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특집] 여성주의 학교 2탄! (근데 비 얘기는 없어요!)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강의를 진행해 주신 장지연 선생님>
2007년 6월 28일 오후 7시. 여성주의 학교 2강이 개최되었습니다. 비가 오다 말다, 날씨는 꾸물꾸물, 습도도 높아 불쾌지수가 높아서였을까요? 1강보다는 적은 인원이 참석하신, 아주 조촐하고 아늑한 자리였습니다. 이번 강의는 “여성노동과 가족”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노동과 가족: 평등한 노동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여성연구원 장지연 선생님께서 강의를 맡아 주셨어요.
강의 내용을 잠깐 살펴볼까요? (강의자료에서 발췌)
1. 고전적인 복지국가론
기본적으로 서구의 복지국가들은 ① 사민주의형으로도 불리는 북유럽형 ② 조합주의나 보수주의 복지국가로도 불리는 대륙유럽형 ③ 자유주의적 또는 잔여적 복지국가로도 불리는 영미형으로 크게 구분되었다.
2.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본 복지국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은 남성의 상태만을 판단기준으로 삼은 기존의 복지국가론에 대하여 여성을 함께 고려하는 대안적 복지국가 유형론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요즘은 ‘젠더레짐’으로 더 자주 불린다. 복지국가 유형론이 자본주의적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탈상품화’ 개념을 기준으로 구별한 것이라면, 젠더레짐은 가부장제적 가족과 국가의 관계를 ‘성별분업양식’을 중심 개념으로 하여 유형화 한 것이다.
젠더레짐의 유형론은 다음과 같이 이념형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기준은 ‘여성의 무급돌봄노동을 어떻게 탈가족화(de-familization)하는가’인데, 이는 아래 표와 같이 정리된다.
성별분업(여성의 역할) | |||
양육자 | 임금노동 | ||
돌봄노동에 대한 국가역할 | 있음 | 1. 양육자 동격모델 | 3. 이인소득자/공공모델 |
없음 | 2. 남성 생계부양자모델 | 4. 이인소득자/시장모델 |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국가들이 남성 생계부양자모델로 분류되는데, 이것은 내부적으로 다시 다양한 변형된 형태들이 존재한다. 특히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은 다시 성별분업이 공고한 정도를 가지고 강한 생계부양자모델과 약한 생계부양자모델로 나뉠 수 있다.
3. 새로운 사회적 위험(New Social Risk)과 복지국가의 재편
페미니스트적 시각으로 볼 때, 복지국가 위기의 뿌리는 가족임금제(family wage)의 이상에 구현되어있는 구젠더질서의 붕괴이다. 구젠더질서란 남성가장과 아내,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전제로, 남성 가장의 소득활동을 통해서 아내와 자녀를 부양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구젠더질서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만큼 이에 근거한 복지프로그램도 유용성을 다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서구 복지국가의 재편과정에서 새겨야하는 교훈은 남성생계부양자형 젠더레짐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새로운 복지국가의 길을 열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조합주의적 복지국가, 즉, 보편적 시민권이 아니라 기여한 만큼 보장하는 사회보험제도 중심의 복지국가가 남성생계부양자형 젠더레짐과 결합하는 경우는 가장 치명적이다.
4. 젠더레짐의 전망
후기산업사회 복지국가에서 성평등을 성취하려면 기존의 젠더질서를 지탱하는 구조를 무너뜨리고 보살핌노동을 마땅히 고려하는 새로운 젠더질서를 확립해나가야 한다. 이 때 젠더동일성의 전략이 필연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생활양식을 따라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대안적인 ‘평등전략’을 모색하는 의의는 크다.
<간만에(?) 공부하느라 머리 아파 보이는 참가자들>
5. 대안적 분석틀: 차이와 평등의 딜레마를 넘어서
필자는 ‘차이옹호자들’의 우려를 반영하여 ‘평등전략’의 전제조건을 재정의 하는 것을 전제로 평등전략을 지지하는 입장에 있다. 그 근거는 두 가지인데 첫째, 보살핌노동의 가치인정을 통해서 ‘다르지만 공평한’ 사회적 권리의 보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둘째, 평등전략, 즉 여성의 노동자화를 통해 독립된 경제주체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현재상태에서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구분되어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등전략은 이러한 기본전제의 차이를 인정하고 출발하여야한다. 기존에 여성이 전담하던 양육과 보살핌노동은 국가역할(공보육), 시장역할(서비스구매), 남성역할(평등양육)로 배분되어야 한다.
6. 한국의 복지국가와 젠더레짐
우리나라의 젠더레짐의 성격에 관해서는 남성생계부양자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같은 남성생계부양자형이라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특성을 다시 다루어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는 남성의 소득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남성의 고용 역시 가족을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것은 아니고,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전일제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한 남성생계부양자형’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정규직 남성노동자에 혜택이 집중되는 소득보장제도에 지출이 집중되는 것에 비하면 고용관련 서비스나 다른 복지서비스 영역은 매우 뒤쳐져 있다. 이렇게 볼 때, 사회투자국가에 대한 지향과 사회서비스국가 전략은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돌봄노동의 사회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여성노동력활용’ 이상의 담론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남성생계부양자형 젠더레짐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보편주의적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 될 것이다.
이어진 질의/응답 및 토론시간에는, 적은 인원이라 그랬는지, 선생님께서 적극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였는지 다들 평소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기탄없이 털어 놓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간제 노동 활성화 정책에 대한 의견이랄지, 여성고용 확대를 위한 논거랄지, 군 가산점제나 초등학교 남성교사 할당제 같은 현안이랄지, 노인수발/아동수당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답니다.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이날 강의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더 하고픈 많은 말들을 남겨두고 끝이 났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인 7월 3일에는 “여성노동과 성: 여성노동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대와 통제”라는 주제로 권수현 선생님의 강의가 이어집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려요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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