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가해자 구속 및 실형 선고에 관한 논평
본 상담소는 본 단체가 지원한 스토킹 사건(사건번호 2001고단5945)의 가해자에게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을 크게 환영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의견을 밝히는 바입니다.
본 사건은 가해자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여성을 쫓아다니면서 지속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루머를 퍼트리고, 오히려 피해자를 맞고소한 사건입니다. 본 사법부의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 매우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이라고 봅니다.
첫째,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검찰 및 사법부의 강력한 처벌의지는 스토킹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켜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고 그 동안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스토킹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낸 커다란 성과입니다.
스토킹은 피해자를 24시간 끊임없는 공포 속에 묶어두는 일종의 정신적인 고문입니다. 따라서 스토킹이 갖는 폭력성의 본질은 가시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폭력의 가능성으로 인한 '공포'입니다. 스토킹 피해자들의 경험을 종합 분석해 보면 스토커들은 처음엔 부드럽게 나오지만 나중에는 협박을 일삼아 상대방을 공포에 질리게 하고, 마침내 폭력을 자행하게 되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커의 협박 및 폭력 행위는 이러한 일련의 연속선 상에서 보지 않으면 그 폭력성의 심각성과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킹과 관련된 특별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스토킹은 그저 가벼운 폭력 혹은 낭만적인 구애행동이나 개인적인 남녀관계로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 스토킹 피해자들과 그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망가져도 신변의 안전과 피해에 대한 보상조차 요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스토커에 대한 처벌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스토커에 대한 사법부의 강력한 처벌의지는 그것이 사회적인 범죄임을 알려 폭력행위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하고 사회여론의 환기 등을 통해 동일사례 피해자들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가해자의 범죄성을 명백히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 판결은 스토킹 피해자 인권 신장의 디딤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번 스토커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스토킹을 비롯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의 수위를 높이는 현명한 판단이었으며,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성적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도록 하고자 하는 사법부와 검찰의 강한 의지라고 보여집니다.
우리는 스토킹 피해에 관한 상담을 지속적으로 해 오면서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해왔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상담 활동을 비롯하여 스토킹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번 스토커에 대한 사법부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앞으로도 현명하고 공정한 판단과 적절한 법적 조치를 통해 피해자로 하여금 정당한 피해자의 권리를 되찾게 해 줄 것을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상담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시급히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스토킹은 유명 연예인이나 겪게 되는 일로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시각과는 달리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스토킹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경찰청에 '스토킹 전담반'이 만들어질 정도로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사회 역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이렇게 큰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제도적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택하게 되는 것은 법에 의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는 스토킹 처벌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별적인 피해 사항에 대해서만 법적 처벌을 요구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주거침입죄, 폭력죄, 감금죄 등) 납치나 폭행을 당하지 않는 경우엔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하기가 어렵고, 처벌이 되더라도 경범죄 수준에 머무르게 됩니다. 온라인 스토킹의 경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로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이것은 오프 라인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2001년 1월 16일 공포, 동년 7월 1일부터 시행, 이 법률은 기존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것임)
따라서, 스토킹방지특별법의 제정이 무엇보다도 시급합니다. 본 상담소는 이번 사법부의 판결을 계기로 사회제도적 장치로서 스토킹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경찰의 개입을 용이하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명령제도, 사회 내에서 보호관찰관의 지도 및 감독을 맏을 수 있는 보호관찰제도, 수강명령 및 치료감호 등의 조치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랍니다.
2001년 11월 23일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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