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 포럼] 두번째 반차별 상상 더하기 후기!
2008년 8월 두번째 반차별 상상더하기
일시; 2008년 8월 26일 저녁 6시
장소; 여성능력개발원
안녕하세요, 귀염둥이 폴입니다.
'피해/차별'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반차별 상상더하기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같이 가자’라는 꼬깜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냉큼 그러고마,라고 대답한 건 꼬깜의 살가운 청 때문이라기보다는 순전히 이번 포럼 홍보 웹자보 때문이었죠. 웹자보 안의 포럼 주제에 관한 여러 단체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웹자보 안에 동영상을 넣을 수 있다는 기술력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D)
6시 정각에 꼭 시작한다기에 늦지 않으려 했지만 일하다보니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부랴부랴 포럼 장소에 갔더니 많은 분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계셨습니다. 앞에 듣지 못했던 부분은 녹취록을 참고하였습니다. (타닥타닥 포럼 내내 노트북으로 정리해주신 분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먼저, ‘피해/차별’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를 주제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 키라가 설명을 해주셨어요. 피해나 차별과 같은 드러내기가 사회적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드러내기를 했을 때 ‘피해/차별’이 사회 규범에 의해 해석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운동해야 할 것인가, ‘피해/차별’의 드러내기가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의해 왜곡되지 않게 해야 한다, 는 이야기로 시작하였습니다.
‘피해/차별’에 대해서 “인권 침해, 라고 하는 것이 의미를 가질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서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고, 운동의 결과가 고정관념을 강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박석진님)”는 의견도 나왔고요.
아무리 ‘피해/차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하더라도 듣는 이의 입장이나 경험 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상황들이 많이 있죠.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받는 피해들을 이야기하면 피해의식이 너무 심한 게 아니냐, 라고 되묻기도 하고요, 피해가 있으니 피해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비아냥 혹은 냉대하는 반응도 있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도 더욱 구체적인 사례들을 하나하나 들어 자세하게 설명하라는 식의 반응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무엇보다 ‘피해/차별’을 그대로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불신과 왜곡은 또한 ‘피해를 입었거나 차별을 받은 당사자’들의 모습을 직접 드러내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렁이의 캔디님은 ‘피해/차별’ 드러내기의 당사자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캔디님은 지렁이가 “아무래도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 단체이다 보니, 사람들은 성소수자단체의 당사자성에 대해 좀 더 주목했고 피해 당사자가 아닌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꼭 당사자가 말하는 것만 사람들이 피해나 차별로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해 주로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도 활동에 있어서 당사자성에 대해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결론을 내리기에는 참 어려운 문제이죠.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큰 문제 틀 속에서도 ‘당사자성’의 문제는 특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을 하더라도 당사자가 아닌 경우,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고민이죠. 당사자 아닌 자의 증언이 당사자의 증언에 비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러한 한계 상황을 인정하고,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야 하겠지요!) 사회적으로 어떤 증언이 먹히는가, 어떻게 증언해야 먹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의 지성님은 장애인에 대해서 “불쌍한 피해자, 시혜와 동정의 시각으로 그리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공감에서는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죠. 이러한 맥락에서 연극, 퍼포먼스 등 문화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이셨고요. 즉, 문화운동을 지향하는 것은 피해자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향되는 운동이라는 것.
이주노동자 또한 “동정의 시각, 도와줘야 되는 사람, 베풀어야 되는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았는가, 피해/차별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볼 때 도와줘야 되는 존재보다는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외노협 신성은님)” 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지배적인 현실 속에서 문화제, 연극, 퍼포먼스 등과 같은 문화적인 접근이 일정 정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데에 저 역시 매우 동감하며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장애여성공감의 조미경님은 “‘사소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에 있어 인권침해라고 이해시키기 어렵다. 불편한 지점은, 우리는 누구보다 더 차별을 받고 억압을 받는다고 비교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하셨죠. 장애남성보다 장애여성이 더 (차별을 받는다는 식의 비교) 하다라고 얘기하면,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나한테 '장애여성이 가장 소외받는 계층이네요'라고 말하며 불쌍한 눈초리를 보냈을 때 순간 막막했다고 이야기를 이어가셨죠. 즉, “피해자로 규정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고, 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참 어렵구나 라는 생각과 차별은 상대적인 것이다, 장애여성이 모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는 위치에 따라서 권력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즉, ‘피해/차별’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언어화의 어려움을 지적해주셨죠.
이 정도로 1부가 끝이 났고 각 단체별로 어떻게 들리게 해왔는지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같은 경우는 “우리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그래서 연극을 했고 거리공연, 정기공연,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활동을 펼쳤다. 장애 여성의 이야기를 외부의 시각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왜곡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고 이야기하셨죠. 실제로 <거북이 시스터즈>를 봤을 때 글로 보거나 했을 때보다 장애여성들의 자립에 대한 것들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난 달빛시위 때 짧은 연극도 인상적으로 보았고요. :)
언니네트워크의 깡뚜껑님 2년 연속으로 비혼 여성축제를 했던 것을 사례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포지티브하게 드러내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차별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이 많이 들었다는 박석진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운동의 전략들을 논하면서 새로운 고민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차별이라는 그 기준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주로 무엇을 타깃으로 삼을지 고민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후 상상더하기에서 이런 전략들을 많이 이야기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답니다.
2부 정리와 소감이 다소 간략하게 정리된 것 같죠?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서인지 정말 지속적으로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거리들이 많았는데, 글쓰기에 있어서 뒷심이 부족한 폴이었습니다. 흑 :)
구체적인 방안을 모으는 포럼은 아니어서 끝나고 나서는 왠지 약간 어지러웠지만 돌아와서 생각하고 곱씹을수록 운동의 전략이라든지 방법론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번 포럼도 꼭 참석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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