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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 교육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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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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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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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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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10
순결교육 유감
"혼인 신고합시다!"
1950년대 우리나라 여성들의 거리 시위 내용중의 하나였다. 지금 이 말을 들으면 모두가 웃지만 당시로서는 여성들이 혼인신고를 할 줄 몰라 남편이 나중에 다른 여성과 혼인신고를 해도 아무런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자신이 낳은 아이는 혼외자로 남아야 하는 억울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의식개혁은 상당히 중요하고 또 필요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여성들이 혼인신고를 미루고자 한다. 이유는 정반대이다. 살아보고, (또는 호주제가 철폐된 이후에) 하겠다는 것이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그 사회에 적절한 운동의 내용이 있는 것이다.
"순결합시다!"
순결을 강조하며 '청소년의 성교육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여권신장교육이거나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우월주의가 교육의 주가 되어서는 더욱 안된다는 것' (「순결세대」, 청소년순결운동본부 발행 제 20호 P5)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있다. 우리는 한 시대에 같은 공간에 같이 살면서 이렇게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음에 단지 놀랄 뿐이다. 이들은 교육부의 체계적인 성교육 지침서 발간의 내용을 일부 문제삼아 '성윤리의 덕목인 순결가치관 교육배제가 큰 문제'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입을 사람의 몸에 맞아야 의미가 있고 자신이 생각할 때 아무리 좋은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이 기분 좋게 받아야 그 선물이 빛나듯이 아무리 훌륭한 가치관이라고 해도 그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순결'이란 무엇인가.
우리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순결'의 개념에는 '아직 성관계를 해보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때의 성관계란 성기삽입을 포함함.)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결혼한 사람들의 경우를 본다해도 자신의 배우자이외의 사람과는 성관계를 하지 않은 경우를 '순결하다'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또한 순결의 개념에는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의미로 생각한다. 학교현장에서도 순결 교육을 한다고 하면 의례 남학생들은 자신들은 '해당 아니다'라고 여겨버리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는 남성의 성경험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여성의 성 경험에 대해서는 가혹한 이중의 잣대를 가진 우리사회에서 '순결'하면 여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순결은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이며 아직도 우리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순결이라는 이름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어느 정도의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러기에 단체로 행해지는 순결 서약 때문에 이미 성경험이 있거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청소년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따라서 순결의 이름으로 청소년들에게 '성'을 '교육'시키려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더구나 전국 2천여 개의 중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순결상'이라는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아니 오히려 이 시대를 역행하고자 하는 희한한 표창을 시상하는 행위를 우리는 우려의 눈빛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이러한 상은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그들은 왜 모르는가? '순결사탕'에 성욕을 억제시키는 약이 들어 있다는 식의 흉한 소문이 청소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왜 모르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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