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08 몸/성 워크샵!! 그 진했던 시간 구경하기!
2008 몸/성 워크샵은 역시나 뜨겁고 짜릿하고 평화롭고 유쾌하게 흘렀습니다.
열정에 들끓는 기획단들과 놀라운 집중력,표현력,친화력을 겸비한 참가자들이 만들어 낸
2박3일간의 판타스틱 유쾌발랄따끈했던 순간들을 사진으로나마 만끽해보시지요 ^^
#1-1. am11:50 역동명상은 참으로 역동적이기도 하지! _몽골텐트 안
연휴탓인지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혀서 워크샵 장소인 안성 웃는돌 명상센터에 도착이 늦어졌어요!
부랴부랴 첫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요가강사인 이영미 선생님의 진행에 맞춰 둘씩 짝을 지어, 또 무리지어 때론 천천히 때론 빠르게
널찍한 몽골텐트안을 누비며 우리의 몸과 주위 공기를 후끈 달구었죠.
짝과 5M 정도 간격을 유지하며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어요~
#1-2. pm1:00 밥 주세요 ;ㅁ; _첫 점심식사를 기다리며
- 기타 연주로 허기 달램 - 산책하며 허기 달램 - 멍하니 앉아 허기 달램 - 부엌앞에서 허기 달램
- 책 읽기로 허기 달램 - 사진 찍으며 허기 달램 - 사진 찍히며 허기 달램 - 일 거들며 허기 달램
3일간 모두의 식사를 책임져 줄 우렁각시 쉐프의 도착이 늦어짐에 따라 우리의 첫 식사도 지연되었죠.
장시간 버스를 타고 오자마자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바람에 뱃속은 요동칩니다.
다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허기를 달래고 있군요 ㅎㅎ
#1-3. pm1:30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떠냐, 우리의 식탁 _첫 점심식사 현장
훗.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우린 이런 진수성찬으로 3일 내내 사치와 호강을 누렸다 *.*
#1-4. pm2:00 망중한... 그 여유로움 물씬 _식후땡?!
햇살은 참 알맞게 내리쬐더군요. 가을 공기와 빛감은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을 만들어요.
모든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유롭게 빛나는 순간들의 조응.
#1-5. pm3:00 내가 그은 밑줄이 나를 말한다 _음악이 있는 '버자이너 모놀로그 낭독회'
이번 워크샵 참가자들에게는 사전 미션이 주어졌어요.
이브 앤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읽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부분, 나누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그어서
사람들 앞에서 원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낭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지요.
같은 책을 읽었지만 각자 다양한 부분을 낭독하게 되는 걸 발견하는 일은 참 신기했어요.
잔잔히 깔리는 기타와 피아노 소리가 우리의 목소리와 귀를 더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었죠.
서로가 어떤 이들인지, 어떤 마음으로 이 곳에 모였는 지 잠시 공유하는 설레임의 시간이었습니다.
#1-6. pm5:00 내가 감지하는 관계들의 느낌, 내가 이루고 싶은 관계들의 느낌 _몸 조각 하기
다른 사람들의 몸을 재료로 하여, 지금 내가 나의 관계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조각하는 시간.
지금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다양했어요. 소외감, 부담감, 어긋남, 약간의 가식 등등..
그래서 내가 원하는 관계는 어떤 모습일지 새롭게 조각을 다시 구성했지요.
관심과 사랑, 적당한 거리 유지, 제각기 자유로움, 즐거움 등등의 관계를 지향함을 발견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모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표현력이 돋보였던 프로그램!
사진이 멋진 조각들을 충분히 다 담아내지 못하여 아쉬워요 >0<
#1-7. pm8:30 늘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던 나를 만나기. _보지 탐사
이번 워크샵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가정의학과 의사선생님인 약손 선생님의 진행으로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이루어졌습니다 ^^
기본적인 지식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 본격적으로 자가 검진하는 법에 대해
약손이 미리 직접 촬영해서 준비해온 동영상을 보며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탐사 시작! 처음엔 다들 약간 머쓱해하며 벽쪽으로 등을 돌리고 시작했어요.
질경이 잘 들어가지 않자 하나둘씩 약손을 찾으며 도움을 청하기 시작하고,
서로의 자궁경부와 보지의 건강상태가 어떤지를 적극적으로 묻고 살펴보게 되었죠. ㅎㅎ
내 소음순이 만들어내는 모양은 어떤지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을 해서 간직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
난생 처음 클리토리스를 보게 된 사람도 있고, 이 분위기에 압도되어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요.
탐사 이후엔 리아의 진행으로 서로의 자위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자위의 역사나 선호하는 방법 같은 것들은 모인 사람들의 수 이상으로 다양하더라고요.ㅋ
무지무지 긴장되는 한편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후련하면서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2-1. am11:00 놀다보면 보이고, 느껴지고, 알게 된다. _연극놀이
이튿날, 느지막히 아침의 게으름과 여유를 즐기고나서 맞이한 첫 프로그램은 연극놀이 입니다.
여럿이 어울려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해본지가 얼마만인지요.
게다가 우리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동작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몸으로 하루 일과나 각종 직업의 특징, 상대의 동작에서 연상되는 동작으로 장면 구성하기 등등
일상 속에서 우리의 몸은 정말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 반응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젠더의 틀 속에서 정형화된 남성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에 우리가 얼마나 익숙한지도 확인했지요.
