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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2004년 8월 13일 달빛 아래, 여성들이 밤길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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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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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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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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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79
2004년 8월 13일 달빛 아래, 여성들이 밤길을 되찾는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고, 이에 많은 여성들이 더욱 더 밤길을 다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껴야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낮이나 밤이나, 가정 안에서나 밖에서의 일상적인 폭력 속에서 위협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의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이 알아서 조심할 것을 요구하며, 폭력 발생의 원인을 피해자 여성의 부주의와 품행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우리는‘밤길’과 성폭력의 위협을 연결시키므로써 성폭력의 본질을 호도하고,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에 분노합니다.
이같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은 밤길을 배회하는, 행실에 문제가 있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성폭력가해자의 범죄, 폭력성을 의도적으로 가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편견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오히려 비난을 받는 2차, 3차 피해를 야기시키기도 합니다다. 또한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밤길을 다닐 때 공포와 위협을 느끼며 스스로 조심하는 등 행동에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렇듯 왜곡된 밤길의 이미지를 부수고 새롭게 여성의 안전한 밤길을 찾고자 이 거리에 나왔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여성들만 조심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가해자 중심의 문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들의 밤길 되찾기 ‘달빛 시위’는 다음의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성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킴과 동시에, 여성의 일상이 성폭력에 대한 위협으로 얼마나 위축되고 통제되어 왔는가를 알리는 것입니다. 둘째,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운신의 권리, 몸에 대한 권리 회복이 이루어져야 함을 선언하고 표명합니다. 셋째,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성폭력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여성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방식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성폭력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넷째, 정부가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불안한 치안상황을 강력히 대처할 것을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요구하고 조장하는 그 어떤 언행도, 여성들의 운신의 권리, 몸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폭력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우리의 이 모든 권리의 보장을 위해 변화해야 함을 요구합니다.
우리 여성들이 더 이상 위험한 밤길의 희생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여성의 자유를 뺏도록 놔둘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이 종식되기를 원합니다. 또한 우리는 나이, 직업, 옷차림, 계층 등과 상관없이 거부의사가 존중되기를 원합니다.
오늘 이 밤, 이 땅의 여성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맘 편하고 즐겁게 여성의 문화를 공유하며 거리를 활보합니다. 우리 여성들이 스스로에게 주는 해방의 자유로, 오늘 이 거리에서 두려움 없이 신나는 놀이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화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길 기원합니다.
우리 여성들은 안전한 밤길을 되찾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우리는 폭력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강력히 비판한다.
- 우리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서 성평등의식을 가지고 피해자를 존중하기를 요구한다.
- 우리는 정부가 다양한 여성들의 현실에 맞추어 치안대책을 정비하고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 우리는 학교당국에 여학생들이 자유로운 밤길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가로등과 비상전화를 설치하고, 남학생들에게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 우리는 남성들 역시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는 행사에 지지하고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2004년 8월 13일 금요일 늦은 밤, 달빛시위공동준비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언니네, 서울여성의 전화,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관악여성모임연대, 그 외 딜빛시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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