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렸어]아바타와 미니미, 자유로운 나를 허용하라!
아바타와 미니미, 자유로운 나를 허용하라!
여성노동센터 여성주의인권위원회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사이버공간, 특히 미니홈피 꾸미기, 블로그 만들기 등이 평범해지면서 사이버 공간은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또 다른 관계망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현실과 분리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따라서 현실에서의 가치체계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소비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실상 미니미나 아바타를 꾸미거나 만들 때면, 나만의 스타일 혹은 나와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재현하거나 자신의 현재 기분, 상태를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꾸밈'은 해당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소재들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각 사이트가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아바타나 미니미는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봤을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여성주의인권위원회는 9월 17일부터 23일까지 싸이월드의 미니미, 핫메일과 다음의 아바타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하였다.
미니미, 여성은 둥글게 휜 다리와 안쪽으로 붙은 발, 남성은 곧은 다리와 밖으로 향한 발
우선 기본형을 보자. 기본형은 각 사이트를 가입한 직후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다른 사이트와 달리 싸이월드의 경우에는 머리스타일, 의상 등의 아이템이 무료로 제공된다. 기본형 남성 미니미는 짧은 커트머리, 흰 반소매 상의, 반바지 차림이며. 발끝을 바깥으로 약간 벌리고 반듯하게 정면을 향한 형태이다. 여성 기본형은 양 갈래로 묶은 머리에 옷차림은 남성과 같다. 그런데 다리모양을 보면 발끝을 안쪽으로 모으고 있고 그로 인해 무릎 이하는 밖으로 굽어져 있다. 다음의 여성 아바타도 싸이월드와 마찬가지로 허벅지가 붙고 왼쪽 다리의 무릎 이하가 밖으로 굽어 있고 발끝은 안쪽을 향해 모아져 있다. 이런 자세는 여성에게는 수줍고 부족하며 소극적인 느낌을, 남성에게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부여한다. 이렇게 남녀의 기본자세가 다르다는 점을 사용자들은 잘 발견할 수가 없다. 사이트에 처음 등록할 때 주민등록번호에 의해 성별이 밝혀지면, 그 성별에 따라 아바타나 미니미가 바로 부여되기 때문에 다른 성의 기본형을 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 외에 싸이월드 미니미의 경우 남성에게는 없는 얼굴의 홍조가 여성의 얼굴에 보이고(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봐라. 정말 보인다.) 핫메일과 다음의 여성 아바타는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갖는 '성숙함(!)'을 보인다. 덧붙여 연령대가 다양하지 않고, 마른 체형만 제공하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이 또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디에 고정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얼굴/표정을 살펴보면, 여성에게는 눈물, 볼터치, 아이새도우 등의 메이크업을 통해 귀엽고 수줍거나 소극적이고 섹시한 표정을 제공하고, 남성에게는 짙은 눈썹이나 다양한 분노 표정 등을 통해 당차고 강인하고 적극적인 표정을 제공하는 반면 눈물 흘리는 표정은 제공되지 않는다. 싸이월드의 여성 미니미는 계란형 얼굴로 큰 눈에 홍조를 띄고 있으며 남성에게는 없는 수줍게 조금 웃는 표정이 제공되는 등 전체적으로 선하고 귀여운 느낌이다. 남성의 경우 여성에게는 없는 눈썹이 진한 이미지가 7개, 찡그리며 입을 네모로 벌리거나 눈물 없이 울먹이는 표정 등이 제공되어, 울고 있는 표정이 3가지나 제공되는 여성의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핫메일에서 성별 차이는 이름에서 분명하게 보인다. 여성 전부에게는 '깜찍 도도 걸'과 같이 '~걸(girl)'로 이름이 붙여져 있는 반면, 남성 이름에서는 '샤프, 터프, 쿨, 핸섬, 우직' 등이 보인다. 다음 아바타의 얼굴은 남성이 조금 큰 편이고 동그랗다. 여성은 남성 보다 약간 작고 길쭉한 계란형이다. 눈썹 역시 남성이 진하고 더 두껍다. 표정은 여성의 경우 도톰한 입을 살짝 벌리고 입꼬리는 약간 올라간 (우~ 표정^^) 섹시한 표정이고, 남성은 입을 다물고 있는 준수한(?) 모습이다.
