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상담] 왜 여승무원일까?
왜 여승무원일까?
서 민 자 : 여성노동센터 상근활동가
얼마 전 계약직 여성노동자들의 계약해지에 관한 상담을 하게 되었다. 내용인 즉, 정부기관인 철도청이 새마을호 계약직 여승무원 중 근무경력이 2년이 넘은 31명을 12월 31일자로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졌다거나 여승무원이 담당하였던 일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철도청은 채용대행 업체를 통해 새로운 계약직 여승무원을 뽑아 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업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왜 철도청은 갑자기 근무경력이 2년이 넘은 여승무원들을 계약해지 하려고 하였을까?
차장과 여승무원의 업무는 무엇이 다른가?
철도청의 채용공고를 보면 아래와 같다. (2002년 철도청 채용공고 중 일부 인용)
- 공안직 : 철도경찰로서 열차 및 역구내의 질서유지업무
- 영업직-역무원 : 차표의 판매 개집표, 역구내작업(열차조성 등)
- 영업직-승무원(여자열차승무원) : 열차승차, 여객에 대한 서비스 업무수행
- 운전직(부기관사) : 기관차운전 보조업무 등
- 기계직(차량관리원) : 철도차량의 수리, 정비 등
- 전기통신직(전기원, 차량관리원) : 전기, 무선, 통신시설, 신호보안장치, 전기청도차량의 수리정비 등
철도청의 운수업무에는 역무와 수송, 차장(남자승무원) 등이 있다. 차장의 경우에는 역무 업무를 거친 뒤에만 시험자격이 주어지며, 열차 승하차 관련 업무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의 채용공고에 명시된 여자열차승무원이 하는 업무와 100% 동일하지 않은가?
현재 철도청의 차장은 전원 남성이다. 새마을호의 경우에는 1980년대 철도청의 고용직 직제를 폐지하면서 90년대 초반부터 새마을호 여자 승무원을 뽑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 당시 새마을호 여자승무원은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뭔가 의심스럽기는 하다. 운수업무에 역무와 수송, 차장 등이 있는데, 굳이 별도로 '차장이 하는 업무와 동일한 업무'에 '여승무원'이라는 별도의 타이틀을 두면서 채용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철도청이 혹시나 여성의 채용 비율을 높여내기 위해서였을까? 차장이 전원 남성이니까 여성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별도로 여자 승무원을 뽑은 것일까? 그렇다면 왜 차장, 승무원내의 여성채용할당을 하지 않고, 별도로 여자승무원을 따로 뽑은 것일까?
'새마을호 여승무원'이 의미하는 것
순간, 1998년 철도청이 여승무원을 모집하면서 행했던 사건이 떠오른다. 철도청은 여승무원을 모집하면서 면접 시험 때 '반소매 상의에 스커트 차림'을 요구하고 '응시자 한 사람씩 일정 거리를 걸어 보라. 뒤돌아 보라'는 등 업무 능력과는 관계없는 행동을 요구하였다. 이때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의 항의와 시정요구를 통해 면접시에 여성면접관을 포함시키고, 근무 복장에 바지를 추가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약속 받기도 하였다.
'여승무원'. 이 단어는 철도청의 여성인력 정책과 여성노동자에 대한 철도청의 인식 수준이 그대로 집약되어 있는 말이다. 즉 철도청의 이러한 정책에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안전한 열차 승하차와 안전 운행을 위한 '안전 서비스'가 아닌 '여성의' 서비스에 중심을 두고, 그러한 서비스는 여성이 하기에 적합하고 여성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성차별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철도청의 의도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계약직 여승무원 채용 당시 '18세 이상 30세 미만의 미혼 여성'이라는 자격요건에서 드러나는 성차별성과 연령차별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올 3월 26일 고속철도(KTX) 여승무원 350에게 임명장 수여식을 전하는 소식의 제목은 '고속철에서 만나요, 최고의 서비스로 모십니다'였다. 용모제한된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여성의' 서비스가 최고의 서비스라는 발상은 과연 누구의 입장에 기반한 것일까?
'새마을호 여승무원'을 정규직화 하라!!
철도청의 성차별 인식이 '여승무원'이라는 직제를 만들었고, 이를 또 다시 계약직으로 전환하여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하는 남성차장과는 다르게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게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근무기간이 2년이 넘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고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 도입하려는 비정규직 법안이 3년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한 경우 계약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법안이 도입되기 전에 해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철도청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문제점이 제기되자 철도청은 해고통보를 철회하고, 다시 재계약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불안정한 신분은 여전하다.
그리하여 지금은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지난해 4월20일 단체협약에서 새마을호 여승무원을 정규직화 하기로 한 것은 직무 자체를 정규직화 한다는 것이지, 계약직 여승무원들을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으나 철도청의 정규직 직제에 포함되지 않은 여자열차승무원. 불합리한 철도청의 성차별적 고용정책으로 인해 불안정한 신분과 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철도청은 대답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상하고,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시급히 지금의 계약직 여승무원을 정규직화 하여야 할 것이다. 철도청이 밝힌 여승무원 직무를 정규직화여 별도의 여승무원 직제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승무원(차장)의 직제로 통합하고 남녀평등한 채용을 하는 것이야말로 그 동안 성차별적인 고용정책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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