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액션
상담원 워크샵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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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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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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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20
상담원 워크샵을 다녀와서
내 딴엔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줄 알고 올라가 보니 큰방에선 이미 춤판이 끝나가고 있었다. 늦은 죄로 얼떨결에 끌려나가 도라지 타령을 부르며 멋진 춤사위로 주위를 압도시키며 1부 순서는 끝냈고, 2부는 김시욱 박사의 미술 치료 기법으로 이어졌다. ‘비와 나’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란다.큰 호기심과 작은 두려움으로 8절지를 받아든 우리는 왕자표 크레용보다 열 곱이나 질 좋은 모나미 크레파스로 판정 받을 영혼을 그리고 색칠하기 시작했다.
비가 오니 우산은 당연히 그려야 정상일테고, 우산 속에 나도 평범하게 그리자. 옷도 튀지 않게 그려 색칠하고 빗줄기도 그리고, 군데군데 물웅덩이도 그리고. 아! 지난 여름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가는데 눈부신 태양이 구름 속에서 삐져 나왔었지... 붉은 해도 그렸다.
비 오는 날의 해라.....
조금 껄적지근 한데 옆을 보니 ‘해봐’는 피카소나 그릴 것 같은 해를 그리고 있었다.
드디어 모두의 그림이 벽에 붙여지고 그 순간 난 김선생님의 표정을 읽고 말았다.
당황과 황당함 더 나아가 공포까지를.......
“여기 상담원 선생님들 맞아요? 환자들 모임은 아니죠?“
문외한인 내가 봐도 모두의 그림엔 광기(狂氣)가 번뜩이고 있었다. 옆으로 내리는 비, 우산없이 온몸을 펼치고 기염을 토하는 뭉크의 그림. 50가지 색깔을 마다하고 한가지 색상만으로 그린 그림.
진한 색의 테를 둘라 꼭꼭 가둔 그림. 태양과 빗줄기가 공존하는 그림. 그 큰 도화지에 바지자락만 그린 그림....
그 그림들에는 누군가에게 모를 하소연과 스트레스와 항변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 프로그램은 소그룹별로 ‘이미지 컷’을 그리는 순서였다. 순간 포착 떠오르는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것인데 우리는 여기서 우리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확인하고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3부는 간담회를 겸한 상당원 대표의 이임식과 취임식이 있었고 기존 상당원들과 9기 상담원간의 격려와 배려의 덕담들이 오고갔다. 이튿날 아침 식사후 우리는 촌음을 아껴 준비해온 프로그램에 충실했다. ‘골든 벨’퀴즈 게임인데 문제는 ‘노(NO) 브레인’보다 난이도가 조금 높은 '반(半)브레인'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성 상담소에 있는 컴퓨터는 모두 몇 대 인가? ’ 같은 것이다.
1등은 역시 가장 학구적이고 동기유발이 뛰어난 '보약'이 차지했다. 이 정도로는 미진한지 2차 퀴즈게임을 재차 시도했는데 여기서는 우리의 ‘달래’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들의 저력과 열정은 우리 상담원의 자랑이다.
퇴실할 시간이 임박해서도 놀이 열기는 식지 않아 끝으로 진실게임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예측, 억측으로 상대방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 내 주변의 잘 아는 사람이든 전화 속의 낯 모르는 사람이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겠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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