여자가 무슨 짧은 머리, 눈물은 남자답지 않아!
머리스타일의 경우에는, 커트머리는 여성스럽지 않다는 통념 때문인지 여성에게는 전반적으로 긴 머리스타일이 제공된다. 싸이월드의 여성 미니미의 경우 얼굴을 덮는 길이의 단발머리가 가장 짧은 머리이고, 남성의 경우는 레게머리가 그 중 긴 편이며 잔디 머리 등 다양한 스타일의 짧은 커트 머리가 있다. 특히 모자를 살펴보면, '바니 걸'을 연상시키는 토끼모양의 모자가 여성에게만 제공된다. 핫메일에서 최근 순서로 100가지의 스타일을 조사한 결과, 여자의 경우 올린 머리형태를 포함한 긴 머리가 70%를 차지하고 있으나 남성은 짧은 단발이 47.3%, 숏컷 스타일이 33.3%이다. 다음 여성의 경우 짧은 스타일은 전혀 없고, 남성의 경우는 긴 스타일이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의상을 살펴보면, 세 사이트 모두 여성에게는 주로 치마를 남성에게는 바지를 제공한다. 남성에게는 치마가 제공되지 않으며, 여성에게는 도복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또한 여성 의상은 귀엽고 화려하며 여성적이나, 남성 의상은 단정하거나 터프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싸이월드의 경우 남성에겐 15개의 반바지를 포함 46개의 바지만 제공된다. 여성의 경우 63개의 하의 중에 50%이상이 치마이며 남성에 비해 짧은 하의의 비중이 높았다. 핫메일에서 최근 순서로 정장 100건을 조사한 결과 69%가 치마였고 17%가 바지였다. 다음에서 여성에게 제공되는 스타일은 섹시하거나 요염하거나 귀여운 느낌을 주는 것들이며 바지정장은 여성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거나 도복을 입고 있거나, 해적, 복서, 군복, 외계인, 경찰 등은 남성용에만 있는 선택사항이다.
큰 가슴, 잘록한 허리.. 그리고 상대적으로 여성의 노출이 권장되다.
세 사이트 모두 여성 의상이 남성 의상에 비해 노출이 많은 편이고, 여성에게 섹시함을 강조하는 의상이 보다 많이 제공된다. 아바타 기본형을 통해서도 남성에 비해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등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는 측면이 발견되지만, 주로 의상에서 두드러진다. 싸이월드 남성의 경우 민소매옷이 1개이지만, 여성은 비키니 수영복을 포함하여 6개에 이른다. 조사기간 후에는 여성의 가슴을 체형에 비해 크게 부풀린, 즉 섹시함 혹은 여성성을 강조하는 상의가 3종류나 새롭게 제공되고 있었다.
자유로운 나를 허용하라!
이번 조사를 통해서 여성주의인권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느꼈다. 첫째, 대부분의 사이트의 경우(다음 제외) 주민등록번호에 의해 성이 결정된 아바타와 미니미를 갖게 되는데, 성별화된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성별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사이버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아바타를 통해 무조건 성별이 밝혀지는, 자신의 성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자유를 허용치 않는 인권침해적 상황이 발생된다. 둘째, 현실의 '나'와 사이버 공간의 '나'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아바타와 미니미가 이성애 중심의 전형적인 남녀구분 틀을 따르고 있어 성정체성이 다르거나 이러한 성별 구분의 규범적 틀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폭력과 배제/소외, 대상화를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배제와 소외, 그리고 불평등을 경험하게 하는 이 공간을 어떻게 평등하게 재구성할 것인가. 사용자들의 자발적 문제제기나 자율적 사용거부 등도 필요하겠지만 사용자의 선택을 제공하고 규정하는 사이트 제작자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의 해소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보다 자유로운 개성이 발현될 수 있는 사이버공간을 만들어 가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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