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안보정국에서 '지뢰'를 만나다
이번에 내가 만날 세상은 회원이였다.
누구를 만나야 하나... 고민하던 '세상만나기' 하루 전
사무실 문을 열고 빛처럼 등장해준 사람있었으니-
민우회 고용평등 상담사례워크샵을 함께 해주고 있는 성.경.남.회원. 으헝.
붙잡고 늘어졌다. “나 내일 찾아갈게요- 만나줘만나줘!”
지난해 신입회원으로 민우회와 만난 성경남회원은 지뢰(후기에서 찾아냄)라는 별칭을 썼었군요..
흠 왜 지뢰지?
자, 지뢰- 지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개를 부탁디려요.
....아! 뭐 그런걸, 알아서 해줘요
-_- ...........아...........ㅠ.....야심차게 시작된 인터뷰....이게 아닌데....
지뢰를 처음 본게.. 2002년 겨울이던가..
그 바닥의 언저리에 참 드물게 이뻤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내가 민우회를 소개하고 지뢰가 사무실에 왔다갔을때 민우회 활동가들도 그랬다.
“아니 저 이쁜 분은 누구셩~”
아..어쩌면 민우회 활동가들은 외모지상주의자들인지도..;;
아 소개를 외모로 하다니..이런이런!
일을 하며 사는 것
대학때부터 사람이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대해 가치부여를 많이 해서 그런걸 돕는 직업상담사를 하려고 했어요. 그 공부를 하다가 노무사라는걸 알게 됐지요. 노동을 할때 보면 모든 사람이 그 자체로 존중받진 않잖아요. 직업이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권리구제를 할 수 있는 것이 노무사라는걸 알게 되고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리고 나서 맨처음 간 곳이 건설노조였어요. 건설은 정형이 없고 말 그대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건설에 있던 활동가가 꼬시기도 했지만요. 하하
한동안 건설노조에서 법규활동을 하고
얼마전 혼자서 노무법인을 개업한
그의 의자에는 여전히
건설노조 조끼가 걸려있었다.
건설.. 남성조합원 많죠?
그렇죠. 99%가 다 남자고, 여자조합원은 한분이에요.
오홋 한분의 여성조합원?!
목수하시는 분이에요. 중년에 가입해서 조합활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세요. 작년에 모범상도 받고, 얼마전에 형틀목공 서울조합 대표로 기능대회도 나가시고 그랬어요. 조합활동을 하거나 투쟁할때도 많이 도와주시고 그랬어요. 투쟁같은거 할때, 밥같은거 하면 그 분이 진두지휘하고 그랬죠.
아, 그 한분의 여성조합원..민우회 회원으로 만나고 싶어진다..
한참.. 밥과 관련되서 한참 주저리주저리.. 내가 많이 떠들어서 기억이 가물..;
아마도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과 관련해서 떠들었었던듯...
난 요즘 세상의 모순이 다 식당노동에 대한 저평가때문인것 같다..;;
임신하셨네요! 애낳고.. 어쩔껴...(격하게 감정이입하며)
자영업이라 출산휴가도 없고 그래서 한달만 쉬려구요. 집에 온전히 있는건 한달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몇시간 잠깐식 나와서 하려구요. 아이는 엄마가 봐주기로 하셨고. 회사다니는 사람보다 좋은건 시간조절이 가능하다는 거 같아요. 근데 출산휴가라든가 육아휴직이라든가 어떤 재정적 지원이 없으니까 그게 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나 다 노동자처럼 일을 하는건데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그걸 생각해봐야되겠어. 보건복지부 고은맘카드는 전체가 다 주어지는데, 그런 것처럼 임신한 여성이라고 하면 구분없이 해줄수 있는 뭐가 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거지.. 노동부는 아닌것 같고.. 여하튼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에 법인에 있을때 애 낳았으면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다 쓸 수 있었을텐데 막상 사무실 차려놓고 보니까 나에 대한건 없는거지..
임신한 상태에서 일하는거.. 힘들지 않아요?
원래 쇼파가 없었는데 드러누울데가 없어가지고 하나 샀어요^^ 장시간 앉아있는 건 힘들어서 중간에 한번은 꼭 쉬어야 되겠더라구요. 일반사업장에도 휴게실이 꼭 있어야 되겠더라구요.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초점을 돈으로 맞추면 아주 불편한 케이스지만, 그래도 쉬고 싶을때 쉬고 들어가고 싶을때 들어가고 하니까 난 편한 케이스인것 같아요. 근데 애낳고도 이게 일상이 되면 문닫아야지(웃음) 사업을 잘해야된다는 압박감은 있는데..모순된게 그러고도 애기 낳으면 또 애기낳고 싶고 그러네? 흐흐..
그래.. 쇼파는 사무실에 필수용품으로 지정되어야 할것 같다..
민우회도 쇼파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누가 틀린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이해하게 되는
배우자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에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 볼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한쪽의 주장을 하거나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데,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한사람에 대해서 전과자로 만드냐, 처벌을 하느냐도 관심의 대상이거든요. 누가 서로 틀렸다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이해하게 되는게 있는것 같아요.
역시 직장내 성희롱은 민우회가 짱이야.
