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민우작은포럼 후기
1차 민 우 작 은 포 럼
* <민우작은포럼>은, 여성주의적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다양한 이슈와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토론과 소통의 장을 만드는 작은 포럼입니다. 원래는 상근활동가들이 여성운동을 더욱 잘 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와 토론을 하던 <상근활동가포럼>이었는데, 안팎의 더 많은 분들과 열린 소통을 해나가려는 마음으로 새로운 기획, 새로운 이름 <민우작은포럼>을 열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작지만 풍성한 논의의 장, 간소하지만 뜨거운 토론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함께해요! ^.^ *
'광우병 시국'으로 한창 바쁜 요즘, 그 와중에도 민우회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답니다. 첫 번째 민우작은포럼,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볼까요? (후기가 마이 늦었습니다. 아하하 ^^;)
첫 번째 순서 : 초교 남성교사 할당제, 과연 문제인가?
- 발제(박봉정숙 사무처장)와 토론
들어보셨겠지만, 초교 남성교사 할당제란 초등학교에서 여성 교사의 비율이 80%가 넘는 등 초등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1) 남학생들의 역할모델이 없어서 남아가 남성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즉, 남녀의 성역할을 배우기 어렵다.
2) 남교사들이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있는데 남교사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면 체험학습, 교외활동, 체육활동. 교내폭력, 안전사고 예방 등.
3) 교사는 여성의 직업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라는 문제점을 가진다는 이유로 주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으로 제시된 ‘할당제’라는 것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누적된 차별로 인해 경쟁의 시작부터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위치를 시정하여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와 같은 맥락 속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로 ‘96년부터 시행되었으며 이 제도는 2003년부터 공직에서 어느 한 성이 7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전환하여 시행되고 있습니다.)
일단,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을 먼저 살펴보면,
1. 할당제란 누적된 차별을 수정하기 위한 적극적조치의 일환이다. 그런데, 남성의 초등교사진입부족은 사회적인 차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직업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낮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남성이 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장벽이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성차별적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취업기회가 상당히 제한되고 여성이 해고될 위험이 적은 직장이기 때문에 몰리는 현상. 남성들에게 교직은 다른 의미이다.
2. 중등, 특히 고등과 대학의 경우 여성교사의 비율은 현저히 낮고, 교감과 교장의 비율 또한 매우 낮다. 여성이 교사의 전반을 차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위직의 다수가 남성이라는 것은 오히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교육과정 전반의 성불균형 현상을 수정해야 한다.
3. 성역할이 따로 있지 않다. 교사의 자질이 필요할 뿐. 다수의 여교사로 인한 남학생의 여성화 등은 입증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며 비합리적인 성별 편견에 기반하고 있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사 성별이 학생에게 미치는 실증적인 자료가 없다’며 남교사 할당제를 반려하였습니다.)
4. 교대입학 시 이미 25~40%에 달하는 입학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현재, 교원할당제까지 실시하는 것은 이중적 혜택이다.
5. 여성이 소수인 공대나 의대 등에 여성입학할당은 없으며, 해양대나 육사에서는 오히려 입학 상한제가 시행되어 소수만 제한적으로 뽑고 있어 여학생의 성적이 남성보다 우수하더라도 들어가지 못한다. 교대의 경우 남학생입학할당이 있어 여학생들의 커트라인이 훨씬 높다.
결국, 초등교사직에 남성의 비율이 적은 것은 진입장벽이나 차별 때문이 아니라, 남성들이 초등 교사직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교대에서 남학생입학할당제를 실시하여 남학생들이 더 낮은 성적으로도 교대에 들어갈 수 있는 혜택주고 있데잖습니까? -,.-) 그러한 선택이 많은 것은 아마도 초등학생, 즉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르치는’ 영역보다는 ‘돌보는’ 영역에 더 가까이 있고 ‘애들을 (돌)보는’ 일은 ‘여성의 일’이라는 편견에 기반했기 때문이겠죠. 중, 고등학교로 갈수록 남교사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더욱 ‘돌봄’ 영역으로 가깝게 판단되는 유치원에서는 남교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봐도 알 수 있지요. 자, 그럼, 논의가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1. 남성이 초등교사직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의해 차별받거나 억압받고 있는가? 즉, 위의 편견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나?
2. 의사, 상급직, 전문직, 남성 집중 직종 등에서 여성의 비율이 적은 것과 몇몇 직종에서 남성의 비율이 적은 것이 같은 의미인가?
즉, 텔레마케터, 유치원교사, 간호사, 초교교사 등의 직종에 남성이 진출이 적은 것도 차별의 결과일까? 그리고 그것을 차별이라고 봐야 하며, 제도로 개입해야 하는 차별일까?
