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해고없는 출산휴가 90일의 완전한 보장을 촉구한다
해고없는 출산휴가 90일의 완전한 보장을 촉구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여성인적자원의 활용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1.17이라는 세계적인 저출산율이 국가적 위기임을 떠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서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임신과 출산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여성이 일을 지속하는데 임신과 출산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누구나 말한다. 법제도적으로도 출산한 여성노동자의 건강을 회복할 기간으로 90일의 출산휴가를 부여하고 있고,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는 성차별적 해고로서 규제하고 있다.
여성노동자가 출산을 위해서 90일은 쉬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권리이다. 또한 임신이나 출산이 여성 노동자를 해고시킬 사유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은 상식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기본과 상식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로 접수된 상담 사례들은 기본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음으로 인해 결국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박탈당하고 노동시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현실들을 보여주고 있다. 강행규정인 출산휴가 90일을 완전하게 부여하지 않는다거나, 통상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산휴가 급여를 지급한다거나,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노동자를 원직복귀 시키지 않는다거나, 임신한 여성 노동자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결국 임신출산한 여성 노동자들이 일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경우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퇴사이지만, 여성 노동자들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는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의 원치 않는 ‘비자발적’ 퇴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임신과 출산을 비용의 문제로만, 여성 개인의 몫으로만 보는 사업주의 인식의 결여가, 그리고 사업주의 법 위반에 대한 행정부의 관리, 감독 소홀이, 그리고 이로 인해 뿌리깊게 이어지고 있는 기업의 성차별적 고용관행이 여성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실을 낳고 있다. 한국방송공사와 흥국생명의 사건은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여성노동자를 부당해고하여 여성의 일할 권리를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방송공사의 경우 자막제작 업무와 관련하여 성별에 따라 고용형태를 달리하여 운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험을 통해 입사, 8년간 일해 온 여성 노동자에게 출산을 이유로 재시험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해고하였다.
흥국생명은 계약직으로서 지난 4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수 차례 계약을 갱신하였던 영양사에 대해 출산시기와 맞물려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등 실질적 해고를 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성노동자가 출산으로 차별 받지 말아야 할 권리보다 회사의 인사권이라는 명목에 손을 들어준 불합리한 지노위의 판정으로 2심, 중노위의 판정이 더욱 주목되는 사건이다.특히 이 두 사례는 최근 사회적인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임신, 출산에 대한 법, 제도적 권리가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해 차별 없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 ‘임신, 출산의 보호’라는 것은 구호에 불과할 것이며, 평등한 노동시장 형성을 통한 ‘국가경쟁력의 확보’라는 사회적 과제는 실현불가능한 꿈이 될 것이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한 고용관행들이 위법한 성차별임을 알려내고자 한다. 또한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한 사직강요 등은 성차별적 해고임을 주장하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여성민우회는 임신, 출산퇴직관행, 퇴직강요, 해고 등에 대한 상담전화 “출산해고 5050”을 7월까지 개설, 운영할 것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촉구하는 바이다.
1. 해고 없는 출산휴가 90일의 완전한 보장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권리이다. 사업주는 해고 없는 출산휴가 90일을 부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성차별적 고용관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1. 법,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게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임신, 출산과 관련된 법, 제도들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 강화 등 행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1. 출산과 양육은 여성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 기업 내 친화적인 작업환경 조성 등 전 사회적 의식과 관행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의식과 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특히 남성의 참여를 촉구한다.
2004년 6월 8일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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