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지난주 수요일인 10월 1일 오전, 국회도서관 지하 회의실은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회의원과 가족관계등록법 대응 연대모임(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공동주최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때문이었죠.
가족관계등록법 대응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올해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많이 지적되어왔던 법률의 문제점에 공감한 단체들이 이 법에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만든 기구랍니다.
공청회 시작 직전 사진이에요. 의자 좋군요, 흠흠; 회의실 자체조명보다 더 밝은 건 이날 국회TV가 공청회를 생중계하러 왔기 때문이랍니다. 어찌나 눈부시던지요.
발제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여효!)
이쯤에서 연대모임이 준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잠시 살펴보실까요?
(1) 개인정보보호 의무조항 및 벌칙조항 신설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원칙을 천명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개인을 막론하고 증명서 제출요구 시 그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최소한도록 필요한 증명서를 받을 것을 명시했습니다. 이 법에서 신분에 관한 중요한 내용들이 다루어지는 만큼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예요.
(2) 등록기준지 및 본 삭제
호적상 본적개념이 아직 남아있는 등록기준지와, 동성동본금혼제도도 폐지된 마당에 증명서에 왜 들어가야 하는지 아무도 납득하지 못한 ‘본’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3)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최소화
입양된 자녀의 경우에는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양부모님이 ‘양부, 양모’로 표시되는 거 아세요? 입양관계증명서를 떼어볼 필요도 없이 가족관계증명서만으로 입양사실을 알 수 있는 거죠. 그뿐 아니라 현행 기본증명서에는 친권이나 성명, 성별, 국적변경 사항이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표기되고 있답니다. 혼인관계증명서 등도 신분변동사항에 대해서 별도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이게 전부 증명서에 표시되면서, 증명서 사용과정에서 굳이 필요치 않은 정보들까지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대모임은 증명서를 나누어, 현재의 상황을 중심으로 한 일부증명서와, 과거의 이력이나 변동사항까지 포함한 전부증명서로 이원화하고자 했습니다.
(4)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교부 신청권자의 엄격 제한
언론 등에서 들어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발급이 엄격하다고 생각하셨겠지만, ‘혼인당사자’라는 함정이 있는 거 아셨나요?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당사자’라고 우기면 잘 모르는 사람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도 떼어볼 수 있다는 얘기죠. 이런 부당함도 고쳐져야겠죠?
(5) 그밖에
가족관계등록법에서는 해결할 수 없지만 신분증명과 관련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 역시 지적하였습니다. 이를테면,
- 계부모자녀관계의 가족관계보호: 민법상 친양자요건의 완화
- 당사자의 동일성 파악할 수 있도록 외국인 배우자 기재
- 제3자가 증명서 발급 시에 본인통보
등이었죠.
여기에 대한 토론도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중앙대 법대 교수로 계시는 김상용 선생님께서 연대모임 안에 대체로 동의해 주시는 토론을 해주셨습니다. 독일의 예를 들어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씀도 해주셨지요.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오신 이창우 사무관님은, 입법취지에는 대체로 찬성하지만 아무래도 주관부서에서 일하시는 분이다 보니 실무적인 부분을 걱정하셨고, 일부증명과 전부증명을 나누는 데는 찬성하지만 이는 대법원 예규에서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등록기준지와 본을 삭제하는 것에는 반대입장을 표명하셨습니다. 등록기준지는 편의상 본적을 갖다 쓰기는 하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 본의 삭제를 위해서는 민법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세 번째로 토론해 주신 분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상임활동가로 계시는 최은아 선생님이셨습니다.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토론을 해주셨는데요, 연대모임의 개정안은 비교적 ‘OECD 개인정보보호원칙’의 주요 내용이 담겼다고 판단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개정안에 걸맞도록 법률목적과 이름을 바꿀 것을 제안하셨지요.
마지막으로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이신 유경희 선생님(사심 있는 사진 크기;) 역시 개정안에 대체로 동의해 주셨고, 최은아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법명개정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성애/혈연/혼인중심의 가족주의에서 벗어나는 것,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을 인정하는 것, 가족이 아닌 개인이 중심이 되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쳐 주셨지요.
이날 모여 말씀해 주신 분들 덕분에 개정안은 한 차례 더 손을 보았고,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여 조만간 발의될 예정입니다(이정희 의원 대표발의). 어떤 내용인지는 다음에 또 얘기해드릴게요. 찡긋. 의견과 제안, 언제든 환영합니다. 참참, 아직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위한 진정인단도 모집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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