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성폭력, 여성 선수에 대한 일상적, 구조적 차별이다. 위계적 문화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최근 한 시사 프로그램이 스포츠계 성폭력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미 2007년 6월, 박명수 감독의 소속 선수 성추행 및 박찬숙 선수의 감독 채용 탈락에 대한 성차별 진정 사건 대응활동을 하면서 스포츠계에 만연한 여성선수에 대한 성폭력과 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제기 한 바 있다.
2007년 6월, 박찬숙 선수는 모 은행 여자농구단 감독 선임에서 탈락하였다. 해당 은행장은 탈락의 사유에 관해서 “수십억씩 들여서 팀을 운영하는데 도덕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기보다는 승부의 결과가 중요하다. 성적을 잘 낼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남자 감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여실히 드러나는 이 답변에서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서 통하는 강력한 지도력은 극단적인 남성성의 발현인 것처럼 보인다. 상시적인 폭행과 성폭력을 통해 달성한 높은 성적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 토론회 내용보기(클릭) : 스포츠하는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 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
한국여성민우회와 문화연대가 주최한 토론회 ‘스포츠 하는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 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에서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실태를 드러내고 이를 공론화하였고 스포츠계의 일상적이고 구조적인 폭력과 차별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감독의 잔심부름, 빨래부터 구타,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선수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의 실상이 드러났다.
또한 성폭력 감독에 대한 소속 회사와 연맹 차원의 철저한 징계, 팀 운영의 민주화, 선진화를 요구하고 성차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예방에서부터 발생시 이에 대한 조사, 제재, 징계 등을 맡을 전담기구의 필요성, 모든 팀 지도자들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의 실시, 문화관광부의 정기적인 실태관리와 감독,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판단과 활동을 촉구하는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 기자회견 내용보기(클릭) :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과 요구
▶ 관련 성명보기(클릭): 전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감독 박명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한다
또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의 사건이 올바로 해결되는 것은 이와 유사한 많은 사례에 줄 수 있는 영향을 감안해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이에, 민우회 등은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박명수 감독의 집행유예판결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여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을 하였다. 우리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우리나라 구기 종목의 남성지도자 편중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농구와 배구에서 남성 감독과 코치의 비율은 95.5%이다. 전체 22명의 지도자중 여성은 1명뿐이다. 구기 종목 전체 44명의 지도자 중 여성 지도자는 10명이다. (대한체육회, 2007년 5월). 이러한 수치가 방증하듯,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시정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여성 지도자들의 수는 늘어나지 않았고 스포츠계의 성폭력, 성차별 실태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각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 다시금, 우리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폭력과 차별에 노출된 여성 선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는 현재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일시적 정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감독, 코치와 선수 간 위계적, 폭력적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폭력과 위협에서 성적을 내는 구시대적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뿐더러 구단 스스로 운영능력의 미숙을 입증하는 것이 될 것이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위계적, 폭력적 문화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문화로 바뀌어야 하고 연맹은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각 기관에서 쏟아놓고 있는 대책 마련의 의지가 현재의 분위기를 반영한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스포츠계 폭력과 차별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련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2007.6.우리은행본점앞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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