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럼후기-2]민우회, '국제행사'하다
[국제포럼후기-2]
민우회, 국제행사하다.
: 생명과학기술시대, 여성인권확보를 위한 국제포럼을 마치고
7. 행사 첫날 : 워크샵
드디어 행사 첫날이다. 여성플라자에서 하루 밤을 보낸 참가자들, 조금 피곤해 보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도 가득해 보였다. 일정이 없었던 오전 시간도 나름대로 바쁘게들 보냈다고 한다. 경복궁, 남산 등 짧은 서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있었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도 있었다. 해외 참가자들은 여유만만 했던 반면 기획팀은 워크샵 시작 전부터 바짝 긴장해 있다. 참가자들이 워크샵에서 어떤 발표를 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는 말들을 들은 탓이다. 소통에 한계가 있었던 탓일까? 민우회가 주관한 행사인 만큼 한국 상황과 민우회 활동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민우회 활동에 대한 발표에 이어 미국, 인도, 영국 등 각국 단체의 활동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문제제기 지점은 유사하지만 단체마다 다른 전략과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난자채취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질 때까지 여성들이 연구를 위해 난자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연구용 난자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가족계획을 위한 피임법에서 인공수정 시술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여 대응하고 있는 단체, 반대 혹은 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구조와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단체 등. 쟁점과 차이를 둘러싼 더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여성운동의 개입과 활동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남겨 준 자리였다.
8. 행사 둘째 날 : 포럼
민우회 모든 활동가들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행사장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간식도 준비하고, 참가자들에게 나줘 줄 각종 자료들도 준비한다. 하루 종일 진행되는 행사라 이날 민우회 사무실은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이 되어 버렸다. 오전에는 2개의 주제 강연이 진행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재생산권리가 모성과 시민권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관한 강연과 생명과학기술이라는 개념의 문제와 이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줄기세포 연구와 여성인권’과 ‘생명과학기술의 국제적 상품화와 여성주의적 비판’에 대한 발표들이 진행되었다. 생명과학기술의 적용과정에서 여성인권의 문제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던 현실들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그리고 많은 발표자들이 난자채취 시술 과정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와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여성들이 난자를 제공하는 복잡한 사회적 맥락이 존재한다. 이미 불임클리닉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난자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그 시장은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을 유인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불임시술을 위한 관광 패키지’가 관광산업 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이 각 국의 상황, 개별 여성들의 경험들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그만큼 다르다. 따라서 하나의 전략은 불가능 하며 상황에 따른 다양한 전략과 방법이 선택되어야 하고, 규제와 절차를 넘어서는 ‘운동’이 더욱 필요해지는 것 같다.
긴 시간 동안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민우회를 포함하여 포럼에 참가했던 해외 참가자들이 모두 단상에 올랐다. 각 단체의 입장과 활동에 대한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현재 황우석팀에 난자를 제공한 후 국가와 의료기관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소송 당사자가 한국 상황과 소송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고, 가족들이 걱정할 정도로 신변의 위험을 느꼈다던 한국 발표자의 말에 해외 참가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연구를 위한 난자사용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민우회의 입장은? 후속편을 기대하시라.
9. 아쉬움 그리고 과제
기념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이틀간의 포럼이 막을 내렸다. 생명과학기술을 둘러싼 각국의 상황과 여성주의자들의 활동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지금 여기’에서의 현실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일 것이다. 앞으로 민우회는 ‘생명과학기술시대, 여성인권 확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해 나갈 것인가? 이번 포럼에서 제안되고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이를 찾아가는 것, 민우회에 남겨진 과제이다.
‘생명과학기술이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사회적, 윤리적 성찰이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생명과학기술이 사회적 삶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회와 맺는 관계 등을 기록하여 다양한 맥락을 드러내고, 생명과학기술이 독립된 실재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기술을 바라보고, 생명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Janelle S. Taylor의 ‘겸손한(^^)’ 제안이 우리에게 실마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포럼 기획팀 봉달
p.s. 국제포럼에서 함께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통, 번역 써포터즈 여러분, 기획초기부터 번역을 도맡아 주었던 유이, 기획팀으로 참가해 많은 일들을 해결해 주신 백영경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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