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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기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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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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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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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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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215
성적 자기성찰: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처음에 성교육을 받고 났을 때의 느낌은 내게는 충격이었고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성'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이 있었다. 그 후로 4년 동안 성교육위원회의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내게는 너무나 새롭고 다양한 의견들을 참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럽다.
아이들에게 '그러면 안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였나? 재작년 딸들의 캠프에 갔을 때 아이들이 단란주점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였다. 다섯 모둠 중 네 모둠이 찬성을 하였다. 나는 당황해서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자꾸만 반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싶어하였다. 나의 애매 모호한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명쾌하게 답을 냈지만 나는 그 후로 계속 답답했다. 왜 나는 내 의견을 아이들처럼 말하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아이들하고 이야기는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 정리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 더 진전하면 어디로 갈 지 모르는 두려움도 있었다. 물론 난 확신에 찬 답이나 해결책을 줄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아이들도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아마 내가 가진 생각들을 솔직히 말하지 못했다는데서 온 갑갑증인 것 같다.
답답함과 혼란스러움...
그 후 여러 차례 갈등(내게 혼란을 일으키는)상황이 있었다. '매춘-러브호텔에 가는 사람들 거개가 매춘이나 불륜과 상관 있다?', '혼전순결-성관계를 가진 사람과 수 십번 관계하고 낙태 수술까지 받았어도 결혼만 하면 순결한 것이다?', '결혼은 안하고 애인과 성관계만 하는 사이이면?', '이혼하거나 사별을 한 사람의 성생활은 부도덕하다?', '매춘여성들의 인권은 정숙한 가정주부와 같은 급에 둘 수 없다?' 등등 원조교제, 동성애, 외도 등에 대해서 성교육을 나가거나 상담을 할 때에도 늘 말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럴 사정이 있었겠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이런 말들은 다만 나의 허깨비일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물론 갈등이다 치면 갈등이지만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냐면 또 할 말은 없다.
나의 가치관을 점검해보자!
하지만 언젠가 진짜 내면의 소리를 듣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내 목소리로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에 대해서는 아니었다. 언제나 내 태도는 애매 모호하게 안전할 수 있는 범위를 지킨다. 한번도 주류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신에게 성찰이 없었다고 한 맨발의 말에 동감이다. 아마 나의 혼란은 거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마돈나가 이제 우리도 "마돈나의 이중적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시간이 되었다고 했을 때 그것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안에서 뭐가 나올까? .... 나도 모르겠다.
- 정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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