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의 장] 평등한 첫 만남 : 평등/차별 감수성 높이기
평등한 첫 만남 : 평등/차별 감수성 높이기
김 현 정 : 여성노동센터 회원, 여성주의인권위원회
지난 26일, 노동센터 하반기 신입회원교육이 시작되었다. 이번 교육의 첫날에는 '평등한 첫 만남'이라는 주제로 서로를 소개하기로 하였다. 나이, 학력, 결혼 유무 등 통상적인 소개를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첫 만남을 갖자고 제안한 것이다. 왜 '평등한 첫 만남'이 요구되어지는 것일까?
첫 만남은 의당 기대되고 설레는 것이어야 하건만, 빨리 그 순간만 모면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만나는 자리가 단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부딪히게 되는 경험이기 때문에 그렇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구별, 배제 그리고 차별의 정당화를 위해 교묘히 조직된 기제임을 알게 될 때, 첫 만남은 그저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님을 알게 된다.
"몇 살이세요?"로 시작되는 만남 속에서는 사회적 위계질서와 나이에 따른 행동양식 등의 고정관념이 고려되어 질 것이다. 나이 많은 사람 또는 나이 어린 사람으로서 기대되어지는 언어와 행동의 양식들을 찾아낸 후, 그 양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말과 행위를 하게 된다. 고개를 들어야 할 사람과 고개를 낮추어야 할 사람이 정해진 순간, 과연 우린 마음과 눈을 맞대고 얘기할 수가 있을까? "남자친구가 있냐?"라는 질문에서는 이성애를 정상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고향이 어디세요?"라는 질문은 -나의 경우 아버지의 고향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고향을 묻는 것인지 확인한 후 대답해 줘야 하는 심층질문인데- 지연의 맥을 잇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나이, 학벌, 성적 취향 등의 질문은 주로 사회적 위계질서 구축과 유지를 위한 정보성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위계화되고 서열화'된 본디의 차이는 차별을 만든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서의 정의를 빌리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 함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병력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 배제,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차별 행위는 차별을 할 목적으로(의도성) 고정관념과 편견을 이용해 가해지는 직접적인 차별과 차별을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기존의 '기준'이나 '관행'이 특정한 집단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간접적인 차별로 구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업에서 고용조건으로 중립적인 의미에서의 학력(고졸)을 요구하였다 하더라도 과거 인종/성차별에 의해 교육의 기회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특정 집단의 고용 수치가 낮아지는 등의 불리한 통계치를 보여왔다면 그것은 차별이 된다. 직접적인 차별은 물론 간접적인 차별까지도 현재의 법에서는 법 적용의 영역으로 다루어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무장한 그러나 구체화되지 않거나 가시화할 수 없는 차별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차별적인 상황을 문제화하고 문제를 풀어가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요구되어 지는데, 바로 그것이 '평등/차별 감수성'이다.
'평등한 첫 만남'은 '평등/차별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다. 나이, 학벌, 종교, 등의 질문이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을 열자'는 말이 이제 다르게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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