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성노동상담경향- ② 직장내 성희롱
2006년 여성노동상담경향 - ② 직장내 성희롱 |
직장내 성희롱은 매해 고용평등상담실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006년 전체 상담 391건 중에서 직장내 성희롱 관련 상담은 총 143건으로 전체 상담의 36%를 차지한다.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로 접수되는 상담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고 있음에 반해, 직장내 성희롱은 여전히 절대적인 상담량에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장내 성희롱이 만연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직장내 성희롱 상담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소규모․영세사업장에서의 직장내 성희롱 상담이 전체 직장내 성희롱 상담의 3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영세사업장에서 성희롱이 있는 경우, 대부분의 피해자는 사업주 혹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면서 법적 절차를 밟기만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사직을 결심하거나 직장내 성희롱을 감수하고 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 나만 직원이다. 당시에는 나와 원장만 있어 증인을 서줄 사람도 없다. 너무 억울하고, 성적수치심이 들어 더 이상 원장과 함께 일을 할 수가 없어 일을 그만두려고 한다. (2006. 5. 26)
● 가족에게 말했더니 출근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런 인간은 절대 그만 둘 인간이 아니라고… 그렇지만 저는, 다시 또 직장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는 고통과 직장 못 구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그만두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런 작자가 있는 곳에 계속 다닐 수도 없습니다. (2006. 6. 24) |
따라서 소규모영세사업장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사업주의 성희롱 근절의지와 적극적인 예방노력이 수반될 수 있도록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및 효과성 제고를 위한 대안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는, 회식자리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직장내를 넘어서는 공간에서의 성희롱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술문화로 인하여 많은 회식자리가 강압적이고 성차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으로 고통받고 있기에 회식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 2차 회식자리로 노래방에서 부르스를 강요하며 ‘안고 싶다’는 둥의 얘기를 하면서 끌어안고 더듬고, 등에서 엉덩이까지 양손으로 더듬고 가슴을 만졌다. 그래서 뿌리치면 다시 끌어안고… (2006. 1. 23)
● 노래방기기가 있는 음식점에서 회식을 하는데, 노래를 하려고 번호를 누르려고 하는데 부장이 뒤에서 안고, 가슴을 만졌다. (2006. 2. 21)
● 회식하는 자리에서, 밥 먹는 자리에서, 노래방에서 선생님들이 몸을 더듬고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고 귀에다가 귓속말을 하고 혀로 더듬고 하면서 춤을 강요를 했습니다. 싫다고, 하지 말라고 하니까 선생님 되려면 이런 것쯤은 참아 내야 한다고 선생님 하기 싫으냐고 협박을 합니다. (2006. 4. 10) |
그리고 공식적인 회식자리 뿐만 아니라 회식이 끝난 후에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나 퇴근 후에 일어나는 성희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 상사는 나이격차가 크니까 딸처럼 예뻐한답시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언젠가는 차한잔 마시자고 하면서 ‘아버지와 딸로 만나자’라는 말을 하더니 갑자기 입을 맞추는 것이다. (2006. 3. 10)
● 어제는 실장님이 취해서 같이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택시 안에서 얼굴을 잡더니 키스를 할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00야 나랑 관계를 맺지 않을래, 나 정관수술했다. 아무 일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2006. 4. 19)
● 병원장이 식사 한번 사주겠다고 하여 갔는데, 손을 잡더니 노래방에 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방에 갔는데 두어곡 부르더니 부르스라면서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가슴을 만졌다. (2006. 8. 9)
● 팀 전체가 극장에 함께 갈 때마다 저를 남자들의 사이에 앉게 강요하였습니다. … 그런데 약 한 두달 전 팀 회식이 끝난 후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남자들과 같이 앉기 싫어서 앞자리에 앉았는데 팀장이 내리면서 앞자리에 앉아있던 저를 뒤에서 덮쳐 가슴을 만지고 내렸습니다. (2006. 10. 13) |
그러나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직장내 성희롱을 판단하는 유권기관은 ‘직장내’ 범주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판단하여 ‘직장내’가 아니라 개인간의 성희롱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식적인 회식도 아니고, 퇴근후라 하더라도 사업주나 상사 등 업무상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에는 비자발적으로 술자리를 이어가거나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직장내’ 개념을 ‘공식적인 회식자리’와 사적․개인적인 만남의 자리 등으로 이분화하여 협소하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위계관계, 업무상 관계성 여부를 보다 넓게 해석하여 사례별로 구체적인 접근을 통하여 직장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직장내 성희롱의 가해자는 대부분 사업주․상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장내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해고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직장내 성희롱 주요가해자가 사업주 및 상사라는 점과 또 영세사업장에서의 발생 비율이 높다는 점과도 깊은 상관관계를 맺는다.
● 사장이 나에게 ‘잠자리를 안 해 줄거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면서 ‘한번 만나줄 때마다 20만원, 한번 잠자리 해 줄 때마다 80만원씩 올려주겠다’고 하였다. 이런식의 성희롱을 계속 거부하자 사장이 나를 때려 경찰에 신고를 했고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병가를 냈지만 사장은 나에게 그만두라고 한다. (2006. 8. 16)
● 회식자리 성희롱 이후로 과장한테 물품을 요청하면 "자기 능력밖이다"라는 식으로 말을 해버려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많이 힘들어졌다. 그리고 나서 과장이 밤 12시에 술먹고 전화해서는 "너나 잘해라,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는 식으로 전화를 한다. 그러면서 "네 자리에 다른 사람 앉히겠다"는 말도 한다. 그래서 중간에 업무적으로 힘든 과정이 많아지면서 중간에 백화점에 안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이 급여도 안주겠다고 말을 한다. (200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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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 적극적인 조사를 통한 공식적인 가해자 징계조치를 하는 것이 회사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드러났다.
●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서 기관장에게 고충처리를 요구하였지만 답변이 없어, 전화를 했는데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달라는 것이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2006. 4. 4)
● 사장과 임원에게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사장과 임원은 공개되면 회사 이미지 망치고 나에게만 피해가 가니까 조용조용히 해결하자고 하면서 나를 설득한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1년 감봉에 사과문 받고 끝내자고 한다. 1달이 다 되가고 있는데, 나만 부서가 변경된 상태에서 아무 것도 진전된 것이 없다. (2006. 7. 31) |
이러한 경우 직장내 성희롱은 직장내에서 문제로 환기되지 않으며, 또다시 직장내 성희롱을 방치․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직장내 성희롱의 수위와 무관하게 감봉 등 미미한 조치만으로도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법적 책임을 다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 역시 피해자가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를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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