여성이 의뢰인인 경우는 많지만 특별히 차별이나 성희롱 사건은 해본적이 없었어요. 성희롱은 일반법인에 많이 오는것 같진 않아. 보통 성희롱 당하면 민우회라던지, 인권위 쪽을 찾아가는거지 노무사사무실에 오는경우는 거의 없는것 같아요.
일하면서 느끼는 진한 보람.
대부분 노동자사건을 하다보니까, 사건이 1~2년가는 경우가 많아서 노동자분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관계형성이 되는데, 그런 관계들이 계속 지속이 되거든요. 지금도 굴도 보내주고, 더덕도 보내주고 뭘 사다주시는 분이 많아요. ^^ 사건을 이겨서 기쁜것 보다는, 사람들하고 관계맺는게 좋아요. 나도 가끔 전화도 하고.. 어떤 분은 청국장 만들어서 가져오시고 그래요. 그런게 재밌어요. 받는 것도 좋고, 내가 주는 것도 좋고, 줘도 기쁘고, 받아도 기쁘고-
그리고 인상깊은 분들이 많아요. 전에는 봉제공장에서 미싱하시던 50대 중반의 아주머니셨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문학적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하신 거에요. 인터넷 문학동호회에 가입도 하고, 글도 쓰시고 그러더라구요. 얘기하다보면,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힘겹고 어렵게만 사는것 같은데 나름대로 자기 생활방식으로 사시는 분들이 되게 좋더라구요. 가끔 오시면 밥도 먹고 그래요. 지난번에는 사건하면서 만난 아주머니가 있는데 그분 결혼한 딸 얘기 들으면서 포장마차에서 둘이 소주 네명이나 마시고 ^^
그런 만남, 그런 관계가 좋아요.
민우회 워크샵하면서 어때요?
좋아요!
그런 얘기는 구체적으로 해줘야되는겨!
상담한 내용이나, 답변한 내용을 쭈욱 보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도 민우회를 신뢰하며 글을 올리는지 굉장히 구체적으로 올리는 것 같고, 답변도 우리가 하는 답변하고 완전 다른것 같더라구요. 행동하고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실천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하는것 같아. 우리는 법적인 절차를 설명하고, 당신이 이렇게 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민우회는 여차하면 같이 행동을 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답변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인 것 같아서 좋아요. 역사가 있다보니까 노동법관련해서도 전문적으로 아시는 것 같고- 일반법인하고의 큰 차이인 것 같아요.
근데 차별, 성희롱에 비해서 다른 외적인 부분은 그만큼 전문적이진 않으니까 이런 워크샵을 통해서 자기를 계발하고, 보완하는걸 보면서 조직이 발전하는게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그런 부분이 민우회가 가지는 장점같기도 하고.
내가 지뢰를 만난 이유는! 세상을 만나려구요
활동가들도 몇 년씩 있다보면 정형화되고 스스로 많이 정체되고 그런게 있는것 같아요. 조직내에서 그런 시도는 굉장히 필요하고 좋은것 같아. 활동가들은 계속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게 의미있는 거니까.
나도 그거 할려구요! 상업적으로 바라보면 영업인건데^^,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하고 관계맺는거지. 점심약속을 많은 사람들하고 하는게 나의 계획인데 일주일에 한번씩은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구요. 착신돌리고 가는거지!
요즘 녹취하는 습관이 들다보니... 지뢰의 인터뷰도 너무 녹취마인드다...흑..
시간 내주고, 맛난 밥도 사주고~ 즐겁게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요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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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님 방가~ ㅎ
지뢰..지뢰찾기.. 겜 처음 컴에서 많이 했는데..케헤헤헤.. 너무 유치한 발언..? 암튼 이렇게 만나뵈니.. 든든합니다.. ^^
지뢰~ 요즘은 상추 같은 거 잘 자라나요? 지난 번 얼핏 들으니 맘대로만은 안되는 것 같지만... 자꾸 무언가 기르고 거두어 들이고,,, 사람 사는 것 같아요^^ 지뢰 이야기 길게 들으니 좀더 가까워진 느낌이,, 담번 워크샵에서 만나요~ 나도 밥 같이 먹고 잡네용^^
별칭이 지뢰였군요! 눈이 깊어 믿음을 주는 지뢰님! 이렇게 보니 또 다른 매력이 물씬입니다.
하늘색 원피스가 너무 잘 어울리네요! 실무적인 관계가 아닌, 노동자들과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 맺는 그대가 멋져요! 지뢰 파이팅!!! 글고 나우야, 너도 예뻐...ㅋ
삶의 뜨끈한 현장이 눈에 그려지는 군요~글만으로도 사람들 땀내가 물씬 풍기는 듯 하구, 구수해요~^^ 비슷한 일을 함께 하는 부부애가 더욱 돈독해 보이고요~~아이 건강하게 잘 순산하시길 빌께요^^*
앗! 반가워요! 2009년 9월에 신입회원세미나때 함께했었는데.. 정말 오랫만입니다^^ 노무법인 설립하셨다니, 얼마나 바빴을지 상상이상일꺼라 생각합니다. 임신도 정말 정말 축하요^^ 너무 너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