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특수고용노동자
강을영 : 여성노동센터 회원, 공인노무사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업장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 도급 등의 자유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계약의 형식이나 소득세 납부 방식에서 일정하게 자유영업인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이들은 독자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소속 사업장의 이윤을 위해 사업장에서 부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대가를 지급 받고 업무수행과정에서도 일정한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는 고용의 유연화와 작업방식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증가 추세에 있다. 2001년 통계청 조사는 그 규모를 78만8천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전체 임금 근로자의 6% 정도에 이르는 수치라 한다. 학습지교사, 텔레마케터,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운송차주, A/S 기사, 방송사 구성작가, 애니메이션 작가 또는 감독, 화물운송차주 등이 소위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이 중 다수가 여성들이 주로 진출하는 직종인 것으로 볼 때 특수고용근로의 문제는 여성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원과 노동부는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지 못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해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도 어렵다.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해고가 자유롭고 최저임금도 적용 받지 못하는 열악한 지위에 놓여 있다. 심지어는 산재보험법상의 재해보상 혜택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법원이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단기준은 무엇이며 그 기준은 정당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근로자성 부인의 판단기준
법원은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의 판단기준으로 10가지 지표를 제시한 이후 이를 계속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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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징표]
-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해지는지 여부
-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이 있는지 여부
- 비품 원자재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게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형식적 징표] -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 보수에 관한 사항(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 기타 양 당사자의 경제 사회적 조건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형식적 징표 적용의 문제점
이처럼 법원은 10가지 판단기준 중 몇 가지 측면에서 '사용종속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10가지 판단기준의 가치를 모두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이를 사용종속성 판단에 있어 실질적 징표와 형식적 징표로 구분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인천지법 부천지원 2001.4.13. 선고 2001카합160 판결). 이 판례는 이중 7~9 번을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경제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고 하여 형식적 징표로 보았다. 예를 들면 7번의 경우 보험모집인에게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다른 이름의 별도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자들의 근로자성 회피 방식은 보수지급 방식과 관련해서도 나타나는데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에게 고객들로부터 직접 캐디피를 지급 받도록 함으로써 8번의 형식적 징표를 만족시키거나,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음으로써 9번 기준에서 역시 근로자성을 희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형식적 징표를 근로자성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으며 부수적으로만 참조해야 한다고 본 위 판례는 의미 있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는 1심 판결일 뿐 법원의 주류적 해석은 아니다.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새로운 판단기준의 제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노동관계법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종속성의 개념을 확장시켜야 한다. 위 표상의 실질적 징표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종속성을 개념화하여 이를 포괄할 수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윤애림 박사는 새로운 판단기준으로 (1)노무이용자가 가지는 권한, (2)포괄적 의미의 지휘감독권, (3)보수에 관한 사항 - 사용자의 위험과 비용 전가여부, (4)제공된 노무와 해당 사업과의 관계, (5)노무공급자의 사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노무이용자가 노무공급관계의 성립 및 종료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1). 그리고 지휘감독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냐 보다는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지시의 구체성이 근로자를 통제하기에 충분한가의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업방식의 변화로 전통적인 지휘감독이 없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2). 성과에 기초한 보수체계가 근로자를 통제하는 새로운 방법이 되고 있고 근로기준법에서도 도급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성과급 방식이 근로자성을 전면 부인하는 요소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3). 이와 함께 제공된 업무가 자신의 업으로서 제공된 것인가 타인의 업을 위하여 제공된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한다(4). 또 사용자에 대한 노무공급의 계속성과 전속성의 정도, 시설, 장비와 주요 재료의 소유관계, 이익과 손실에 대한 독자적 기회의 존재 여부, 제3의 노동력 이용 여부 등도 사용종속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5).
전향적 판결례의 등장
최근 하급심이기는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판단기준을 기존과 달리 접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정수기 A/S기사에 대하여 독립자영인의 외양을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것은 아니나 현실의 변화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법원의 변화와 함께 법제화를 통해 근로자성을 확대하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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