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활동참여기] 정장 입고 남친과 거리캠페인에 가다~
정장 입고 남친과 거리캠페인에 가다~
이경희 : 여성노동센터 회원, 일상속의차별모니터위원회 여신
10월 13일. 남친(남자친구의 준말)과 함께 명동에 갔다. 'GO! 평등양육'을 주제로 한 '양육책임을 나누자!' 거리캠페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동행을 조건으로 남친은 내게 치마정장을 입을 것을 요구했다.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입고 민우회 사람들을 만나려 하니 쑥스러웠다. 하지만 거리캠페인에 같이 가기 위해선...--;
거리캠페인에 좀 늦게 도착했는데, 부부가 서로 상의해서 작성한 평등양육계약서를 읽고 있었다. 보기 좋았다. '나도 저렇게 멋있고 당당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바로 우리가 참여한 것은 '평등양육요일제'. '평등양육요일제'는 배우자끼리 서로 상의해서 누가 어느 요일에 양육을 담당할 것인지 정하고 자신이 양육을 담당하기로 한 요일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것.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는 조금 쑥스러운 가운데 작은 깃발에 서명한 후 준비된 판에 꽂았다. 그 때! 어디선가 기자들이 몰려들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당황, 황당... 예쁜 '양육요일스티커'도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양육을 담당하기로 한 요일에 해당하는 스티커를 회사 내에 동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자리에 붙여두는 것이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를 받기에도 수월하고 평등양육의 의미를 알릴 수도 있다.
어색함 가운데 자리를 옮겨 우리는 '평등양육을 위한 남성과 여성의 10가지 실천'을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1.양육책임을 여성만의 몫으로 돌리지 않는다. 2.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등 양육에 참여하는 남성노동자를 지지 격려한다. 3.함께 상의하고 분담하는 습관을 생활화한다 등으로 10가지가 소개되어 있었다. 읽으면서 나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하는데, 옆에 있던 남친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라고 한다. 헉. 단어도 생소하고 머리로 빨리 인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후 '평등양육계약서'를 보았다. 양육에 관해 부부가 공동책임이 있음을 밝히는 내용이 첫 부분에 쓰여 있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고, 참신하고 실천성 있는 아이디어도 많았다. 민우회 행사는 이래서 참 좋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는 유익한 내용들이 많다. '평등양육을 위한 거리투표'에도 참여를 했다. 참여하는 코스가 많아서 더 즐거웠다. 남친은 나를 의식하면서 하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우리는 '평등양육감수성지수'를 알아보았다. 길바닥에 붙여진 양육관련 내용을 읽고 yes, no를 따라 가보면 나의 평등양육감수성지수가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재미난 코스였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편이 좋다', '아이를 낳는 것도 낳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등 12가지 내용이 있었다. 결과는 나는 평등양육의 달인, 남친은 2% 부족. 민우회 행사를 보면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참 재미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러한 준비를 하는데 수십 차례의 회의를 했다고 한다. 준비를 열심히 했으니 이렇게 유익하고 재미있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거리캠페인'에서 가져온 '양육요일스티커'를 꼭 활용하고 싶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싶다. '평등양육계약서'도 꼭 활용해야지~.
남친의 소감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이었다.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좋은 캠페인인 것 같다. 그래서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였다. 한편으로는 '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이번 거리캠페인을 통해 거리감이 느껴졌던 여성운동과도 좀 더 가까워지고 '민우회'와 '나'를 이해하는 시간도 된 것 같다. 돌아오면서 여성의 일할 권리와 남성의 양육할 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평등양육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캠페인 참가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런 거리캠페인을 한번만 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알차고 실천성 있는 내용들을 다른 연인들도 많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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