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멋진 하루, 그 뒷 이야기 *
3월의 멋진 하루, 그 뒷 이야기 _아리.*
내 몸 속에는 자물쇠로 굳게 잠긴 낡은 서랍이 있었다.
어느 누군가에게도 열어 보일 수 없는, 차마 내 스스로에게도 말을 건넬 수 없었던 그 낡은 서랍 속 이야기가 문득 문득 떠오를 때면 괴로웠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서랍을 소리 없이 봉인했고, 난 도망쳤다.
죽어버린 말, 말라버린 혀, 쓰지 않았기에. 시간의 기억 속에서 매장됨. 사용되지 않음. 침묵됨.
- Teresa Hak Kyoung Cha 의 시 중.
바로 어린 시절, 그 숱한 성적 놀이와 경험들.
이웃집 언니와 몸을 만지며 했던 병원놀이에서부터
인형을 끌어안고 클리토리스를 부비며 떠올렸던
그 성적 판타지들.
결국 차단되어지는 나의 욕망,
그럼에도 지속되는 욕망과
쳇바퀴 굴러가듯 또다시 밀려오는 죄책감.
그리고 각인 되어진 추행과 폭력들.
성적 욕망과 폭력이 뒤범벅되어 해독(解讀)되지 못한 채
15여 년 동안 내 서랍은 그렇게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야 봉인된 서랍 속 이야기를 할 용기가 생긴다.
바로 이번 멋진하루에서 만난
다섯 명의 여성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성적 경험들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정말 정말 위로 받았다.
도화지에 펼쳐진 알록달록 그림처럼
그녀들의 경험은 나름의 모양을 가졌다.
그렇게 망각했던, 지우고 싶었던
그 낡은 서랍 속 이야기들이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 둘 쏟아져 나오면서
우린 서로를 보며 놀랐다.
왜 우린 그 성적 경험에 대해
그토록 이야기 할 수 없었던 것일까?
혹은 왜 그 동안 기억되지 않았던 것일까?
난 왜 어린 시절, 성적 놀이에 대하여
잊고 싶어 했던 것일까?
삐걱거리는 내 기억은
어째서 맨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일까?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상실되거나 망각된 그 기억들이
자연스레 내 일부가 되는 경험,
그리고 현재의 위치에서 과거의 경험이 해독(解毒)되는
놀라운 그 변화를 느낀다.
우리 이제 하나, 둘, 발성연습을 더 해보자.
유쾌한 노래가 터져 나오는 그 날까지- ^----^ 아아~아아아~
P.S.
1년이 걸리겠지만, 다큐가 완성되면 다시 만나
우리가 또 이번엔 어떻게 어린 시절,
성적 경험들을 기억하는지 이야기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음.
기억창고를 서랍으로 비유한 꼬깜의 표현이
내 맘을 콕콕 대변한지라 차용해봤음.
묘운의 논문은 무진장 무진장 많은 영감을
팍팍 주고 있음.
그대들 다시 보고 싶음.
- 아리
* 4월의 멋진하루는 세번째 화요일, 21일 늦은 7시 30분에
<내 몸으로 떠나는 타투 여행>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