이 모든 의미들이 즐거운 놀이 속에서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입니다 ^^
#2-2. pm5:00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_드랙쇼 준비 한창
젠더는 놀이다! 의상과 분장만으로 다른 사람이 되는 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매일 나의 다양한 정체성에 맞는 역할에 충실한 배우로 살고 있는 건 아닐지.
드랙쇼에 관한 영상을 함께 본 후 우리는 서로가 되고픈 그 모습으로 각자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2-3. pm6:30 이 순간의 내 모습이 바로 나야! _열광의 도가니!! 드랙쇼!!!
- 심사위원의 눈물을 자아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 너무도 익숙한 외모와 말투와 행동의 엄마
- 매력 만점의 수염을 가진 카사노바 - 섹시함을 능가하는 요염의 극치, 모델.
- 두 얼굴의 프리다 칼로 - 빗자루 다루기에 서툰 꼬마마녀
- 아사노 타다노부와 영화 속 그의 연인.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 흰 장막 뒤에서 그림자 연기를 선보이며 등장하는 뱀파이어 부인과 시종 멤피스토
- 어메리칸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인디언소녀 - 쇼가 끝난 뒤 모두 둘러 앉아 소감을 나누는 중
드랙쇼는 정말이지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0<
짧은 준비시간과 열악한 환경에서 어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에 꼭 들어맞는 변신을 했는지..
즉석에서 마련된 연기와 워킹에도 너무 능숙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바람에
엉겁결에 심사위원으로 드랙한(?) 우렁각시 쉐프들은 울었다 웃었다 난리도 아니었지요 ㅎㅎ
카사노바와 타다노부의 드랙킹이 너무 리얼한 나머지 다수의 여성주의자들은 이들을 경계하기도 ㅋㅋ
(타다노부로 드랙한 먼지는 왜 남자들이 여성단체를 싫어하는지 알 것 같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ㅋ)
누구의 모습이 되고, 어떤 역할 놀이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찰나일 뿐인 것인지를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열정적인 시간이었습니다.
#2-4. pm8:30 시각의 쾌, 청각의 쾌, 미각의 쾌 _영화 상영 그리고 상그리아와 까나페
저녁엔 이불과 베개를 잔뜩 늘어놓은 방에 모여 벽면 가득 프로젝터 화면을 채우고 영화를 봤어요.
짬이 예전에 찍은 '물오른 당신의 몸을 사랑하라'라는 다큐는 아마추어적인 발랄함이 묻어나면서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몸에 대한 이미지들을 재치있게 포착하고 엮어내었죠.
그리고 헤드윅의 존카메론미첼 감독이 만든 '숏버스'를 봤습니다.
섹스테라피스트이면서도 불감증인 한 여성이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아가는 여정속에서
동성 섹스, 트리플 섹스, 집단 섹스, 자위, S/M, 관음증 등 수많은 섹슈얼 이미지들이
매우 담담하고도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이 영화는 다 보고 난 이후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겼죠.
게다가 우리의 마지막밤을 불태우는 데 1등 공신 노릇을 한 저 상그리아와 까나페를 좀 보세요 >0<
#3-1. am11:00 나의 몸을 말한다. _토크박스
마지막날의 오전 프로그램은 토크박스입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몸'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죠.
'내 몸에서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은?', '내 몸이 앞으로 도전해볼 것은?',
'나는 이럴 때 여자/남자처럼 행동한다', '내 몸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등등에 대해 이야길 하다가
서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자기 몸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른 사람이 그 사람에게 얘기해주기로 했어요.
초롱초롱한눈, 날렵한 옆얼굴선, 목에서 어깨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선, 부드러운 팔과 손, 강한 발,
귀여운 잔머리, 표정을 담고 있는 입, 경쾌한 머리채, 도톰한 입술, 미끈한 등허리 등등...
어찌나 자랑할 곳도 많고 칭찬할 곳도 많던지요. 어찌나 그 이유들은 또 다양한지요.
내 몸을 구석구석 떠올리고 돌아보며 생각을 달리가져보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3-2. pm2:00 최후의 만찬!!! _파인애플 볶음밥과 야채과일 월남쌈의 환상적인 점심식사!
최고급 부페에서나 맛볼 수 있는, 주방장님의 즉석 요리!! ;o;
마지막 만찬의 메뉴는 파인애플 볶음밥과 과일 야채 월남쌈입니다 >0<
파인애플과 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볶음밥으로 입안에 기름칠을 좀 하고 난 뒤
토마토를 비롯한 각종 과일채와 상큼한 야채가 든 월남쌈을 한입 베어물면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ㅠㅠ
2박3일간 참으로 잘 사육되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ㅠㅠ 이제 무얼 먹고 살죠?
아아- 나를 몸/성 워크샵으로 되돌려보내달라~! ;ㅂ;
#3-3. pm3:00 이후를 약속하는 헤어짐 _느낌 나누기, 흔적 주고 받기
3일간의 귀한 시간을 함께 한 사이 제법 정도 들어버렸어요.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앞으로 민우회와의 인연을 다지고 (회원가입..? ㅎㅎ)
그렇게 '웃는돌'을 떠나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서 조만간 벙개해서 만나기로 한 약속 모두 잊지 않았죠! ^^*
지금까지 후기에 배 아파하며 땅을 치고 통곡하셨던 분들, 내년엔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
자, 여러분 마지막 인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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