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2007 여성주의 학교 1탄!
2007년 6월 26일, 민우회의 2007 여성주의 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섯 시 반부터 등록/접수를 시작해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민우회 20주년 기념 동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민우회를 소개하는 자리였거든요.
짧지만 강렬한 동영상 상영이 끝나고 자기소개.
괜히 민망하고 뻘쭘한 자기소개 시간을 좀 더 재미있고 보람있게 만들어 보기 위해 준비팀에서는 미리 네 가지 질문을 드렸답니다. 이름, 여성주의 학교를 신청한 이유, 여기 모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 현재 하고 있는 일.
3번 질문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대답들이 나왔는데요, 상담을 잘해줄 수 있다고 하신 분, 인터넷 검색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하신 분, 살을 나누고 싶다고 하신 분 등등, 재미있는 생각들이 쏟아졌답니다.
<다른 분의 자기 소개를 열심히 경청하고 계시는 한 참가자>
<출산을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도 인천에서 달려오신 한 참가자>
이어서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여성노동운동"이라는 주제로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신 양민석 선생님께서 강의를 맡아 주셨습니다.
여기서 강의 요약을 좀 해드리자면... (강의자료에서 발췌)
I. 한국사회 여성노동과 성평등
1. 일하는 여성의 이미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사회적인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사회적 활동과 가정유지, 두 가지 과제가 요구된다. 여성에게 부여되는 이러한 요구는 다양한 대중문화의 내용들 속에서 ‘슈퍼 우먼 이데올로기’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들을, 수동적이고, 소심하며, 감정적이라는 ‘여성성’으로 규정하는 이미지가 양산되기도 한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모순적 요구는 때로 경제변동 상황에 따라 여성의 사회활동을 편의적으로 제한하고, 운용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2.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사회적 지위 변화: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M자형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취업기회가 가정에서의 역할과 관련되어 규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여성의 생애주기 속에서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며 온전한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신자유주의의 영향력 속에서 자본의 입장이 관철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파괴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간 한국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여성운동 또는 여성노동운동이 도모하고 확보해온 여성 노동자의 권익과 입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거나, 더욱 열악해질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II. 지구화 시대 신자유주의의 논리와 여성노동
1. 지구화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비정규직 여성노동:
지구적 자본은 저임금을 목적으로 한 여성노동력 개발정책과 가정에서의 여성책임을 강조하는 가정정책을 함께 활용한다. 즉 1970년대 근대화 산업에 참여했던 여성노동자들처럼 수출역군으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한편, 가부장 가족에 대한 강조와 현모양처, 또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도입된다.
한국에서는 19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오던 임시, 일용직 종사자가 IMF 경제위기 하에서 급속히 증가,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여성 비정규직은 1989년 이후 50%를 넘어섰으며, 1999년 53.2%로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24.9%에 불과한 여성 정규직에 대비 2배 이상이 되었다. 2005년의 통계에서 여성 비정규직은 69.5%로 보고되었다.
여성 비정규 노동자의 증가는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노동시장의 진입과 퇴장, 가부장적 가치관에 의한 성별분업 등에 의한 문제와 더불어 나타나며,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의 관철에 따른 노동시장 구조변화와 구조조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비정규노동의 확산과 그에 따른 노동조건 등에서 여성은 남성과 다른 문제들을 직면한다. 즉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한 재계약 거부문제, 여성 다수 직종의 비정규직화, 여성 파견직과 남성 파견직 간의 직종분리 등 여성들은 일반적인 비정규직의 문제들에 더해 성별로 상이한 처우와 불리한 조건들에 처해 있다.
2. 신자유주의적 문화지배와 여성노동:
신자유주의는 자신을 강력하게 재생산하기 위한 규칙과 과정을 내포하고 있는데, 인간의 노동력의 재생산을 포함한 축적체제의 재생산은 생산양식뿐만 아니라 생활양식, 주체화 양식 등과 관련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의 조절양식은 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적 문제이고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문화산업은 다국적 문화자본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의 전략에 따라 종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화산업 내에서 생존과 이윤창출을 위한 독점경쟁들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문화산업도 자본의 이동방향에 따라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MF 이후 고용주들은 여성 정규직을 대량 해고한 뒤 과거 임금의 50-60%만을 주고 대거 재고용했다. 이후 경제적 상황이 불리해질 때 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이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 조치였다. 때문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상시적으로 잠재해 있는 해고 가능성 때문에 불안한 일상을 영위해야 했다. 특히 애니메이터를 비롯한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직종의 여성노동자들은 사실상 고용계약관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근로 기준법 상의 노동자에서 제외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더욱 불안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와 맞물려지는 글로벌 자본의 논리는 문화산업 부문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을 열악하게 만들어 간다.
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여성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
정부는 대외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특성 상 적극적 개방정책과 수출 촉진이 가장 유용한 성장전략인 것처럼 설명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대외의존을 강화하는 경제발전 전략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과의 FTA 체결은 우위산업과 열위산업의 구분을 강화하고 산업 간 산업 내 국제분업을 더욱 공고하게 함으로써 산업구조 고도화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미 비교우위 품목은 의류, 액세서리, 철강, 금속, 고무, 섬유, 여행용품 등 주로 저기술 저부가가치 품목이다. 한국과 미국 간의 국제 분업구조 속에서 한국은 섬유, 철강, 가전, 조선 등 전통산업에, 미국은 IT 등 신기술 산업과 첨단부품, 소재산업분야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여성들은 한미 FTA로 인한 산업별 붕괴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이 된다. 조직된 여성노동자들이 파악되는 교육, 의료, 서비스 부문의 여성비율이 높으며, 이들은 해당 산업의 직접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미조직,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훨씬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 노동자의 산업별 피해는 드러나지 않거나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FTA는 여성의 사회적 노동뿐 아니라 가사노동과 돌봄노동까지 여성의 이중적 노동을 증가시키고 강화해갈 것이다. 또한 현재도 여성 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노동유연성의 확대는 비정규직 여성의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갈 것이다.
III. 여성의 노동과 연대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협정의 현실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전망은 실상 암담하다. 현재까지도 턱없이 미흡했던 여성고용의 확대와 여성노동권의 확보, 그리고 성평등한 노동관행들에 대한 지원은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고용할당제나 적극적인 조치등의 제도적 보장들도 점차 폐지되거나 실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여성의 피해, 빈곤의 여성화에 대한 우려는 빈곤의 원인을 파악하는 즉,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가부장적인 성적 불평등의 근본적인 문제도 함께 접근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구조조정 사례들에서 여성들이 고용조정의 주 대상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함께 노동운동을 전개해가는 과정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들의 희생양이 되었던 사례들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집단 이기주의를 탈피한 여성노동자들의 인식공유와 개방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준다.
발췌한 글이 어렵다고요? 실제 강의는 풍부한 사례와 도움 말씀으로 2시간 동안 너무나 재미있게 이루어졌답니다. 글 읽기가 어려운 분은 직접 와서 들으세요 :)
<자길 찍는다는 걸 눈치 채고 표정관리하는 한 참가자>
이쯤에서 대체 뭐가 납량특집이란 말이냐! 고 불평하실 분들께 심령사진 한 장 보여드립니다, 흠흠;
너무 약했나요? 후다닥~
(뛰어가다 돌아와) 6월 28일(목) 저녁 7시 30분에는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생님의 “여성노동과 가족”이 시작됩니다. 재미있는 강의, 함께 나눠요!
<여성주의 학교 프로그램 자세히 보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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