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식 후기] 이곳에 과연 건물이 세워질까요?
안녕 안녕. 저는 민우회에서 일한지 6개월이 조금 넘은 새내기 상근자예요(민우활동에 약간보다 조금은 많은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제가 누군지 아실 수 있어요). 회원활동 기간이 상근활동 기간보다 길다고 아무도 절 '신입'으로 안 봐주지만, 저 신입 맞습니닷!
이제 7개월 차에 접어든 이 새내기 상근자는 지난 토요일 어디에 다녀왔을까요? 제목에 다 있다구요? 흠흠; 아무튼 지금부터 그 얘길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내년 여름이나 가을, 일이 생각대로 진행만 된다면, 민우회 본부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답니다. 장소는 서울 망원동 어드메(뇨?). 성미산 자락, 성미산 학교에 인접한 아담한 주택가예요. 녹색교통, 함께하는 시민행동, 환경정의, 그리고 우리 한국여성민우회 네 단체가 뜻과 돈을 모아 새 건물을 짓는답니다. 몇 주 전에 낡은 건물의 철거가 끝났구요, 이제 땅 파고 건물 올릴 준비를 한대요.
등을 보이고 서신 분이 민우회의 권미혁 대표님이십니다. 저 앞으로 보이는 땅이 우리 공간의 전부예요. 대표님이 서 계신 곳이 부지의 중간쯤 되니, 크기가 짐작되시지요? 생각보다는 작은 부지랍니다. 처음에 땅을 보고는 네 단체가 이 작은 곳에 어떻게 옹기종기 모여 살까 걱정도 되었어요. 하지만 지금 이곳은 재개발로 인해 머잖아 헐릴 테고, 우리 능력으로는 서울시내에 지금만한 공간을 확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니 이 작은 공간이나마 소중히 여겨야겠지요?
계속 등장하시는 권 대표님이십니다. 네 개 단체 대표님 중 유일하게 참석하신 분이라 제주(맞나요?)를 맡으셔서 절을 얼마나 하셨는지 몰라요(열까지 세다 말았어요!) 덕분에 민우회의 정똥글 처장님은 대표님께 "죄송해요 선생님! ^^;"을 스무 번쯤 외쳤다고 합니다.
축문을 읽고 계신 모모 단체의 모모 처장님(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글을 쓴 사람에겐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 못 하는 치명적 결함이 있어요! 아무튼 민우회 처장님은 아니세요). 자세히 보시면 종이로 만든 돼지머리도 보입니다. 요즘은 고사 상에 돼지머리를 통째 갖다놓지 않고 저렇게 웃는 종이돼지를 쓴다고 하네요. 죽은 것도 억울할 텐데 억지로 웃는 입 만들어서 삶겨야 했던 돼지들에게는 조금은 좋은 일일까요? ^^;;;
사회를 보신 모모 단체의 모모 처장님(?).
드디어 네 개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두 나와, 무탈하게 공사 마치도록 해주십사, 귀신(무슨 귀신인지는 몰라요!)께 빌며 절하는 시간이에요.
꼭대기 층부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가분들이에요.
그 아래 녹색교통 분들.
짜잔.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들입니다. 역시나 가장 많은 수의 활동가들이 참석했군요. 돼지 머리고기를 맛보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제일 많이 왔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흠흠;
그리고 가장 많은 상근활동가들이 계시는 환경정의.
건설을 맡아 주신 자담건설 관계자분들과 성미산 지역 주민분들도 추운 날씨를 아랑곳 않고 자리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절하고(귀신을 보내는 거래요. 추운 날 기껏 불러놓고 너무 빨리 보내는 거 아닌가요?), 축문을 태우고(이건 축문 읽고 나서 바로 태웠어야 한다는 설이...) 이날의 행사를 마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모두들 머리고기와 떡, 탁주를 나눠 잡수셨습니다. 아래 사진은, 백만 번 절하느라 고생하신 대표님 코트를 입혀드리는 장면이에요, 흐흐.
착공식을 마쳤으니 오늘쯤 그곳은 땅이 파이고 있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아직, 그곳에 정말 건물이 세워질까 하는 의심이 들어요. 일단 일은 진행되고 있고 건물은 세워진다는데, 우리가 가진 자금으로는 지금 사는 이 건물이 헐릴 때까지 재개발 반대 결사투쟁을 해야 할 것 같거든요. 많은 분들이 기금도 내 주시고 일일호프 티켓도 사주시지만, 아직 필요한 자금의 1/4밖에 안 모였대요. 휴...
그간 민우회에는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이사는 그 중에서도 상당히 윗자리를 차지하는 사건일 거예요. 그렇지만 그 역사적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감격, 드디어 우리 공간이 생긴다는 기쁨은 곧잘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빛이 바래버립니다.
'여성'과 관련된 모든 이슈의 문의전화를 받는 민우회. 늙어가는 우리 아버지도 그 이름을 아시는 민우회. 여성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그 이름만큼은 유명한 민우회. 그렇지만 재정능력은 그 이름에 한참 못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여직원의 결혼퇴직제를 없앤 그 힘을, 호주제를 철폐시킨 그 힘을, 이제 민우회를 보다 튼튼히 하는 데 보태주세요. 다음 주 수요일 종로5가에서 하는 일일호프에도 많이 와 주시고요('온라인으로 티켓 찜하기' 클릭). 내년 여름엔 부디 "덕분에 이사 잘 했습니다!" 하는 후기를 올릴 수 있게요. 아셨지요? 그럼 다음번엔 건물 올라가는 소식 가지고 올게요. 안녕!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