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답사, 잘 다녀왔어요~
[4월민우데이-운하예정지 문화유산답사 후기]
강 주변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늘은 운하가 생기면 없어질 문화재들을 보러가는 답사 날. 그런데 비가 주룩주룩. 일어나자마자 쪼르륵 달려가 창문을 열어봤더니, 날씨가 이 모양이었다. 어쩌면 좋지? 비가 계속 오면 다니기도 번거롭고, 그야말로 엉망이 될 텐데... 비야 어여어여 그쳐라. 속상한 마음과 이런저런 걱정 속에서 준비를 마치는 동안, 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민우회 행사 땐 비가 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다시 증명되는 순간... 을 흐뭇하게 즐기며 출발 장소인 광화문에 도착~
버스도 이미 와 있고,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도착한 부지런한 회원분들도 계시다. 약속시간인 8시 40분이 되자 속속 모습을 드러내시는 회원분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이 흐린 하늘을 무색하게 하는 아침의 시간들. 마지막 지각생의 미안한 마음을 가득 태우고 버스가 출발한다. 운하를 막기 위해 토요일마다 문화답사를 진행하고 계신 황평우쌤은 모든 것에 초탈하신 듯. 이 시간 출발이면 아주 양호한 거에요. 라는 말씀이 이어지고.
버스 안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닮은 동물이나 사물,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장래희망 등 쉬운 듯 어려운 듯 다양한 질문들이 주어졌고, 모두들 재치와 깊이가 담긴 답변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황평우 선생님께서 구수한 입담으로 운하가 생기면 사라지게 될 문화유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신다.
신륵사에 도착, 비는 그쳤는데 흐린 하늘과 바람 탓에 조금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 덕분에 옆에 있는 사람들의 온기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 신륵사는 강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절이었다. 신륵사 앞의 강을 바라보며 절이 가지고 있던 많은 역할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외부의 적이 있을 때는 승병으로, 평상시에는 절 주변의 넓은 땅을 개간하는 농사꾼이기도 했던 스님들. 절은 배로 실어오는 물건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강이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던 옛날에는 당연히 나루터 주변에 주막과 여관들이 번창했을 터.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들이 강 주변에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물론 신륵사 같은 절도 중요한 문화유적 중 하나일 것이다. 운하가 생기면 이런 문화유적들은 모두 수몰되고 말 것임은 자명한 사실. 문득 충주댐이 생기면서 수몰된 수많은 문화재가 생각났다.
신륵사 경내는 오래된 옛 건물들의 전시장이었다. 조금씩 다른 지붕과 기둥을 구분하는 건축양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보는 건물들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건물들 끝에 붙는 글자를 보면 그 건물의 격을 알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이번 답사동안 이것만은 꼭 알고가라고 당부하셨던 바로 그것. 전-당-합-각-재-헌-루-정. 궁궐의 왕이 사용하던 근정전은 최고, 경치 좋은 곳에 있었던 정자들은 격이 낮은 건물이라는 의미. 하긴 그런 격이 다 무슨 소용이람. 우리에겐 들어가지도 못하는 근정전보다는 시원한 그늘과 경치를 제공하는 정자가 최고인 걸~
신륵사 앞에서 두부전골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에 돌입. 창리 석탑을 보면서 탑의 아름다움은 '비례미‘로부터 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내가 선 위치에 따라 다른 절경을 보여주는 영월루에서는 단체사진도 한 장 찰칵! 그리고 여주대교 아래로 내려가 운하가 건설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는 암사동선사주거지. 한국의 고고학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국사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뗀석기, 빗살무늬 토기를 보면서 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둘러보았다. 석기시대의 유적들은 대부분 강을 따라 발견된다. 그 이유는? 국사시간의 기억을 떠올려 보시라. 강 주변에는 암사동 선사유적지 같은 곳들이 수두룩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도 다분한 것이다. 운하가 생긴다면, 이러한 유물들도 모두 물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강을 따라 이어져 내려온 자연과 문화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거기에 온갖 질문들로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셨던 황평우 쌤의 재미난 설명들이 곁들여져 답사여행은 깊이를 더했다.
한반도가 작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가 느끼고 보지 못했던 많은 아름다운 곳들이 숨어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자연과 삶과 역사의 조화를 하루아침에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운하다. 그런데 왜 이런 운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궁금한 분들은 함께가는여성 지난호를 참고하시라)
지금 운하백지화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는데 얼른 가서 하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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