3. 한 직종에서 한 성이 70%를 넘는 것은 정말 문제인가? 왜 문제인가?
4. 진입장벽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소되어야 하는가? 여성채용목표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문제는 없는가? 채용목표제는 과연 적절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인가? 할당제는 어떻게 도입되어야 하나?
이런 질문들을 가지고 흥미진진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직종에서 한 성이 70%를 넘는 것은 ‘왠지’ 문제인 것 같다는 의견, 다양한 특성들이 골고루 섞여 있는 것이 어쨌든 좋지 않냐는 의견, 당위적으로는 성별이 섞여 있는 것이 더 나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당위적으로 좋은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한 쪽에 불균등한 혜택을 주는 직접적인 제도적 장치가 개입하는 것은 별개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들이 오가는 와중에,
‘성별로 나뉜 집단이 결코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우리를 봐라, 다 여자지만 다들 얼마나 특이하냐) 왜 꼭 ‘성별’을 기준으로 한 집단의 다양성을 판단하나‘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그럼 한 직종에 30대가 70%를 넘는 것도 문제인가? 혈액형 A형이 70%를 넘는 것은? 까칠한 사람이 70%를 넘는 것은? 이렇게 굳은 머리를 환기하는 질문들도 오갔습니다.
발제자는 2번 질문과 관련하여 텔레마케터를 모집하는 기업에서 한 남성 지원자의 지원서를 반려하면서 ‘좀 있으면 정규직 뽑으니 그때 오라’ 고 했다는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런 경우, 개인으로서는 차별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를 어떤 집단(남성집단)에 대한 텔레마케터 직종의 차별로 보고 제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텔레마케터 등 여성이 다수인 직종은 업무에 대한 낮은 평가와 함께 이를 통해 열악한 채용 조건과 낮은 급여를 지속시키는 전략이 취해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저런 논의를 간단히 종합적으로 마무리 하자면 이렇습니다.
한 직종에 한 쪽 성의 비율이 낮은 것이 차별에 의한 것인지 다른 이유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한 성의 비율이 낮다고 해서 그 이유가 모두 차별이나 진입장벽으로 인한 것일 수 없으며 해결 방안도 다르게 제시 되어야 한다.
채용목표제라는 방식의 적극적 조치가 여성의 사회진출이 극도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 사회적·문화적 진입장벽을 트는 기촉제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경쟁의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이러한 직접적인 방식의 제도적 조치는 극심한 차별의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적절한 측면이 있다.
초등 남교사의 경우, 채용 비율이 낮은 것이 차별이나 진입장벽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남성들의 기피로 지원자가 적은 것이므로 할당제라는 적극적 조치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초등남교사 문제는 학교 업무에서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넘어 교사로서 필요한 자질을 균형있게 키우고 또 맡기는 것과 돌봄이 남녀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 전환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그나저나 이 문제를 알면 알수록, 할당제를 주장하는 교육계의 관료분들의 성별고정관념과 편견이 이 문제를 양산하는 가장 큰 공신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두 번째 순서 : 당연지정제 폐지 논의 이후
- 발제(김인숙 공동대표)와 토론
두 번째 주제는 이명박 정부가 수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 선진화’를 내걸고 추진해 오고 있는 의료 민영화에 대해 당연지정제를 중심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논쟁이 될 내용이 별로 없는 터라 발제 자료를 열심히 보고 질의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먼저, 당연지정제란 병,의원,약국,보건소 등 요양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건강보험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민영보험회사와 병원의 직접 계약을 금지하며 병원은 국민건강보험회사와만 계약, 의료수가제도를 통해 가격을 통제함으로서 의료의 공공성확보하는 제도입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 의료의 양극화 : 삼성, 아산 등 대기업 자본의 자본 투입능력이 있는 병원들이 고급의료서비스를 제공-돈 안되는 환자 배제, 수익이 큰 환자만 골라 받음, 비급여중심의 의료행위 성행, 민간보험과 개별계약을 통해 민간보험가입자만 진료
* 국민건강보험제정의 파탄 : 고급서비스 구매 가능 환자는 국민건강보험을 떠나 민간의료보험을 선택하려 할 것이므로 많은 보험료를 내는 고소득층이 이탈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기(고소득층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급병원 이용-건강보험료에 대한 반발 강화-제도이탈 요구-공적 건강보험 기반 위험)
등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요.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은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허용, 민간의료보험활성화 등으로 꾸준히 추진되고 있으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의료 공공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추진되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여러 우려에 대해 ‘건강보험민영화는 안한다’는 말로 무마시키려는 이 정부, 말로는 안한다고 하면서 뒤에선 자꾸 일을 벌이니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어떤 정책을 추진 할 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럼, 다음 민우작은포럼에서는 더 흥미진진한 토론,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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