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폭력-성폭력사건의 해결촉구를 위한 공동기자회견
지난 4월 30일,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집단성폭력사건이 언론에 발표되면서
우리사회는 또 한번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20여일이 지난 지금,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이라는 선정적인 기사만이 남아있을 뿐
이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에 대한 접근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가 학교 성교육, 상담지원팀 개설, 경찰청과 교육청 간담회 등 사건 해결을 위해 활동 중이지만
교육청과 경찰청은 사건을 직시하기 보다는 형식적인 대응으로 축소/은폐하기에만 급급할 뿐입니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노출된 것은 4월 21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섞인
12명의 가해학생이 강제추행 한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이미 학교에서는 2007년 11월 가해학생들의 출신 초등학교에서
상급생이 하급생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보고 따라하는 등의
집단 성폭력 사건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학교는 무엇을 했을까요?
가해학생에게 위인전을 읽히고 형식적인 방송 성교육을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대처만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폭력을 성으로 포장하는 성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미디어 환경과 학교폭력이라는 권력이 맞물리면서 발생하였지만, 이를 방치하고 축소/은폐하려던 학교와 시교육청이 사건을 키워온 것입니다.
이에 우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학교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오늘 아침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비가 왔습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에 쓴 우리의 주장입니다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필요하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14세 미만으로 현재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성폭력은 엄연한 범법행위이다. 처벌받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건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사법기관에서는 ‘더 이상 피해학생의 증언이 없는 관계로 수사가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처음 피해를 진술했던 학생마저 진술을 번복하거나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피해사실을 부인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 진술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 있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사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수사하는 관행을 탈피하여 다각도에서 접근하는 수사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성인지적 관점을 가진 전문가가 상담과 성교육을 해야 한다.
지난 5월 3일 대구여성회와, 대구여성의전화를 중심으로 해당학교 성교육을 실시하고 이후 치유를 목적으로 한 상담과 교육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에 의해 반려되고, 교육청 소속 상담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을 하도록 조치되었다. 그 동안 학생들이 방치되었던 것에 비한다면 상담과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다행이지만, 힌편으로 성인지적 관점없이 접근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
현재 상담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공동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학급의 학생들과 잘 어울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성인지적 관점을 가진 성폭력 전문가에 의한 상담과 교육으로, 자신의 피해․가해 행위에 대해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래문화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그 다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당국은 성인지적 관점을 가진 성폭력 전문가를 상담과 성교육에 배치해야 한다.
정부는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회교육위원회에 2008년 5월~7월까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또한 통합민주당,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 와의 간담회를 통해 사건 해결과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대해 논의 한 바 있다. 우리는 국회의원과 정부의 방문이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마련과 실현을 위한 초석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전국실태조사의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국회의원들의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초기 사건 대응을 하지 않고 축소/은폐한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미 2007년 11월 학교 안에서 상급생에 의한 폭력과 강요로 인해 음란물 모방과 성폭력이 횡행하다는 것을 파악한 학교가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묵인한 것과 같다. 또 교육청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결국 묵인하는 해당학교와 공모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성폭력사건을 방치하여 더 큰 피해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방기하고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더 많은 피해를 낳은 것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책임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할 것이 아니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인정하고 원인에 대해 분석하여 성폭력을 조장하는 문화를 변화시키는 다각적이 노력이 필요하다. 미디어 정책, 방과 후 교실 정책, 학교폭력예방정책 등 다각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성문화에 대한 성찰과 성폭력을 양산하는 한국 사회의 성인식을 다시 되돌아보아야 하며 전 사회와 전 시민이 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2008 . 5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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