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후기] 인권감수성 제로, 인권위 '긴급'성명 비판한다
지난 20일 현 정부는 안경환 전 인권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위원장에 현병철 교수(당시 한양대사이버대학교)를 임명하였습니다. 위원(장)은 인권문제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보아야 할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제 5조)에 이미 있는 사항입니다. 그러나 현병철 교수는 임명 소식을 듣고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 스스로 ‘인권문제를 모른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배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위원장의 위치는 인권문제를 모르는 이가 배우기 위한 자리가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우리 사회 속에 다양한 인권 관련 문제에 대해 나름의 철학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인권위를 대표할 수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던 시기에 인권위 조직 축소가 강행되었는데요. 이처럼 인권위의 독립성이 흔들려버린 상황에서 ‘배움의 자세’만으로 어떻게 인권위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 인권위의 활동 내용이나 폭을 견지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현실이 다가온 것이지요. 인권이란 단기 속성 코스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닐진대 임기(3년) 내에 과연 마스터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어떤 때에는 마음이나 의지보다 이전의 경험과 현재의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현병철 위원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통해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을 검증해보고자 하였습니다. 답변 기일인 24일까지 기다렸지만 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동행동에서는 모범답안을 준비하여 27일인 어제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위 위원장 긴급 성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때 같이 발표하고 전달하였답니다. (공개질의서와 모범답안 전문을 보려면 클릭!)
어제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13층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는데요. 이는 지난 주 금요일인 24일 발표된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위 위원장 긴급 성명’에 대한 비판을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지난 후기도 올랐듯이 ‘생생여성행동’으로 민우회도 쌍용자동차 사태와 관련하여 현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공장을 살리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4일 경찰청 앞에서 열었기도 했었는데요.(지난 후기를 보시려면 클릭!) 잠깐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쌍용자동차는 노동자들을 부당 해고를 하였고, 노동자들은 이 같은 회사 측의 부당한 대량 정리해고에 대항하기 위해 결국 평택 공장에서 점거투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현재도 공장을 점거한 상황이지만, 공권력이 가로막고 있어 ‘점거’가 아닌 ‘감금’이 된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식량과 식수, 의료진 및 약품과 같은 생명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생필품 반입도 차단되었다가 어제부터 조금씩 일부 반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노조에서는 사측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지만 사측은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화재 등의 위험 요소를 예방하기 위한 소화전을 사측에서 끊어놓은 상태라 씻을 물은 둘째 치고라도 화재 등과 같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일 수 있다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 같은 만약의 사태가 아니더라도 지금도 공권력으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과의 대치 속에서 경찰이 헬기로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전자충격기(테이저건)를 사용하여 피부가 녹아내리는 등의 피해를 주고 있는 등 무력진압을 자행하였습니다.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이 대량 부당해고를 당하고 ‘감금’과 다름없는 상태에 놓여있는 상태에서 공권력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는 이 같은 전반적인 상황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빠른 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사하여 반인권적 공권력 행사를 중지하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긴급 성명을 낸 것은 말 그대로 가관이었습니다.
“경찰은 자칫 치명적인 상처를 가할 수 있는 봉지형태의 최루액과 전자충격기(테이저 건) 등 경찰장비 사용에 있어서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최대한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이에 덧붙인 짧은 각주에는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만이 붙여져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노동자의 인권침해 사태를 중지시키고자 하는 긴급 성명이었다면 경찰 내부 규정이 아닌 보다 중립적이고 인권적인 기준(‘법집행공무원 행위규범’ 유엔총회 결의안 34/169, 1979, ‘법집행공무원의 무력사용에 관한 기본원칙’ 범죄예방과 범죄자 처우에 관한 유엔 회의 채택, 1990, ‘경찰이 지켜야 할 인권기준과 실천’ 유엔, 2004 등)으로 접근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경찰 내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면,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나 같은 게 않을까요?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을 생각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성명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가할 수 있는’ 최루액과 전자충격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해야 했습니다. 보다 강력하게 경찰과 정부 등 공권력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문제 삼았어야 했을 것입니다. 직권조사라던가 긴급구제조치로 투쟁 중인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인권 침해를 받지 않도록 더욱 노력했어야 했던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이번 쌍용자동차 사태가 왜 일어난 것이며 노동자들이 왜 점거투쟁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문제에도 직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의 대량 부당해고와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문제 등과 같은 본질 및 사실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긴급이라는 말조차도 무색하게 만드는 ‘긴급성명’을 낸 것입니다. 이러한 성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현병철 위원장에게 공개 질의서 및 ‘긴급성명’에 대한 문제를 정리한 문건을 전달하고자 하였지만 ‘공석’이라는 이유로 비서실장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기자회견 내내 그 옆에는 공익요원 3명이나 배치되어 있었는데요, 비서실장에게 이렇게까지 요원을 배치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최소한의 보호'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누구를 위한 보호일런지, 소통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느껴지지 않는 듯 하여 왠지 답답했습니다.
인권 감수성 제로, 낮은 인권 의식 하에 내놓은 인권위 성명은 이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축소를 통한 인권위의 독립성 훼손부터 ‘인권을 모른다’는 위원장 임명 그리고 문제적 ‘긴급성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여태까지 쌓아온 ‘인권’의 가치를 흔들리게 한다는 일관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민우회는 공동행동 활동을 통해 인권위 활동 및 그 내용들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을 진행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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