤정에 대한 따뜻한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역사적인' 재판을 함께 방청하고 법원 앞 시위대열에 동참했던 수많은 여성단체 회원들, 그리고 '너무 예쁜' 서울대 학생들의 얼굴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오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그리고 그 일이 본인에게 주는 행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사건, 인권침해사건을 조사하는 조사관의 일을 하고 있다. 누구든지 성차별, 장애인차별 등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정한 18가지 유형의 차별을 당한 경우 진정을 할 수 있고, 조사관들은 접수된 진정 사건을 조사하여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차별사건 이외에도 국가기관이나 경찰 등에 의한 인권침해의 경우에도 진정할 수 있는데 차별사건보다 인권침해 사건이 몇 곱절 더 많아서 차별조사국 조사관이지만 인권침해 사건도 함께 맡고 있다. 교도소에 출장 가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진정하는 수용자들을 면담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인데 성폭력사범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 원...(성폭력가해자도 언제든 인권침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범죄경력에 '성폭력' 등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좀 복잡한 심경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오 : 지금 제일 괴로운 것은? 얼마 전 허리를 삔 후로 허리통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병원에서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허리가 아프니까 일도 하기 힘들고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괴롭고 일상의 의욕을 잃게 되더라. 침을 맞은 뒤로 조금 나아졌는데 시간관계상 침 맞을 시간이 없어서 회복이 더딘 편이다. 허리 건강이 나라(?)의 건강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빨리 나았으면... 오 :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다른 나라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다른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우물안 개구리' 의식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에 여행 또는 출장을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외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내 안의 엔돌핀이 마구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기 전에 그렇게 피곤하더라도 시차 적응하는데 별로 힘들지도 않고 . 평소 접하기 힘든 새로운 문화에 대한 '넘치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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