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포럼후기]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여성건강포럼 후기]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임산부 건강관리, 임부체조교실, 철분제 공급, 엽산제 제공, 미숙아, 선천성 이상아의 의료비 지원 및 관리, 신생아 도우미 파견. .. 이런 사업들을 하는 곳은? 바로 지역보건소이다. 지역보건소에서 모자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임산부를 위해 제공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외에도 보건소는 각종 예방접종 및 검사 등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야간진료를 하기도 하다. 하지만 왜 이런 정보는 낯설기만 할까? 보건소에 대한 무관심과 선입견도 한몫하겠지만, 여전히 인접한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소 서비스의 문제들도 있을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건강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지원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는 이처럼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모자보건사업이다. 하지만 보건소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나에게 낯선 것처럼, 실제 그런 지원과 관심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효과는 어떤지에 대한 평가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민우회는 이러한 모자보건사업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검토해 보는 포럼을 진행했다. 모자보건사업의 구체 내용, 담론과 방향의 문제점, 여성건강의 관점에서 보완되거나 변화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여성건강 관점에서의 모자보건사업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모자보건사업에 대해 오랫동안 검토와 평가를 진행해 온 황나미 선생님(한국보건사회 연구원 공공의료팀장)의 발제가 있었다.
모자보건사업은 ‘생애주기별 모자보건서비스 제공을 통한 인구자질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구임산부와 영유아 건강진단,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산모/신생아도우미사업, 불임부부지원 등의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임산부를 위한 소변검사나 혈액검사 등 기본 검사는 물론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풍진검사, 기형아검사, 임신성당뇨검사, 초음파검사 등도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한다.
발제자는 이러한 모자보건사업이 임산부 및 영유아를 위한 ‘의료봉사’라는 협의의 영역으로 국한되어 있어 모성 및 영유아의 건강증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는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는 여성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모자보건사업을 뛰어넘어 여성건강 증진이 국가 수준의 목표로 설정되고 공론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해 주었다. 특히 모자보건사업이 임산부나 정상적인 가정의 모성으로 국한되어 비혼모나 비혼여성의 가임기 건강문제 등 다양한 여성들의 의료접근성 및 형평성이 문제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보건의료체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여 주셨다.
두 번째로 조영미 선생님(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모자보건사업의 담론 및 방향에 대한 검토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조영미 선생님은 한국의 모자보건 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모자보건사업에서 모성 건강은 인구 억제, 출산력 향상, 인구의 질적 상승을 위해 시대에 따라 관리되거나 통제되는 대상이어서 여성들이 원하는 수준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점, 가임기 여성의 임산과 출산 이전 시기, 이후 시기의 여성건강의 문제를 공적 보건 서비스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주셨다.
모자보건 정책에서 여성건강을 어느 범위까지 확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에서는, 일단 여성건강의 개념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사회, 심리적 건강으로 개념화할 것과 의료계에서 기존의 의료 틀 내에서 여성건강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건강의 개념을 정책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모자보건의 사업 내용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제안하셨는데, 원치 않는 임신 예방사업의 활성화, 모성건강과 관련된 포괄적인 예방서비스, 임신 전, 임신기, 임신기 후의 모든 건강 문제에 관한 관심, 소수자 여성에게 문화인지적인 모자보건서비스의 제공 등을 예로 들었다.
두 분의 발제에 대한 토론은 정진주 선생님(미래사회와 건강연구소)과 배은경 선생님(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이 진행해 주셨는데, 정진주 선생님은 모자보건사업에서 국가의 인구조절기제로 여성의 몸이 대상화되어 왔던 현실을 지적하시면서, 비혼모 등 제도권 밖의 여성들에 대한 서비스, 낙태를 한 여성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기 위한 노력, 제왕절개 분만율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등이 모자보건사업에 포함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모자보건사업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안만 다루고 국가보건정책 및 사업에서 여성건강 향상을 위한 별도의 정책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말씀해 주셨다.
배은경 선생님은 모자보건사업과 관련하여 인구정책, 어머니
(모성) 담론, 여성주의적 담론 등 세가지 담론이 공존하고 있음을 지적하시면서, 우리는 어머니 담론과 여성주의적 담론 사이에서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개입이 시급한데 출산지원 정책으로 실시되고 있는 불임부부 지원사업의 실효성 없음에 대해 지적해 주었다.
임산부 뿐 아니라 그 외의 가임기 여성의 건강 증진 사업과 여성의 재생산권의 문제도 모자보건사업에서 다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자보건법의 개정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하셨다.
이후의 종합 토론시간에도 보건소 모자보건사업의 내용과 평가, 모자보건사업의 영역, 여성건강정책의 방향, 모자보건법의 내용 등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모자보건사업의 담론과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 모자보건법의 개정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참가자들 모두 공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막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지원의 수혜를 받는 대상은 ‘정상 가족 내의 가임 여성’으로 한정되어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필요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비판과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에 관해 민우회가 어떤 활동을 벌여나갈지 모두 지켜봐 주시라. 물론 거침없는 조언과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임^^ <여성건강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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